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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Jan 16. 2024

평범한 우리의 특별한 날

24번째 결혼기념일

24년 전 오늘 결혼을 했다. 내가.


꽤나 긴 시간. 

결혼 후의 모든 날들이 좋았던 건 아니다.

갑자기 오늘에 와서 모든 날을 미화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


일본의 대배우 키키 키린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성숙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 사는 날들 덕에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 


처음으로 내게 온전한 사랑을 주었고,

내가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이구나 느끼게 해 준 사람.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특별한 존재구나! 알게 해 준 사람.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감사를 넘칠 만큼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망상을 결혼과 동시에 깨긴 했다.

너, 나 특별하다며??

언제까지 그 소릴 하면서 징징거릴 수는 없었다.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느라 눈물 나던 서글픔의 신혼이 있었다. ㅋㅋ

그럼에도 그에게 받은 사랑이, 쭈굴한 나를 번번이 일으켜 세우는 데에 일등공신이 되어주었다. 


평범한 우리가 24년을 함께 살았다.

짝짝짝.

대견하다 우리들.


생각해 보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자꾸 싸워왔다.

너무 잘 알겠어서 넘겨짚게 되고,

알지도 못하면서 화가 미리 나있기도 했다.

나를 잘 몰라주는 거 같아서 서운해했지만, 사실 나도 그를 잘 모르기도 했다.

싸울 때마다 나는 나를 알아달라고 퍼부어댔지만, 그는 언제나 입을 꾹 닫았으니까.

그 사실을 깨닫는데 거의 20년이 걸렸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며,

함께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동지인 내 남편.

뾰족하고 울룩불룩한 나를 수용하려 노력하느라 너도 많이 성숙했으리라. ^^


평범한 우리가 무수한 시간들을 손잡고 지나, 오늘까지 잘 살아온 것은 특별한 사실이다.

네가 있어서 내가 특별해지고, 너에게도 내가 있어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을 

특별한 오늘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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