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위한 노력 1
내 삶을, 내가 주인이 되어 내 가치에 맞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세속의 욕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연연해 봐야 내 마음만 불편할 것을 내 내면에서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편함 없이 소박하게 누리며 사는 삶에 언제나 감사했다.
내 가족과 가정이 안녕한 것에 감사하고, 그러기에 내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가족이 평안하기 때문에 가능한 행복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방에 대출 없이 집을 한 칸 가지고 있다.
내가 원할 때마다 지체 없이 여행을 떠나 주는 배우자가 있다.
무탈하게 잘 커준 대견한 딸들이 있다.
소박하지만 안정된 직장이 있다.
내가 원하고 소망하고 즐거워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내가 알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행복하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이었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정말 갱년기 때문인가?
도대체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우울이 나를 삼키자, 내가 생각해 온 가치관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과연 나는 이제까지 행복했던 게 맞나?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해 온 것들은 과연 단단한가? 나는 그냥 그거밖에 가질 수 없으니 체념한 건 아닌가.
주변에서 쉽게 보는 부자인 사람들. 명예를 가진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부러워서 괴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으나, 내가 과연 단단한가 자신이 없어지자,
나는 어쩌면 그들과는 다른 내 궤적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단념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다시 단단해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는 날들이다.
무얼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자신이 없다.
나는 분명 잘 웃고 쉽게 행복했던 사람인 걸 기억하는데...
어떤 것에 기대어야 내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잘 웃지 못하고 우울한, 지금 내 자리가 너무나 어색하다.
위 글은 불면증으로 괴롭던 때에 기록해 두었던 글이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괴롭던 날들.
괜찮은 척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가려면 두려움이 앞섰다.
괜찮은 척을 하는 하루도 어색했지만, 잠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밤은 내 앞에 우뚝 선 큰 산처럼 느껴졌다.
찾아가는 병원마다 나에게 우울증일 거라고 말했다.
나는 잠을 못 자고 온몸이 아파서 찾아갈 뿐인데
왜 서로 다른 의사들은 같은 진단을 하는지 너무나 의아했다.
내가 우울하다고?!!
운전을 하다 맞은편 상대차로 돌진할 것만 같은 기분을 처음 느꼈을 때,
비로소 내 발로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다.
신경정신과에서 받은 약들로 근근이 잠들고, 근근이 살아내는 동안.
나는 과연 단단한가? 의 질문은 턱없이 힘이 없었다.
나는 하나도 단단하지 않았다.
단단하기는커녕, 뿌리의 근원조차 얕은 물에 뿌리가 담긴 화초같이 느껴졌다.
허기지고 흔들리는 마음. 마음에 불안이 일었다.
다시 처음부터.
노력을 해야 했다.
제일 단단하게 붙잡을 수 있는 사람.
남편을 기대고 일어서는 연습을 했다.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
집 앞 산책도 나가보고,
보고 싶은 것도 생각해 내고, 먹고 싶은 것도 찾아다녔다.
오늘 나가본 거리보다 내일 조금 더 나가보았다.
부제를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라 했는데,
행복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 것이더라.
받아들일 준비를 빡세게 하거나, 내 발로 찾아가야만 빼꼼 머리를 보여주는 것.
그러니. 나는 단단한가?라는 질문은 애초에 터무니가 없었다.
단단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지 않듯이, 오래 살았다고 단단해지는 건 아니었다.
겪어봤기에 덜 상처받고 아파봤기에 그 정도의 통증을 수용하는 것.
나는 그걸 단단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에 겪어봤어도 똑같이 상처받고, 같은 자리에 덧난 상처도 여전히 아프기만 하다.
결과가 그럴 걸 예상하면서도 나는 나처럼 살고 있다.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낼 마음의 준비를 잃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나는 과연 단단한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부단히.
꾸준하게 잇대어 끊임이 없이...
부단히 노력한다.
스스로 우울에 잠식되거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크고 작은 고통에 그대로 꺾이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