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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Apr 24. 2024

채워지지 않는 여행의 남은 한 조각

나에겐 ‘중국 여행’이라는 퍼즐 중에 채워지지 않은 마지막 한 조각이 있다.


여행 퍼즐을 맞추다 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마지막 한 조각을 남겨놓고 자리를 떴는데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사실을 떠올리고 나니 퍼즐을 영영 완성하지 못하고 비워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끼쳤다.

정말 금세 돌아오려고 했는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대학 졸업 후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던 때가 있었다. 룸메이트로 지내던 친구 같은 동료와 함께 주재원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으로 돌어가기 전 중국 횡단 여행을 하기로 했다. 마침 청도에서 맥주 축제가 열릴 때였다. 회사가 청도 근처라 그동안 정들었던 중국 친구들과 청도에서 맥주 축제를 즐겼다.

그렇게 청도를 시작으로 '사천, 구채구, 송판, 티베트, 윈난 성'까지 보름간 중국을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짐은 한국으로 부치고 간단하게 배낭을 싸서 여행했다.

여행지 중 구채구는 중국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고산지대의 호수가 절경인 곳이다. 에메랄드 빛 호수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제일 높은 곳은 해발 3,101M에 위치하고 있어 고산병을 대비해야 하는 곳이다. 구채구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낭떠러지가 있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져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모양새로 곡예 운전을 하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물론 비행기로도 갈 수 있지만 돈이 넉넉치 않은 배낭여행객이라 버스를 선택했다. 그렇게 아찔한 상황을 견뎌 도착한 구채구는 멋진 풍경으로 반겨주었다. 그간의 고생이 싹 잊혔다. 구채구의 풍경은 내가 알고 있는 형용사를 모두 가져다 써도 모자랄 만큼 멋진 곳이다. 산 위 곳곳에 호수와 폭포가 있다. 우리는 아래부터 차근차근 걸어 올라가며 경치를 구경했다. 구채구 내에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있어서 중간에 우리는 셔틀을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를 보러 갔다. 그런데 산 아래를 걸어 다니며 너무 힘을 쓴 것일까? 난 호수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팠다. 고산병이 온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호수를 봐야 하는데, 몸살 같기도 하고 멀미 같기도 한 증상이 나를 짓눌렀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호수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바로 셔틀버스에 탔다. 얼른 내려가고 싶었다.


다행히 산 아래로 내려오니 씻은 듯이 고산병이 사라졌다.


구채구에서 난생처음 고산병을 앓은 나는 다음 여행지인 티베트가 걱정되기 시작되었다.

티베트도 해발 4,000M에 이르는 곳이다.

고산병이 생기면 여행은 전혀 할 수가 없는 상태다. 일행과 상의하여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티베트 역시 차로 이동하여 도착하려고 했으나 고된 일정이 고산병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비행기를 타고 티베트에 가기로 결정했다.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다.

티베트에 도착하기까지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초콜릿과 물을 과하게 섭취했다. 그덕분인지 티베트에선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일정을 촘촘하게 짜지 못했다. 산소 고갈로 쉬이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유로운 일정으로 티베트 여행을 마쳤고 마지막으로 윈난 성에 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티베트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느라 수중의 돈을 다 써버렸다. 집에 연락해 여행비 지원을 받아야 할지 고민되었다.

그런데 마침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이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보내놓은 터였다. 면접 날짜가 잡힌 것이다.  윈난 성 여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면접을 핑계로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렇게 돌아섰지만 윈난 성은 금세 다시 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여행지를 많이 남겨 놓은 것도 아니고 윈난 성 한 곳이지 않은가.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까워 휴가 내고 오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해서 나는 면접을 통과했고 이직을 하였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면서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휴가가 생기면 회사 동료들과 윈난 성이 아닌 모두가 원하는 지역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윈난 성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취향이 확고하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그래도 늘 윈난 성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중국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가 나중에 혼자 윈난 성에 갔을 때, 그녀와 실시간으로 교류하며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윈난 성의 리장 고성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나는 그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결혼 후에는 친구보다 조금 더 설득하기 쉬운 남편에게 윈난 성 여행을 제시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 기억에서 윈난 성은 서서히 옅어졌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고 어느 날 아이와 중국에 대한 책을 함께 보게 되었다. 한 때 중국통이었던 나는 그 책이 반가웠다.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을 여행했고 경험을 살려 아이와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 책의 마지막장에 윈난 성이 실려 있었다.

아! 윈난 성! 내가 가지 못했던 그곳!

금세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뒤돌아 섰던 윈난 성인데,

그렇게 마무리하지 못한 여행 퍼즐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어쩌면 평생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슬퍼졌다.

끝까지 비어있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

과연 그 조각을 맞출 수 있을까?

지금은 윈난 성에 대한 의욕도 애정도 식었기에 더욱 의문이 든다.

책을 덮고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에게 연락하여 중국 여행을 추억해 보았다. 그 친구는 나와 달리 윈난 성에 여러 번 방문했다. 그녀와 윈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괜스레 아쉬운 마음을 만지작 거려본다.


미완성 여행의 미완결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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