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현모양처다.
조선시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현존하는 현모양처를 직접 보게 될 줄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감정에도 부침이 생겨 변절할 줄 알았다. 변절하길 은근히 바래오기도 했다. 그래야 인간적이지 않은가.
현모양처에게도 여러 가지 업무분장이 있겠지만 오늘은 음식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가부장 남편인 삼식이를 위해 오늘도 밥을 차린다. 냉장고에 들어간 반찬은 맛이 없으니 그날그날 반찬을 만든다.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남편 때문에 매일 국도 끓인다. 팥죽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팥죽도 쑤고 만두를 좋아하는 식구들을 위해 직접 만두를 빚는다. 할머니가 만든 식혜에 열광하는 손주들 위해서 식혜도 담근다. 2~3주마다 제철 김치를 담가 아들집에도 나눠주고 반찬도 정성껏 만들어 보내준다. 나는 이 음식을 읊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힘이 든다. 그 시대의 어르신들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머님은 이 모든 일을 행복하게 한다는데 차별성을 두고 싶다.
이 음식 하는 행위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차서 어머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런 어머님께 외출도 안 하고 집에서 하루세끼를 드시는 아버님 때문에 힘들지 않으시냐고 슬쩍 떠 보았다.
현모양처에게 한 이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계셔서 집에 있는 줄도 모르겠다’
라고 말이다.
아! 어머님!
변절하기를 바랐던 이 며느리를 용서하소서!
이 마음씨 착한 현모양처는 안타깝게도 음식에 소질 없는 며느리를 두었다.
대신 남이 해준 맛있는 밥을 맛볼 수 있게 어머님을 모시고 자주 외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