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동막해변에 갔다. 한파가 절정이었다. 바다가 얼어서 해안가 일부분에 얼음파도가 치고 있었다. 바닷물이 슬러시처럼 얼음을 잔뜩 머금은 파도는 해안가에 도착해 하얀 얼음을 남기고 갔다. 그렇게 남겨진 얼음들은 파도가 칠 때마다 점점 턱이 높아지더니 마치 모래성을 쌓은 것처럼 얼음으로 성을 쌓았다.
모래사장을 따라 구불구불한 얼음띠가 생겼다.
진귀한 풍경이었다.
강화도 및 인천 바다에서 이맘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썰물 때 방문하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얼음 덩어리인 유빙도 관찰할 수 있다. 바다가 언 모습을 처음 본 아이들도 신기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런데 춥다. 바닷가라 바람이 세찼다. 나약한 인간은 추위에 금세 굴복했다. 자연의 신비함을 오래 관찰하지 못하고 차로 발걸음을 돌렸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썰물 때 왔다면 유빙을 볼 수 있었을까? 이 정도 얼음 파도라면 바다에 유빙이 생기는 기온인가? 알고 싶었다.
동막해변을 따라 길게 주차장이 늘어서있다. 주차요원 아저씨가 주차된 차량에 요금을 청구하러 오가고 있다. 이곳에 늘 계시는 분이라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 여쭈어보았다.
-아저씨. 혹시 썰물일 때 오면 유빙 볼 수 있어요?
-뭐요?
-썰물엔 얼음 바다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해서요.
-난 모르겠는데, 그랬었나.
내 질문에도 주차 중인 차를 향해 바삐 걸어가느라 아저씨는 걸음도 멈추지 못했다. 내게 뒷모습을 보이며 바람결에 대답만 남기고 직진하였다.
바다를 바라볼 마음의 여유도 없는 분에게 던진 여행객의 호기심 어린 질문은 겉돌고 말았다.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상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다. 따로 차단기가 있는 주차장이 아니다. 차량이 주차 중이면 신속하게 다가가 요금을 청구해야 한다. 운전자가 차에서 멀어지기 전, 빠르게 가야 하니 늘 오가는 차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터였다. 바다를 감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늘 오가는 동네 길가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가게가 있었다. 어느 날 사라져 버린 가게의 텅 빈 유리창을 마주하면 그제야 생각한다.
여기에 뭐가 있었지?
바다가 지척이지만 늘 시선이 바다 반대편의 주차장에만 머무는 아저씨에게 바다는 그런 느낌일까? 내가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던 가게와 같은.
바람이 차고 시리다. 온도를 높인 차 안에서 나의 궁금증은 어떠한 감정도 없는 핸드폰을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