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더러운 꿈을 꿨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화장실에 가서 똥을 쌌는데, 변기에 똥이 넘쳐서 바닥에 가득한 거야. 그런데 똥이 황금색도 있고 여러 가지 색깔이었어. 그 똥이 마치 피라미드처럼 높이높이 쌓이는 거야. "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너무 더러운 꿈이라고 크게 웃으며 반응해 주었다. 둘째의 반응이 재미있는 딸아이는 과장해서 몸까지 쓰며 똥 모양을 묘사해 주었다. 아직 똥 이야기가 즐거운 초등학생들이다.
그런데 꿈 이야기를 듣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와 문희’의 꿈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 보희가 꿈에서 산에 올라 오줌을 누었는데 그 오줌 양이 어찌나 많던지 서라벌이 잠겼다. 망측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보희에게 꿈을 산 문희가 훗날 김춘추와 혼인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너도 김유신 설화 속 이야기처럼 그 꿈 엄마한테 팔아."
"정말? 엄마가 산다고? "
돈을 준다는 말에 신이 났다. 천 원을 꺼내 딸아이에게 주었다.
"엄마가 산 거다. 이제 이 꿈은 엄마 거야."
이 거래는 서로에게 좋았다.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옛날 풍습을 경험시켜 준 훌륭한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로또는 못 살 지언정 좋은 기운이라도 갖고 싶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둘째도 할 말이 있었다.
"내 꿈은 누나보다 더 멋져. 꿈에 스파이더맨이 나와서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들고 싸웠어!"
아아.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영웅, 두 명의 콜라보다. 어쩔 수 없이 이 꿈은 오백 원에 샀다.
그런데…
방금 전에 산 큰 애의 '똥 꿈' 길몽이 맞는 거겠지? 사자마자 오백 원의 추가 지출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