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 체육관에 다닌 것은 3년 정도인 것 같다. 한 번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난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암이 재발하여 수술을 하는 바람에 체육관은 아직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에 집에서 조금씩 몸을 풀고 있다.
다른 지역에 근무할 때는 그곳이 작은 읍 지역이었는데, 복싱 체육관을 찾으려고 읍내를 돌고 돌아 찾은 곳이 합기도체육관이었다.
마침 나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관장님이 복싱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서너 번 나가서 초등학생들과 달리고, 스트레칭하고, 줄넘기도 같이 하면서 운동을 한 적도 있었다. 도복은 합기도 옷을 입었었다. ㅎㅎ
내가 가는 시간에는 초등학생이 제일 많았다. 가끔 고등학생들도 와서 합기도를 연마하고 발차기 연습을 했다. 샌드백은 발차기하는 사람과 내가 같이 사용했다.
몸이 회복되면서 산을 오를 수 있게 되고 근력운동을 조금씩 하게 되어서 샌드백을 좀 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 시간 날 때마다 뒤뜰에 있는 간이 샌드백을 치면서 몸을 풀면 심장이 뛰고 온몸이 후끈해지면서 혈액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 복싱장에 갔을 때 관장님은 일주일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만 뻗는 동작만 시키고 줄넘기를 시켰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만둘까 하다가 한 달을 버티니까 샌드백을 칠 수 있고 기본 동작을 익히게 되자. 복싱장에 가는 것이 하루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체육관 샌드백 치는 벽에는 단련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천千일을 연습하는 것을 단鍛이라 하고,
만萬일 연습하는 것을 련鍊이라 한다.
이와 같이 단련鍛鍊이 있고 나서야, 싸움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어떻게 자기가 하는 주 종목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말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련을 해도 겨우 승리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기대할 수 있다'니 얼마나 더 단련을 해야 승리자가 된다는 말인가. 결국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는 자기가 하는 일에 최고가 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끊임없는 단련을 통하여 그 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