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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Sep 17. 2023

운무

운무가 난함산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창문을 열고 목 스트레칭과 함께 잠시 명상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한다. 맑은 대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명상의 시작은 늘 살아있음에 감사함으로 시작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다시 아침은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것처럼 살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 할 일 중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다짐한다. 그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아침 준비를 하기 전에 맑은 물 한 컵을 유산균과 함께 마신다. 그리고 토마토 익히기, 계란 삶기, 견과류 준비, 냉동실의 떡 내놓기, 사과 씻기가 전부다. 그러면 아내가 나와서 식탁을 차린다.

그리고 내가 매일 먹는 나만의 녹즙을 준비한다. 신선초, 케일, 당근, 보리싹, 민들레를 녹즙기에 넣어서 즙을 한 컵 정도 마신다. 



피라칸사스의 열매가 빨갛다. 가을이 오나보다.

식사 전에 마당으로 나와 나무들과 정원의 꽃들에게 인사하고 스트레칭과 함께 간단한 운동을 한다. 주변을 쓸고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일을 한 후에 식사를 한다. 


오늘은 물안개가 마을 뒷산 난함산을 덮고 있어 산 꼭대기가 하늘의 섬처럼 보였다. 난함산은 주변 산 중에서 가장 높다. 지난겨울에 딱 한번 올라가 보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였기 때문에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길은 낙엽이 쌓여 산 꼭대기만 바라보며 올라갔다. 점점 내가 사는 마을이 작아질 무렵 정상에 섰다. 


오늘은 흐릿하게 난함산이 보이지만 우리 마을을 하얀 털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함'이라는 말이 '닭이 알을 품듯 품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장님은 우리 마을이 좋은 기운을 받는 명당이라고 늘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했다. 


잠시 화단에 백일홍과 깨꽃, 천일홍을 어루만지다 서재로 들어갔다. 

지붕 위로 산비둘기 큰 날개를 펼치고 꾸룩 꾸룩. 

쉰 소리를 내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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