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ever Sep 26. 2022

송길영이 행복을 재정의 하는 이유

빅데이터 전문가 인터뷰

‘고수의 생각’은 고수의 철학, 나아가 그들이 사고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즉, 각 분야 고수들의 사고법을 배워 우리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이 인터뷰 기획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면 살면서 마주하는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터뷰에는 단순 신변잡기보다는 고수의 생각이 담깁니다. 





16년 전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처음 대중에게 소개되었을 때 그것이 열어놓을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제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견디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왔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가 예측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것처럼, 지금까지는 특정 지위에 오른 사람의 생각이 집단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의견을 파악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툴이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이제 이 툴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숙제가 되었다. 목적은 우리 삶을 ‘베터(better)’하게 만드는 것.


송길영 박사는 20년 넘게 빅데이터를 분석해오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 의식의 패턴을 살피고, 숨은 뜻을 이해하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게 그의 임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해답을 고심한다.


송 박사를 만나 최근 사회 변화에 대해 물었다. 최근 엔데믹, 전쟁, 고물가 등 새로운 이슈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 만큼 우리 삶의 중요한 키워드를 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rofile 송길영

고려대학교 대학원 컴퓨터학과 박사

바이브컴퍼니(前 다음 소프트) 부사장

한국BI데이터마이닝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스스로를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글자 그대로 ‘마음을 캐는 광부’ 예요. 빅데이터라는 광산에서 마음 조각을 채굴하는 사람을 의미하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온 정의입니다.


마음 조각을 캐는 일은 어떤지 궁금해요.

저는 대량의 데이터를 모으고 패턴을 분석하는 일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 대한 답은 명확했죠. 빅데이터라는 건 많은 사람이 남긴 글과 자료 등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흔적 안에는 저마다의 생각, 의도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담겨 있어요. 빅데이터는 결국 그런 마음 조각이 쌓여 있는 광산과 같고, 저는 그 광산에서 특정 패턴을 캐내는 일종의 광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까요?

우리 대다수는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하죠.(웃음) ‘유혹의 기술’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가능해요. 올바른 정보에 한해서라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불확실한 정보는요?

불확실한 정보라면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워요. 대중이 충분히 자정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팬데믹 초기,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에 칩을 심었다’는 괴담이 떠돌 때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댓글에 생화학 분야 논문까지 인용하면서 반박했어요. 요즘 대중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고 논리적 반론을 제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정보로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도 빅데이터가 도움이 될까요?

물론이죠. 상대방에게 받는 메시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형태의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 등을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어요. 


예를 들면요?

요즘 MZ세대의 정서에 관한 이슈가 많은데, 대개 ‘우리 다음 세대’, ‘기성세대보다 발랄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MZ세대와 관련한 스토리는 기성세대 혹은 기존 사회와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귀결되죠.


그런데 막상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예상과 전혀 달랐어요. ‘얼리(early) 밀레니얼과 레이트(late) 밀레니얼은 다르다’, ‘우리를 특정 그룹으로 묶지 말라’, ‘당신들이 뭔데 나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냐’ 등의 결과가 나왔죠. 한마디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특정 세대로 규정되는 게 싫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타인을 그룹으로 묶어 생각하지 말고 개개인을 존중해야 하는구나’,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가져야 하는구나’ 등을 깨달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런 결과를 알고 타인을 대하면 인간관계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이죠.


요즘 문제 되는 세대 간 갈등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그렇죠. 예전 같았으면 젊은 분들한테 '너희는 어려서 세상을 잘 몰라'라고 얘기했다면, 지금은 나이가 어려도 '당신 생각이 굉장히 훌륭하다', '사회 변화에 남다른 감수성을 갖고 있으니까 나이 많은 내가 오히려 배워야 되겠는데?' 같은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요.


생각만 바꿔도 문제가 해결되겠군요.

예전부터 세대 갈등을 겪는 직장 상사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교화하려 한다는 거예요. 계몽(Enlightenment)한다고 그러죠. "내가 먼저 배웠으니까 당신에게 알려줄게"라고 말하는 거요. 따지고 보면 누가 누구를 알려줘요.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면 되는 건데. "당신은 모자라고 부족하다"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죠.


맞는 말이에요. 요즘 행복에 관한 강의를 많이 하시는 건

인간관계에 대한 빅데이터들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맞나요?

행복은 최근 몇 년간 들어온 질문 가운데 꽤 큰 비중을 차지한 주제였어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해보니 그럴 만했습니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론 자체가 달라졌고, 행복이라고 여기던 것들의 부족함이 사회에서 곤란함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어요. 행복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고, 정리된 내용을 대중과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새롭게 정의된 행복’은 무엇인가요?

정의는 여러 개입니다. 우선 학문적으로 접근하자면 ‘주관적인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을 말합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주관적’이라는 거예요. 행복은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만약 행복감을 완성하는 인자 중 하나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라면, 어떤 사람은 장수풍뎅이를 기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고양이와 있을 때 행복을 느끼겠죠. 하지만 이처럼 좋아하는 게 다르면 행복은 하나의 정의로 통합할 수 없어요.


그런데 불행은 명백해요. 학자들에 따르면 아프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경제적으로 힘들면 불행해집니다. 결국 행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갖추기 어려울 수 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난 불행감을 줄여 행복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요. 생활의 어려움, 사회적 유대, 건강 등에 관한 도움은 불행감을 줄여 행복감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공통의 경험은 가치관을 빠르게 변화시킨다.
모두가 겪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관점을 함께 시도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존 가치관을 재고해볼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세상에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하는
현명한 합의가 필요한 시기다.



또 다른 행복의 정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대한 것보다 나으면 행복한 것(better than expected)’이라는 정의도 있어요. 투자를 했는데 10% 이익이 생겼다고 치죠. 이때 만족하면 행복한 거고 아쉬운 마음이 들면 불행한 겁니다. 결국 기대감을 낮추는 것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또 ‘행복감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이론도 있어요. ‘내가 하루아침에 대박이 났다’보다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상쾌하고 뛰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숍에 줄을 섰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어 머그잔을 받았다’ 등 작은 것의 횟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즉, 나중에 잘되기 위해 지금 고생하자는 게 아니라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왜 실천하기가 힘들까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의 차이예요. 어려움이 생겼을 때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주변에 물어봅니다. 어떤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죠. 빅데이터의 해석에도 전문가들이 이미 해놓은 연구들이 기반이 되면 그 분석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이처럼 각자의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듯이 행복에 이르는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누구나 행복해지는 '당연한' 방법 같은 건 애초에 나올 수 없는 것이죠.


어떤 문제 해결 방식을 선호하세요?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를 찾는 게 제일 좋다고 봐요. 전문가는 체계적으로 더 많은 형태의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끙끙 앓게 되면 자기 생각에 휩싸이기 십상이고, 비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으면 원하는 걸 얻지 못할 수 있어요. 반면 전문가가 연구한 데이터를 넘겨 보고 묻고 토론하다 보면 현명해진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라고 해서 특정 학자나 권위자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주변의 유튜브, 책, 각종 스터디와 강의도 있어요.



1등 하는 게 행복이라면 한 반 20명 중에서 1명만 행복하고
나머지 19명은 불행해진다. 이런 행복은 다시 정의해야 한다.
행복의 기준이 다양하다는 걸 인정하면 서로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부분을 수용하고 각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로 나아간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쯤에서 궁금해요.

현시점에서 빅데이터로 본 가장 큰 변화는 뭘까요?

기존 가치관을 흔드는 지금과 같은 상태를 ‘가치관의 액상화’라고 부릅니다. 지진 이후에 지반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액상화라 하듯이, 단단한 반석 같던 우리 가치관이 환경 변화와 팬데믹 같은 위기를 통해 변화를 요구받고 있어요.


예를 들면 기존에는 ‘사람은 만나서 얘길 해야지’, ‘대화할 때는 꼭 눈을 보고 말해야 해’라고 했어요. 하지만 요즘 온라인 수업하는 걸 보면 대부분이 카메라를 안 보고 있습니다.(웃음) 또 ‘출근은 반드시 해야 해’라고 여겨왔는데 원격으로 일을 하면서 기존 개념이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가치관의 액상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요?

한 기사를 보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를 실시해온 샌프란시스코 IT 기업들이 비상시국이 끝나면 다시 내근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는데, 유능한 직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회사가 내놓은 대안은 원격 근무 허용입니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어질수록 급여를 깎겠다고 했죠. 부동산 임대료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의 물가 수준을 고려해 지금의 급여를 지급했으니, 다른 도시에서 일하면 그곳 수준에 맞게 생활비를 다시 책정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죠. 결과는? 직원들은 이 제안을 수락했어요. 직원은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하니 나쁠 게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존 가치관은 어떻게 될까요?

요즘 유능한 IT 개발자들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에서 일합니다. 자연환경이 좋으니까 코딩을 하다 수영을 하거나 해변을 바라보며 쉬기도 하죠. 원격 근무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은 뭐고, 직업은 뭐고, 동료는 누구고 등등 개념이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한국으로 치면 동기, 회식, 체육대회 같은 것인데 이런 기존 가치관이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시국에 이런 스트레스 요소 없이 일해보니 생각보다 잘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그동안은 이런 변화를 시도할 이유도, 용기도 없었다면 이제는 아닙니다.


엔데믹과 함께 가치관 변화가 빨라진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메타버스가 지금 와서 뜬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일하는 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일을 거기서 할 수 있어?’ 등과 연관되면서 주목받았죠. 교류의 총량이 늘어나 서로의 생각이 교환되고 자원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건 이미 확인됐습니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면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경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엔데믹 시대의 새로운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저희 집 근처에도 로봇 카페가 생겼어요. 로봇 팔이 커피를 타고 주문은 앱이나 키오스크로 합니다. 그 안에 있어보니 나이 드신 분들은 못 들어오더군요. 손주라도 있으면 같이 올 수 있겠지만, 유대나 도움이 부족한 노년층은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에서 소외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소외되는 이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요?

이 문제는 굉장히 풀기 어렵습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속속 출시된 신기술은 서비스를 수용할 만한 지능이 있는 우리 국민 덕에 그 보급 속도가 가속화됐어요. 동시에 배제되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났죠. 중요한 건 3D 프린터, 글로벌 아웃소싱,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를 위한 기술 덕에 무인점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고, 경쟁도 심해질 것입니다. 그때부터 우리 사회의 분배 시스템은 약해지고 과도한 경쟁으로 소득이 줄어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을 거예요. 모든 걸 도입할 준비는 되었지만 그걸 사용하는 데 대가가 따르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현시대를 관통하는 또 다른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요?

인생이 길어진 데 따른 키워드가 세대를 불문하고 나오고 있어요. 사회에 새로 진입한 젊은이들에게 특히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공정성, 성과 보상 등입니다. 예전에는 “원래 처음에는 다 고생하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는 구조이니 힘들어도 참아라”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지금은 “나중에 여기 안 다닐 건데?”라고 말해요.(웃음) 언제 퇴사할지 모르니 충분히 보상받을 찬스가 있다면 당장 달라는 것이죠.


예전에는 기대수명이 70대 초반 정도였으니 60세에 은퇴하더라도 기껏해야 10년 정도 먹고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지금은 ‘100살 넘게 살 것 같은데? 그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인생의 3분의 1도 안되는데 그걸 통해서 내가 뭘 얻을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예전보다 공정성, 성과에 따른 보상 등에 대한 요구가 첨예하게 올라가는 것이죠.


젊은 세대의 공정성, 성과 보상 요구에

선배 계층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직장 상사, 즉 선배들은 이런 현상을 그냥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공감하고 그에 맞게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간과하거나 묻어두면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런 문제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면서 발생한 것이니 단순히 젊은 층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연배가 있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어요. 인생이 길어지는 건 이제 명제입니다.


직장 상사, 선배 계층은

우리네 중년에 해당하는 걸까요?

사실 중년이라는 계층은 정의하기 어려워졌어요. 요즘 세대를 막론하고 외식 브랜드 선호도 1위는 스타벅스입니다. 그런데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선호도 1위도 스타벅스죠. 예전과 달리 아버지 생신에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쏴드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지금 시니어들은 젊고 트렌디하며, 소비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젊은 층과 시니어층이 선호하는 외식 브랜드의 공통분모도 60%가 넘어요.


시니어들도 스스로를 중년이라고 여기나요?

시니어 커뮤니티에 가면 70대 혹은 그 이상도 중년이라고 많이 얘기해요. 당연한 거죠. 육체적으로도 젊고, 정신적으로도 계속 깨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잘 다루고, 그러다 보니 더 젊어지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중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옆과 위를 보지 말고 삶과 더 많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해요. 과거에는 성공한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게 최고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지금’을 봐야 하는 시대예요. 실시간으로 거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 되기 때문에 과거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과거 성공 사례에서 얻는 것을 배제하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본인보다 더 젊은 감각을 갖고 있는 이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백그라운드가 나와 다른 이들을 만나야 해요. 관점이 다양해야 적응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죠. 우선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관련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커뮤니티 활동에서 경계할 건 없나요?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연배가 있다면 자기 확신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내 생각에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러나 새로운 커뮤니티에 가면 이걸 주의해야 합니다. 본인이 배우러 왔으면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의 말에 호응하고 새로운 가르침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말은 쉽지만 이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방법론을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죠. 의식적으로라도 바꿔야 해요.


칼럼에서 언급하신 ‘리버스 멘토링’도 그 해결책이 되겠군요.

모든 일을 꼭 선생님이나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 역시 신입 직원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10여 년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가 경험한 것을 전해주려는 생각이 많았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그들에게 배우고 있더군요. 무엇보다 바뀐 세상의 길잡이가 되어줄 때가 많아요. 어차피 사회는 변하므로 새로운 규칙과 합의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데, 중년 대부분이 업데이트를 안 하고 예전 가치관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해요.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방식의 수혜를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해보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빅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나서

미래보다 현재를 잘 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했는데,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될까요?

빅데이터 분석은 예측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예측이 점치는 것처럼 확신하는 것이라면, 이해는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왔네’, ‘저렇게 합의해왔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하겠지’라고 보는 거예요. 즉 예측이 분석 대상의 주관을 배제한 것이라면 이해는 그 사람의 경향, 가치 판단 기준 등 주관을 인정하는 거죠. 결국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미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미래를 궁금해하기보다 지금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것일 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