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포이즈, 아르코, 아물레또, 톨로메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탠드는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적의 디자인을 벤치마킹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시장의 순리겠지 싶다가도 문득 궁금해졌다. 영혼 없이 다른 제품을 모방한 아류작이 아니라, 독창성을 살린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다른 스탠드의 기원이 된 제품에는 뭐가 있을까?
스탠드(stand)는?
수직으로 서 있는 디자인으로, 바닥에 놓고 쓰는 조명. 크기에 따라 쓰임이 달라 주로 필요한 공간과 활용 목적에 따라 제품을 고른다.
이 스탠드는 ‘픽사’ 애니메이션 로고의 모태이자 스탠드 디자인의 표준이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가 만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가 시작되기 전 제작사 오프닝 영상에서 깡충깡충 뛰는 스탠드 캐릭터를 기억할 것이다. 이 캐릭터의 모태가 된 것이 영국의 조명 브랜드 앵글포이즈(Anglepoise)의 ‘오리지널 1227 데스크 램프’다. 현재 나오는 수많은 각도 조절 스탠드의 원조 격이다.
영국 디자이너 조지 카워다인(George Cawardine)이 1934년 설계한 오리지널 1227 데스크 램프는 사람의 팔 관절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당시에는 램프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고정된 자리에서 빛 조절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를 앵글포이즈 특유의 스프링 기술을 적용해 완성했다.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발명품으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1962년 이탈리아 모던 디자인의 대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는 형 피에르 자코모 카스틸리오니(Pier Giacomo Castiglioni)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급 조명 브랜드 플로스(Flos)를 설립하고 스탠드형 조명 ‘아르코(Arco)’를 출시했다.
메탈 소재의 헤드와 보디로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아르코는 길고 가는 보디가 활처럼 휘어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했는데, 아르코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유럽에서 최소한의 자원을 활용해 최대 효과를 낼 디자인을 고안해온 이 건축가 형제가 이사할 때마다 천장에 조명을 다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만든 조명이 바로 아르코다.
라문(Ramun)의 ‘아물레또(Amuleto)’는 발광부가 링 모양이어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 플리커(빛 깜빡임 현상)가 없고 자외선, 적외선, 블루라이트 등이 적게 발생해 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깔끔하면서도 특유의 미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외형 덕분에 인테리어 포인트로도 제격이며, 여기에 기능성까지 인정받아 미국 ‘시카고 아테나 에움’ 굿디자인 수상, 현재 독일 뮌헨 국제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 전시되어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대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3대 대표작 중 하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아르떼미데(Artemide)의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건 1987년 생산되어 30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톨로메오(Tolomeo)’다.
톨로베오는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Rucchi)가 디자인한 것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실용성 덕분에 ‘전문가의 램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세 가지 각도로 나눠 설계하는 등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한 덕분에 스탠드와 헤드를 다양한 각도로 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