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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Nov 25. 2022

12월 전국의 반건조 생선들

제철 식재료 + 여행


이맘때 전국의 바닷가 마을은 생선을 말리느라 분주하다. 지역마다 종류는 다르지만,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차디찬 해풍과 따스한 햇볕이 만나 만들어낸 생선이 얼마나 기막힌 맛을 내는지.


생선을 꾸덕꾸덕 말리면 비린내는 없어지면서 살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더욱 감칠맛이 난다. 특히 바닷속 수온이 낮아지는 늦가을부터 잡히는 생선은 살이 단단해 반건조해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차고 깨끗한 바닷바람이 만든 고소함

포항 구룡포 과메기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과메기. 차가운 바닷바람과 강한 햇살이 적절히 어우러져 만들어낸 과메기는 경북 포항이 본산이다. 품질 좋은 과메기는 영하 10℃에서 영상 10℃ 사이의 찬 바람에 건조해야 하는데, 포항 구룡포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잘 말린 과메기를 묵은지나 제철 미역에 싸 먹으면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주변 볼거리 호미곶

구룡포에서 14km 떨어진 호미곶은 해돋이로 유명하다. 광장 앞 바닷가에는 다섯 손가락을 펴고 있는 ‘상생의 손’이, 맞은편에는 호미곶등대가 있다.




가을에 잡은 알배기가 최상품

반건조 물가자미

포항을 대표하는 생선은 물가자미다. 포항 토박이들은 물가자미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시장에서, 바닷가에서, 골목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집집마다 밥상에서 수시로 만나다 보니 그저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타지인에게 물가자미는 다른 생선에 비해 살이 쫄깃하고 단단해 건어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1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쌀쌀해진 날에 잡히는 알이 밴 물가자미를 최고로 친다.


주변 볼거리 복어탕 골목

어판장 건너 중앙시장에 복어탕 골목이 있다. 낮은 지붕의 집이 다닥다닥 붙은 1960년대 분위기의 허름한 골목 안팎에 복어탕과 복수육, 복껍질회만 내는 전문 식당이 줄지어 있다. 콩나물만 넣고 맑게 끓여 내는 복어탕은 순 경상도식이다.




동해 오징어의 맛있는 변신

영덕 피데기


이맘때 영덕에서는 반건조 오징어가 제일 맛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피데기’라고도 하는데, 손질한 오징어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 2~3일 말려 만든다. 말캉말캉 씹히는 질감에 자꾸 손이 가며, 짜지 않고 맛이 고소해 질리지 않는다. 특히 무침, 볶음, 튀김 등에 물오징어 대신 사용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술안주로 즐길 때는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마요네즈 간장 소스에 찍어 먹어보자.


주변 볼거리 영덕 블루로드

영덕 대게공원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칼바람 부는 계절에는 자동차로 따라가보자. 푸른 동해의 풍광과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등 풍부한 볼거리가 즐거움을 더한다.




가격도 맛도 명품

거제 반건대구


대표적 겨울철 생선인 대구를 만나기 직전이다. 대구 조업은 거제도와 가거도 사이에 있는 진해만에서 이뤄진다. 진해만에서는 알과 이리, 내장을 빼고 며칠간 말려 반건대구로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구는 지방 성분이 적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나지만 살이 무르다. 대신 꾸덕꾸덕 말리면 수분이 증발해 살이 탄력이 있어지고, 미세한 발효 냄새가 더해지면서 풍미도 그만이다.


주변 볼거리 바람의 언덕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대 바람의 언덕은 도장포 어촌 마을의 풍경과 푸른 바다, 그림 같은 언덕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주차장에서 언덕까지 도보로 20분 소요되며, 거북손 같은 이색적인 먹거리도 만날 수 있다.




명태의 본고장에서 만든다

고성 코다리


고성은 예로부터 명태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명태는 ‘1어(魚)4색(色)4미(味)’라고 표현할 만큼 여러 음식으로 변한다. 그중 이맘때 꼭 맛봐야 할 것은 코다리다.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반건조한 것으로, 지방 함량이 낮아 살이 담백하고 쫄깃하다. 특히 코다리와 달짝지근한 양념이 어우러진 코다리조림은 밥이 술술 넘어가게 하는 밥도둑이다.


주변 볼거리 송지호

7번 국도를 따라가다 해안 절벽 위에 고고하게 자리한 정자 ‘천학정’을 지나면 바다와 마주 보고 있는 커다란 호수. 이국적인 자작나무와 울창한 갈대숲이 어우러진 풍광은 북유럽 어디쯤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근처 거진항 활어회센터에서는 동해안 제철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으니 꼭 들러볼 것.




강원도의 힘!

인제 황태


한파가 맹위를 떨칠 때쯤 인제 황태 덕장은 분주해진다. 덕장에 널린 명태는 영하 10℃ 이하의 날씨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노릇노릇한 황태로 변신한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해지는데, 올겨울 놓쳐서는 안 될 맛이다. 잡다한 재료를 넣지 않고 두부, 콩나물, 무만 조금 곁들이고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 끓인 황탯국 한 그릇이면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주변 볼거리 자작나무 숲

빽빽한 자작나무 숲길을 거닐다 보면 울적함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한 시간 정도 산책하려면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5~6시간 산책하려면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추천한다.




서해안 명물 ‘우럭젓국’의 주인공

태안 반건조 우럭


태안 사람들은 우럭을 회, 구이, 탕으로 먹기도 하지만 말려 먹는 우럭 맛을 최고로 친다. 특히 속풀이 해장은 물론이고 보양도 되는 우럭젓국을 으뜸으로 여긴다. 우럭젓국은 우럭을 꼬들꼬들하게 말린 뒤 무, 청양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등을 넣어 끓인다. 새우젓 때문에 구릿한 냄새가 나지만 국물은 시원하고 구수하다. 반건조 우럭 살은 쫄깃쫄깃하지만 씹을수록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주변 볼거리 안면도

바다와 일몰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섬 안면도. 안면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꽃지해수욕장은 전국에 낙조 명소로 이름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품고 있다. 물이 빠지면 조개, 고둥, 게 등을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어본 사람만 아는 그 맛

군산 박대


군산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박대구이를 최고의 요리로 친다. 하루 이틀 꾸덕꾸덕하게 말린 박대를 노릇하게 구우면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 박대는 여수에서 나는 서대와 생김새가 비슷해 착각하기 쉽지만 박대는 참서댓과, 서대는 가자미류에 속한다. 또 최대 30cm를 넘지 않는 소형 어종인 서대에 비해 박대는 최대 60cm까지 자란다.


주변 볼거리 근대건축 기행

내항 주변에는 근대 건축물이 여럿 남아 있다. 옛 군산세관은 유럽을 모방한 일본인들의 건축사를 잘 보여준다. 또 군산항 인근에 있는 근대건축관은 일제강점기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복원한 건물이다.




영광하면 생각나는 맛

영광 굴비


영광 법성포항구에는 예로부터 조기를 잡기 위해 전국 어선이 모여들었다. 법성포 굴비는 조선 시대 때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귀한 진상품. 요즘은 굴비를 만드는 방식이 다양해졌는데,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전통 방식부터 항아리에 겉보리를 담고 그 속에서 조기를 숙성한 보리굴비, 옥정수로 씻어낸 옥굴비가 대표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도 짭조름하고 농축된 고소한 육질이 으뜸이다.


주변 볼거리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16.8km를 뻗어가는 이 길은 영광 제1경으로 꼽힌다. 특히 칠산 앞바다의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크고 작은 섬을 바라보며 질주하는 맛이 있다.




회무침으로 먹는 별미

여수 서대

서대는 청정 지역인 여수 여자만과 봇돌바다에서 자망으로 잡는 생선이다. 가자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길이가 약간 더 길다. 여수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서대회를 대접한다. 굵게 썬 회에 마늘, 고추, 양파, 치커리, 부추, 상추 등 여러 채소를 섞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내는데,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주변 볼거리 오동도

약 12만 5620㎡(3만8000여 평)의 작은 섬이지만 그 속은 온통 별천지다. 동백나무 4000여 그루와 200여 종의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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