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귀환,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2023/03/25 – 2023/06/18 2023/07/21 – 2023/11/17
부산 드림시어터 샤롯데시어터
제작 S&CO, The Really Useful Group, 제작 S&CO, The Really Useful Group,
LOTTE ENTERTAINMENT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 손지수, 송은혜,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 손지수,
송원근, 황건하, 윤영석, 이상준, 김아선, 송은혜, 송원근, 황건하, 윤영석,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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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이윤희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유령’과 ‘팬텀’ 그리고 ‘괴물’
4. 인간의 산물
5. 연출과 무대장치
6. 마치며
<오페라의 유령>은 대한민국 공연계에 많은 의미를 남긴 작품이다. 뮤지컬 고급화와 동시에 저작권 의식을 똑바로 세운 계기가 되어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뮤지컬’하면 <캣츠>나 <지킬 앤 하이드>처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된다. 동시에 몇 년 전 월드 투어를 제외하고는 한동안 공연된 적 없었다. 그런데 2023년, 드디어 <오페라의 유령>이 막이 올랐다.
거스통 루르의 <오페라의 유령>이 원작으로, 프리마돈나인 크리스틴, 귀족 라울, 크리스틴에게 음악을 가르쳐 준 ‘유령’, 이 세 인물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오페라 뮤지컬이다.
라울과 크리스틴은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인이 되어 재회한다. 라울은 자작, 크리스틴은 프리마돈나였다. 둘은 기쁘게 재회했고 라울은 크리스틴과 만남을 이어가고 싶었으나 크리스틴은 비밀스러운 음악 선생님을 두고 있어 그럴 수 없었다.
극장에 나타나는 유령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던 카를로타가 다시 돌아와 주연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령은 카를로타가 아니라 크리스틴을 주연으로 내세우길 원했으나 새로운 극장주는 유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카를로타를 주연으로 세운다. 이후로도 극장주들은 유령의 요구를 꾸준히 무시한다. 덕분에 극장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떨어지고, 사람이 죽어 나간다. 그래도 두 명의 극장주는 유령을 처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라울도 유령을 처리하는데 합세한다.
그리고 유령이 직접 쓴 <돈 조반니>가 막이 오르고 배우로 몰래 변장한 유령이 크리스틴을 무대 위에서 납치한다. 라울은 크리스틴을 구하러 극장 지하로 내려간다. 크리스틴을 가르친 ‘음악의 천사’는 극장 지하에서 살던 유령이라 불리는 에릭이었다. 에릭은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로서 빛나면서 자신의 것이 되길 원했으나 크리스틴을 라울에게 보낼 수 없었다.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하얀 드레스와 면사포를 씌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다. 유령의 함정에 걸린 라울은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크리스틴이 라울을 살리기 위해 라울을 포기, 유령은 크리스틴과의 키스한다. 크리스틴과의 키스를 통해 유령은 라울과 크리스틴 모두를 그냥 보내준 뒤 정체를 감춘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이 하는 짓은 옳지 않으나, 마냥 비난하기 어렵다. 그의 집착은 분명 지탄받아야 할 부분이나 ‘유령’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지점에 더 집중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작품에 등장하는 유령이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이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유령’의 과거에 대한 부분은 많진 않다. 다만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살며, 크리스틴을 제외하고 누구 하고도 교류하지 않는다. 이유는 일그러진 얼굴 때문인데 그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모두 충격받을 정도이다. 어두컴컴한 극장 지하에 살며 정체를 숨긴 채,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데 제대로 된 감정 교류를 해본 적 없는 고립된 사람인 것이다. 그런 유령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며 많은 시간을 보낸 크리스틴은 빛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만약 크리스틴이 라울과 결혼한다면 자신을 떠날 테니 유일한 빛을 라울에게 뺏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페라의 유령> 속 ‘유령’은 뮤지컬 <팬텀>의 ‘팬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공통점을 가진다. (거스통 루르 작품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의 과거에 집중한 작품이 뮤지컬 <팬텀>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뮤지컬 <팬텀>은 엄연히 다른 작품이며 서로 상관없는 별개 작품이다. 더불어 이 글에서 <오페라의 유령> 속 유령은 ‘유령’, <팬텀>의 유령은 ‘팬텀’으로 통일한다)
팬텀도 유령과 사정은 비슷하다. 팬텀은 귀족 사생아 출생으로, 그의 어머니 벨라도바가 연인에게 버려졌다는 충격에 독약을 삼켰고 그 여파로 얼굴이 흉해졌다는 설정이다. 벨라도바는 극장 지하에서 흉한 모습의 아들을 사랑으로 돌봤다. 하지만 결국 어린 아들을 남겨둔 채 사망, 팬텀은 가끔 찾아오는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고립된다. 마찬가지로 음악을 가르쳐주며, 대화를 나누는 크리스틴이 유일한 빛이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원작 소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도 유사한 부분을 가진다. 제목의 <프랑켄슈타인>은 박사의 이름으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다. 그 창조물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프랑켄슈타인’이다. 박사가 만든 이 생명체는 원작에서도 이름이 없다. 그래서 ‘괴물’, ‘악마’, ‘크리처’, ‘피조물’로 불린다.
이 괴물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아름다운 신체를 모아 만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흉측한 모습을 가지게 된다. 박사는 자신이 만들었음에도 공포와 추악함을 느껴 피조물을 버리고 만다. 이후에 피조물은 박사를 찾아와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피조물은 원래부터 그렇지 않았다. 지독한 고독이 피조물을 잔인하게 만들었다. 박사에게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더 만들어 달라는 이유이다. 외적인 모습 때문에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립됐던 피조물은 자신과 똑같은 존재와는 이해하고 통할 것이며 고독해지지 않으리라 믿었다.
‘유령’, ‘팬텀’, ‘피조물’ 모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타인에게 배척당했고, 동시에 자신을 알아주고 교류하길 원했다. 전부 같은 상처를 가졌고, 희망하는 것도 같았다.
그들은 자신과 통하는 존재가 단 하나라도 있기를 원했다.
흉한 외모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던 그들을 보자면 통렬한 외모지상주의 비판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상충한다. 어쩔 수 없으면서도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이 인격 형성을 할 때 주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과 미는 사회가 정의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에 유령, 팬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일그러진 외모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잘 녹아들었다면, 비극적인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내리냐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그 기준은 달랐다. 그리고 그것들을 만든 건 인간들이다. 인격을 형성할 때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사회에 존재하는 기준은 인간들이 만든다는 점이다.
무대는 19만 원이라는 가격답게 프로시니엄까지 소품을 이용해 장식해 두었다. 장식은 아름다운 여인과 천사상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생각나게 하는 도리아 기둥이다. 이 장식들은 오페라 극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과거로 들어가면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단순히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몰입을 더 효과적으로 하는 역할도 겸한다. 이 프로시니엄 장치는 후반부에 크게 사용된다.
그리고 과거로 들어감을 알리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경매로 나온 이제는 낡은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와 찬란하게 빛나며 천정으로 올라가며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임을 알린다. 오페라 극장이라는 화려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이 샹들리에는 반대로 작품 중간에 추락하기도 한다. 카를로타의 두꺼비 같은 목소리 때문에 떨어지는 상황처럼 보이는데 이는 오페라 극장에서 가지는 유령의 힘과 마법 같은 재주, 크리스틴에게는 상냥하나 반대로 앞뒤 가리지 않는 잔혹한 성정과 더불어 이야기에서 극적인 상황을 제공한다.
또 유령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은 공중에 떠 있는 다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표현했고, 호수를 헤쳐야 나오는 유령이 기거하는 장소는 자욱한 연기와 움직이는 배로 표현했다.
기계를 이용한 연출은 상황을 제시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데 바로 유령의 능력과 집착을 보여주는 데도 사용된다. 먼저 거론한 프로시니움을 장식한 황금상 중, 사실 천사상에 유령이 숨어 크리스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유령답게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의 출연도 또 다른 볼거리다.
영상으로 공개된 25주년 기념 공연도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잊지 않게 했다. 다만, 영상 속의 규모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이번 한국에 올라온 라이센스 <오페라의 유령>은 초연의 규모와 비슷하게 올라왔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대극장 작품이니 분명 거대한 장치를 이용한 연출이 있으나, 사소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 <The phantom of the opera>, <Think of me>, <All I ask of you>와 같은 유명 넘버들과 화려한 연출,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이 가지는 이름값, <오페라의 유령>을 관극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