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머나먼 우주로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낯익은 얼굴들이 천천히 은혜의 시야에 들어왔다.
10년 만이었다.
그 순간 그녀의 온몸이 굳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나무가 된 듯했다.
한 명
또 한 명.
이제 마지막 한 명이 들어섰다.
그가 보였다.
은혜의 몸에서 천천히 힘이 풀렸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먹이를 앞에 둔 사자처럼 눈빛을 번쩍이며 으르렁 거리며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핼쑥하게 볼 살이 꺼진 채 퀭한 눈빛이 되어서 사막에 내다 버려진 바싹 마른 나뭇가지처럼 된 그들이 보였다.
그들은 은혜를 알아보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은혜야 우리가 정말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흑흑"
"그래, 은혜야 모두 다 지나간 일이잖아. 우리를 한 번만 봐주렴."
그들은 은혜를 향해서 손이 발이 되도록 전심을 다해 빌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스르륵 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둘씩 그들의 팔목에 쇠사슬이 연결되어 있는 수갑이 저절로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벌써 시간이 다 된 걸까?'
은혜는 아무 말 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혜의 꽉 다문 입을 보더니 그들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고 대신 무거운 침묵의 공기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빛이 비치기 시작했고 그들 앞에 그림자같이 생긴 무엇인가가 보였다.
'저건 뭘까?' 하고 은혜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악~ 으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어, 우리 어떡해"
은혜가 보니 땅 위에 어떤 게 올라와 있었다.
'저건 뭘까?'
은혜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집중하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은빛이고 유난히 반짝 반짝이는 집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조금씩 커지는 게 보였다.
그건 바로 알루미늄처럼 보이는 은빛모양의 새장 모양으로 보이는 감옥이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
발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은 아수라장 같이 변하고 말았다.
지잉-
감옥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체념한 듯 그들은 터덜터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하나 둘 조용히 감옥으로 들어갔다.
드르르륵 철컹 -
순식간에 감옥문에 커다란 황금 자물쇠가 채워졌다.
은혜는 그들이 감옥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10년이 넘도록 은혜의 심장을 꽉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가 탁 하며 서서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전기놀이할 때 피가 안 통하게 팔목을 누군가 잡고 있다가 팔목을 풀면 손바닥에 피가 한 번에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항상 가슴이 뜨거운 불을 담은 것같이 화끈거렸고 항상 콕콕 쑤시는 아픔이 있었던 은혜였다.
그들이 모두 다 감옥 안에 들어가고 황금 자물쇠가 철컥 잠기자 와르르하고 내면의 벽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은혜에게 들리는 듯했다.
그때 시간 안내자가 자기 손목시계를 보며 무거운 입을 떼었다.
"은혜 씨, 우리에게는 약속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결정을 하셔야 해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 말을 듣자 은혜도 고민이 많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반지르르 윤이 나는 감옥 문을 서성거리며 한 손은 팔짱을 낀 채 다른 손은 엄지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골똘히 생각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은혜는 활짝 웃는 얼굴로 천천히 감옥문으로 다가갔다.
은혜는 말했다.
황금 자물쇠를 만지작 거리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게
"안녕"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는 이 방법이 최선인듯해"
"그동안 고마웠어. 당신들 덕분에 진짜 우리 아빠를 찾았거든"
"잘 가"
말을 마치고 은혜는 있는 힘껏 힘을 주어서 땅 위에 붕 떠있는 감옥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머나먼 우주로"
말하고는 새장 모양의 감옥을 로켓 발사하듯이 하늘 높이 멀리 던져버리는 은혜였다.
벌써 오래전에 끝났다고 은혜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이 나와서 놀랐다.
저벅저벅-
방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삐걱-
문이 열렸다. 쏟아지는 환한 빛.
눈이 부시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역광 때문에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들, 이번에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