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전부 다..
“그래,
마음껏 풀어버려”
“다 비우니깐
채워지더라.”
“나 때문이야”
“그게 무슨 말이니?, 은혜야.”
“나 때문에.. 비 오는 날 우리 엄마가 죽어버렸어.”
그녀는 오랜 시간 참고 있던 허리에 묶인 묵은 감정들을 꽉 쥐고 있던
마지막 끈을 한 번에 놓아버린 듯했다.
“아..”
‘네가 빗방울을 크게 그린 이유가 있었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고 있는 은혜를 있는 힘껏 꼭 껴안아 주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니..’
동네언니는 어느새 목이 메었고, 눈물이 볼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 끝을 톡 쏘듯 서서히 퍼지는 라벤더 향기와 함께 그녀의 울음소리와 창 밖에 빗소리와
뒤섞여 하나 되어 오랜 시간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얼마나 울었던지 은혜 얼굴과 동네언니 얼굴은 온통 눈물이랑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그들은 함께 앉아있었다.
동네 언니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은혜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한참을 흐느끼며 우는 은혜가 진정이 될 때까지 언니는 은혜의 어깨를 계속 토닥여주었다.
은혜가 휴지로 콧물을 ‘팽’하고 풀어버리기 시작하자 동네 언니가 입을 뗐다.
“은혜야, 이젠 괜찮아졌니?”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게 좀 더 자세히 말해줄래?”
은혜는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엄마는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은혜는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며칠 전에 아빠와 엄마가 다투었는 데 책상 모서리에 배를 부딪힌 일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뒤 은혜 엄마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말하셨다.
그녀 엄마는 밥을 3~4 수저로 드신 후 국물을 떠서 드시는 가 싶더니 얼굴을 찌푸리시고 들었던 숟가락을
조용히 상에서 내려놓았다.
“엄마 어디 아파?”
은혜도 수저를 내려놓고 주전자에 물을 따라서 컵에 부은 뒤 엄마 앞에 내려놓았다.
“아니야, 괜찮아, 오늘따라 영 입 맛이 없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던가, 내일이라도 당장 병원에 가, 알았지?”
그녀는 얼굴이 붕어빵처럼 되어서는 소리치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괜찮아, 엄마는 괜찮을 거야.”
라고 되네이며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모든 두려운 생각들을 억지로 떨쳐버리고 있었다.
은혜엄마는 몇 주 동안 통증을 참고 있다가 복통이 사그라들지 않자 병원에 가서 결국 대장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그날 저녁 은혜는 친구랑 통화를 하는 데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친구가 서운했다.
그녀는 친구랑 같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항상 집으로 같이 걸어갔다.
그날은 친구가 남자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먼저 가버렸기 때문에 은혜도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속 좁기는 다시는 너랑 안 만나, 연락하지 마.”
친구는 미안한 말 되신 오히려 은혜에게 소리를 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뚜뚜..”
“하.. 미안해라고 말해주면 어디 덧나냐?”
그녀는 끊어진 핸드폰에 말을 하더니 힘없이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따라 별들이 나란히 손을 잡은 것처럼 더욱 노란색으로 밝게 빛나보였다.
은혜엄마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날밤에 불을 끄고 누운 채 베개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데 문이 열리며 그녀 엄마가 옆에 누웠다.
그녀는 돌아누워서 옷소매로 재빨리 눈물을 훔쳐 닦았다.
엄마가 은혜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은혜야, 아까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아까, 친구랑 싸우는 것 같던 데, 무슨 일이야?”
엄마가 은혜 어깨를 토닥여 주자 은혜가 엄마를 마주 봤다.
“엄마, 왜 친구는 내 진심을 모르는 걸까?”
그녀 눈에 눈물이 또르륵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이리 와, 속상했지? 엄마가 기도해 줄게.”
그녀 엄마는 은혜를 꼭 안아 주고 오른손을 은혜 머리 위에 얹고는 왼손을 가슴에 올려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우리 은혜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 다 아시지요? 오늘 은혜가 친구와 다퉈서 속상한 일을 겪었어요.”
“앞으로 은혜가 마음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세요. 주님이 언제나 은혜와 동행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엄마, 정말 고마워. 엄마가 기도해 주자 가슴에 ‘후욱’하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듯해.”
“아까보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어.”
“정말?, 다행이다.”
엄마는 은혜에게 팔 베개를 해주고 마주 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은혜야, 엄마가 어디를 멀리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어디 가려는 데?, 엄마, 나도 같이 갈래.”
“응, 멀어서 너는 같이 갈 수 없는 곳이야.”
그녀에게 말을 하는 데 엄마 목소리가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배가 너무 아파서 동네 병원에 갔어.”
“오늘 검사 결과를 들었는 데 의사 선생님이 장폐색인 것 같다고 말하셨어.”
“장폐색?”
은혜는 엄마 소리를 듣자 깜짝 놀라서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
“응, 의사 선생님이 장이 괴사될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빠른 시일 안에 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어”
그녀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날의 감정들이 소환되는 듯 잠깐 멈췄다.
“정말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난.. 왜 이리 바보 같은 걸까?”
그녀는 말하면서 그 당시의 일들이 떠올라 감정들이 흘러나오는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은혜야, 그때 느낀 감정을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조금 더 이야기할래?, 힘들면 오늘은 그만해도 돼..”
언니가 은혜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동네언니는 다시 휴지를 가지고 와서 은혜 손에 쥐어주면서 옆에 앉았다.
“나도 몰랐는 데, 우리 엄마는 나중에 알고 보니 대장암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었어.”
은혜는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아내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엄마도 수술하면 나을 줄 알았거든. “
“알고 보니 엄마는 대장암이셨어.”
“저런, 어떡하니?”
은혜는 멍하니 창 밖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보호자 의자에 누워 있었고 그녀 엄마는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똑똑”노크 소리가 들렸다.
“은혜야, 일어나 봐, 누가 왔나 보다.”
엄마의 소리를 듣고 은혜가 슬리퍼를 신고 눈을 비비며 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녀의 친구가 음료수를 들고 병문안을 와서 은혜와 같이 천천히 걸어서 엄마 곁으로 왔다.
어쩐지 그녀의 엄마 모습을 보고는 침대 앞을 보더니 친구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은혜는 그녀 엄마에게 친구를 소개하고 서로 인사를 했다.
“엄마, 예전에 만났지? 이 친구는 김지우야.”
“아, 지우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은혜 친구 김지우예요.”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지우는 은혜에게 한쪽 눈을 윙크하며 손으로 콕콕 옆구리를 찔러댔다.
“엄마, 잠시만 기다려봐, 친구랑 이야기하고 올게”
그녀는 친구와 엄마 침대 곁에서 나왔다.
“왜, 무슨 일이야?”
친구는 은혜 귓속에다가 이야기했다.
“은혜야, 너희 엄마 장폐색으로 수술하신 거라고 했지?”
“응? 맞아.”
“은혜야, 놀라지 말고 들어봐, 내가 보기에는 너희 엄마 대장암이신 것 같아.”
“뭐라고? 네가 어떻게 알아?”
“그게 장루를 하셨잖아.”
“아, 저거 잠깐 하신 거야.”
은혜는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다행이고..”
지우는 말끝을 흐렸고 은혜는 말하면서 몸이 떨려서 발끝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갑자기 병실 앞에서 누군가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혼자 병원 전세 냈나? 왜 큰 소리를 내고 그래?”
밖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는 데 어디선가 들은 익숙한 말투였다.
‘어라,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데.. 어디서 들었더라? 설마..?’
오빠 두 명이 씩씩거리며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너 말 다했어?”
“빨리 결정해, 엄마는 암이라고 암.”
큰 오빠가 작은 오빠 멱살을 잡고 한 대 치려고 했다.
“너희들, 그만두지 못해.”
소리가 나는 쪽에 그녀 엄마가 친구 부축을 받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은혜와 엄마가 앞서고 오빠들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늘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흰 구름은 새들이 떼로 날아다니는 듯했다.
멋을 한껏 부린 나무들은 무거웠는지 알록달록 물든 마른 낙엽들을 바람의 손길에 따라 창 문 밖에서는 하나 둘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녀 엄마는 부축을 받아 침대에 앉으며 창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하.. 내가 암이었구나.”
오빠들은 은혜 엄마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얘들아, 앞으로 난 더 이상 병원 진료는 안 할래.”
“이번에 퇴원해서 집에 가면 멀리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라고 말하며 멍하니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셨다.
지우와 은혜는 엄마에게 인사를 한 뒤 병실에서 로비로 나왔다.
사실 은혜 오빠들이 말다툼한 것은 큰 병원으로 옮길 시기를 놓고 한 거였다.
그녀는 병원비가 부담되어서 오빠들이 다툰 거라고 생각하며 친구에게 말했다.
“지우야, 미안해, 너한테 못 볼꼴을 보여주었어.”
“우리 엄마 말이야, 자신의 행복은 뒤로 한 채 가족들을 위해 평생 애쓰며 사셨어.”
”결국 헌신짝 대접을 받고 있네.”
그녀는 자신에게 당부하듯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우야, 나는 앞으로 절대 가족들을 위해 나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살지는 않을 거야.”
그때 당시에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한 말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하게 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