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똑똑!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노란색별
새로미라는 붉은 글씨 사라진 줄 알았다.
괜찮아. 찾았으니까..
고여있던 눈물은 멈춘 줄 알았다.
틈새 사이로 상처가 새어 나왔다.
“똑똑 “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말하며 동네 언니가 문을 열으니 그녀가 화분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연핑크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은혜였구나, 어서 들어와.”
“정말 예쁜 꽃이구나. 고마워”
언니는 그녀에게서 꽃을 건네받아 탁자에 올려놓았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오니?”
동네 언니는 핑크색 소파에 그녀는 언니를 따라오더니 파란색 소파에 앉았다.
“언니, 늦었지만 사무실 개업을 축하해.”
“고마워, 은혜야 어쩐지 이 꽃이 너랑 닮아 보여.”
“프렌치 라벤더 꽃이야, 꽃말이 뭔지 알아?”
“응? 꽃말이 뭐야?”
“나도 몰라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머나, 멋진 말이구나.”
“언니와 이곳을 찾는 누군가가 이 꽃을 보면서 설레는 일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져왔어.”
“어때?, 마음에 들어?”
“은혜야, 정말 고마워.”
“기다림이라..”
동네언니가 작게 되네였다.
“방향제로 많이 쓰이는 꽃으로만 알고 있었어, 그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아..”
동네언니가 꽃의 의미를 말하자 화장실이 떠올라 둘 다 크게 웃었다.
“은혜야, 잠깐 기다려봐. “
동네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초콜릿이 함께 있는 과자 바구니를 가져와서 은혜 옆 자리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서 눈을 감고는 탁자에 있는 라벤더 꽃향기를 깊게 맡기 시작했다.
“음.. 풀숲에 서 있는 것 같아”
“보라색은 왕의 색깔이잖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정말 고마워, 은혜야.”
동네 언니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었다.
“우리 달달한 과자 먹으면서 오늘도 멋지게 그려보자.”
언니는 초콜릿이 든 막대 과자를 은혜에게 손으로 내밀었다.
“우와, 나 이거 진짜 좋아하는 데, 먹을 때마다 바사삭 소리가 나서 자주 먹어.”
과자 봉투를 뜯어서 입안에 넣고는 바사삭 소리를 내며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나도 졸릴 때 이 과자 먹으면서 잠이 확 달아난 적이 있어.”
그때 휘이잉 바람 소리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동네 언니가 창 밖을 봤다.
“은혜야, 너는 어떤 날씨가 좋니?
“난 태풍 오기 전에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 진짜 좋아해.”
“어렸을 때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바람이 온몸에 스며들었어.”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았어.”
바람이 거세게 불면 사람들은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말하면서도 그녀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동네 언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태풍 같은 바람이 불 때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녀에게 바람은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도 괜찮은 순간이었다.
평상시에 움켜쥐고 있던 감정들이 거센 바람 앞에서는 자유롭게 풀어졌기 때문이다.
밖에서 천둥이 치더니 툭툭 빗방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은혜야, 오늘 같은 날씨는 어때?”
“언니, 비 오는 날씨는 별로야, 신발이 다 젖은 적이 있거든.”
“잘됐다. 오늘의 날씨를 주제로 그려보자.”
“왜? 난 비 오는 날 그리기 싫어.”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서 그리려는 거야”
“그리면 달라 보일 수 있어. 어때?”
동네언니는 웃으면서 크레파스 뚜껑을 살며시 열어 주었다.
”알았어, 언니.”
그녀는 탁자 앞에 있는 미술 도구에서 크레파스를 붙잡고는 그림을 쓱쓱 그리기 시작했다.
은혜가 크레파스로 움직일 때마다 동네언니는 고개를 기울이며 들여다봤다.
“은혜야, 다 그렸어?”
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네 언니가 스케치북을 당겨 들었다.
“살아있어.”
“종이 위에 그림들의 사연이 엿보여.”
“언니, 말 들으니까 점점 그리는 게 재미있네. 고마워”
“이 그림은 어떤 그림이니?”
“응, 비를 피하는 모습을 그렸어.”
“아, 여기 앉아 있는 소녀가 너였구나.”
“그렇구나, 혹시 이 그림과 관련해서 어떤 일이 기억나는지 말해줄래?”
“학교 마치고 집에 오는 날 비가 와서 비가 멈추길 기다리고 있는 거야.”
동네언니는 은혜의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사람들 표정을 보니 오랜 시간 있었던 걸까?’
’어, 저건..’
생각을 멈추고 동네 언니는 그림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은혜야, 그림이 어때 보이니?”
“응, 비가 많이 내리는구나 싶어.”
그녀의 말은 마치 자기 내면의 그늘진 면을 슬쩍 확인하는 한숨처럼 들렸다.
실제로 그녀의 시선은 그림 그 자체보다는, 그림 속에서 쏟아지는 비에 더 깊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 나도 그래 보여.”
조용히 맞장구를 하며 동네 언니는 그림에서 한 곳을 가리켰다.
“은혜야, 여기 볼래?”
“비가 내리는 데 빗방울이 어때 보이니?”
“응?”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그리기도 해.”
”비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삶에 대한 어려움을 나타내기도 하거든.”
“너는 어려움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
동네언니는 은혜의 마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빗방울을 이렇게까지 크게 그리는 건 드물어.’
‘비가 오는 날 남모르는 상처가 있었던 것 걸까?’
“은혜야, 도대체 비 오는 날 어떤 일이 있었던 거니?”
그녀는 언니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한참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손 안에서 “뚝뚝” 투명한 뭔가가 무릎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