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문

제8화 저곳으로

by 금그물

그녀 엄마는 오랜 세월 닭집에서 주방일을 했었다.

하루 동안에 수십 마리의 닭을 펄펄 끓는 기름통에서 튀겨내느라 늘 옷은 땀에 푹 절었다.

보라색 고무 슬리퍼가 편하다고 항상 신고 서서 일을 하다가 동상에 걸렸다.

그녀 엄마는 민간요법으로 식초를 세숫대야에 물과 희석해서 아픈 발을 달랬다.

어쩌다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하나같이 발가락을 잘라야 한다고 말해서 진통제만 겨우 처방받고 나올 뿐이었다.




은혜는 엄마가 붙인 밴드에서 피가 스며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엄마... 피 나, 병원 가야 하는 것 아냐?”

“아니야, 이 정도는 뭘 ”

그녀 엄마가 손으로 꾹 누르자 선홍색 핏빛이 갈색으로 비치며 잦아들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알았는지 서랍을 열어 끝이 닳은 면장갑을 꺼낸 후 고무장갑 안에 끼고는 말했다.


“짜자잔, 감쪽같지?”

아무렇지 않은 듯 장갑 낀 두 손을 환하게 활짝 펼쳐서 그녀에게 보여주고는 방으로 사라졌다.

장갑 속에 욱신거림을 숨기고 아이의 시선을 더 챙기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혜 가슴엔 또 하나의 검은 딱쟁이가 내려앉았다.




그녀 엄마는 속옷들은 항상 빨래솥에 넣어서 삶으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셨다.

찌개나 국도 곰솥에다 한 솥을 가득 끓이셨다.

하루는 은혜 오빠가 군대에서 휴가를 와서 먹고 싶은 음식으로 육개장을 말했다가 식구들은 삼일동안 같은 국을 먹어야 했다.

은혜엄마가 커다란 곰솥 냄비에다가 육개장을 한 솥 끓여 놓으셨기 때문에 오빠가 나중에는 저녁 자리를 일부러 피한 적도 있다.


장갑으로 자신의 상처는 가리고, 맺고 끊는 것에 단호했던 그녀 엄마는 가족들에게 말없이 잔물결 같은 동을 오래 남기곤 했다.




이젠 그녀 엄마가 암 환자로 지내게 되었다.

수술을 마치시고 병원에서 퇴원하시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데 그녀 엄마는 밀린 집안일을 하셨다.

하루는 은혜가 밖에 나갔다오니 집 현관이 깨끗하게 빗질되었고, 현관문 한쪽 곁에는 조카 실내화 한 쌍이 물이 뚝뚝 떨어지며 새하얗게 변한 옷들이 빨랫줄에 줄줄이 걸려있었다.

은혜가 집안에 들어서니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나고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 텐데...”

말하고는 서둘러서 가스레인지를 끄러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갔다.

알고 보니 엄마가 곰국을 손수 끓이신다고 냄비 뚜껑이 끓으면서 부딪히며 내는 소리였다.

엄마는 청소기를 밀고 있었다.

“엄마, 제발!”

그녀가 엄마를 보고 소리쳤다.

“이래야 나도 마음이 편해서 그래.”


병원에서 퇴원하시고 2~3일 안정을 취하시다가 밀린 집안일을 하시는 은혜엄마셨다.

그녀는 걱정돼서 엄마에게 한 말이었지만 엄마가 집에 돌아오시자 햇볕에 널어둔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차가운 냉돌 바닥에서 온기가 도는 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엄마랑 함께 하니 보라가 날리는 데 구들방에서 고구마를 먹는 착각 속에 풍덩 빠져든 듯했다.

“요즘 주변에 암이 완치된 분 많더라,

괜찮을 거야....”

은혜와 그녀 엄마, 가족들은 매서운 한파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데 알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녀가 교회를 다니면서 주변 친구들을 부러워 한참을 멈춰 서서 바라본 때가 있었다.


바로 부모님들이 자녀들 머리 위에 손을 얹는 순간이다.

“축복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말할 때이다.

은혜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도요, 저도 부모님께 저 친구들처럼 축복받으며 안수기도받고 싶어요.”

그녀는 조심스레 엄마에게 교회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사실 그런 때가 예전에도 있었다.

“엄마.. 우리 교회에 같이 가면 안 돼?”

“나는 교회는 안가, 너나 가라.”

교회 가자는 말에 얼음장이 살갗에 닿듯이 차갑게 쏘아보며 말하는 그녀 엄마였다.

은혜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에 열심히 있었고 주말에는 바쁘게 지냈다.

토요일에는 청년부 모임을 가졌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식구들은 주말에 외식을 자주 가시곤 했는 데 교회에 가야 해서 은혜는 갈 수 없었다.

식구들도 그녀에게 몇 번은 같이 가자고 말했다.


재는 원래 안 가니까.. 열혈 신자 났어.”하면서 은혜를 가족들의 모임에서 하나 둘 점차 자연스럽게 빼버리기 시작했다.

은혜의 엄마는 미용실에서 교회 사람들을 보면 하나님에 대해서 설전을 벌여 민망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은혜엄마가 달라졌다.

동네 근처 교회에 스스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 엄마는 동네 교회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자신이 등록할 교회를 알아보던 상태였다.

은혜엄마는 간절한 마음에 혼자서도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당시에 은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교회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그녀는 변화된 엄마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그녀가 기존 교회를 가려고 신발을 신고 있는 데 엄마가 배웅을 나왔다.


“은혜야, 잘 다녀와”

라고 말하는 데 어쩐지 그날따라 마음에 걸렸다.

“엄마, 오늘도 교회 갈 거지?”

“응. 알았어. 너 말대로 엄마 오늘도 교회 갈 거야.”

“엄마, 다녀올게.”하고 인사하고 나오는 데 은혜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가족들은 아무도 안 가는 데 엄마는 아프기 시작하면서 아직 교회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교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암 투병을 하기 시작하면서 안 그래도 말랐는데 아침에 자신을 배웅하며 나서는 엄마가 입은 원피스가 바람이 ‘휭’ 불자 헐렁해져 깃발처럼 펄럭거리는 게 유난히 신경이 쓰였다.


그녀의 발은 빠르게 교회로 향하고 있는 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무거워져 억지로 한쪽 발을 질질 끌면서 자신이 섬기는 교회로 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은혜는 섬기던 교회를 나와 그녀는 엄마와 함께 동네 교회에서 엄마와 같이 예배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토록 은혜가 간절히 원했던 기도제목, 부모님께 받는 축복의 마음을 담은 안수기도를 받는 꿈같은 일들이 앞으로 계속 이뤄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 엄마 꼭 치료해 주실 거야.’ 생각하며 그녀의 마음속 믿음도 ‘활활’ 불타올랐다.

은혜는 엄마와 같이 예배를 같이 가기로 마음먹기는 했는 데 생각만 무성한 가지처럼 많을 뿐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서 예배 생활을 하면 자유롭게 교회를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낯가림이 심해서 성도가 많이 있는 교회는 다니기 힘들 것 같았다.

새로운 교회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녀가 어려서부터 다니던 교회여서 은혜도 정이 들었고 개척교회여서 성도들도 많지 않아 가족 같이 느껴졌다.

제일 먼저는 목사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하나님을 알게 해 주신 분이신데 은혜는 갚지 못하고 자신이 교회를 떠나가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은혜 엄마는 초신자나 다름없으셨다.

거기다 몸도 아프셔서 옆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상태 셨기 때문이다.


결국 은혜는 자신이 섬기던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에게 자신의 황을 말씀드린 후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엄마와 함께 동네 교회로 다니기 위해서...

당시에 은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교회에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주일날에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근처에 마침 교회가 보여서 엄마와 같이 다녔다.


감사하게도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엄마 마음에도 천천히 변화가 생기는 듯했다.


은혜와 그녀 엄마는 집에서 버스 타고 가기에는 거리가 가까워서 운동할 겸 대화하며 같이 걸어 다니는 방향을 택했다.

동네교회를 가는 길에 근처에 오래된 성당이 있었다.

그날따라 성당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녀 엄마가 말하기 시작했다.

“은혜야, 성당이 여기 있네.”

“엄마, 원래 성당 있었어.”

그녀 엄마는 은혜와 어렸을 때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던 일들을 기억하고 이야기했다.

“기억나니? 예전에 너랑 같이 미사 드리러 성당 갔다가 성체를 떡이라고 하면서 먹고 싶다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엉엉’ 울었던 일 말이야.”

“응, 동그랗고 흰떡처럼 보여서 먹고 싶었는 데...”

“생각해 보니.. 그 미사가 마지막이었어, 지금 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엄마는 성당 안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싶어 하시는 눈치셨다.

그녀 엄마는 결혼 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일 학교 선생님이셨고, 은혜아빠랑 결혼하시면서 남편의 종교를 따라 천주교로 개종을 하셨다.

결혼하면서 성당에서 세례명을 받으셨는 데, 은혜아빠는 요셉이셨고 그녀 엄마는 마리아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은혜 엄마는 미용실이나 가게에서 교회 사람들을 만나면 교회의 잘못된 점을 지적을 하시면서 비판을 하신 곤 했다.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다가도 교회 이야기가 나오면 크게 화를 내셨다.

예전에 미용실을 갔었는 데 그녀 엄마는 화를 크게 내신 적이 있었다.


“은혜 엄마, 속상한 일 많지? 이번 기회에 교회 가자.”

“차라리 내가 성당을 가면 갔지, 다시는 내 앞에서 교회 이야기 꺼내지 말아요!”

은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 교회를 다녔다고 들었는 데 무엇이 엄마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은혜는 엄마의 하나님께 대한 변해버린 믿음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었다.

하루는 은혜와 은혜엄마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을 향해서 걸어가던 일이 있었다.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은혜엄마가 먼저 입을 떼었다.


“은혜야, 이제 엄마는 교회를 안 갈 거야.”

“엄마 교회 잘 다녔잖아, 갑자기 왜 그래?”

깜짝 놀란 눈빛으로 은혜가 엄마에게 물어봤다.

“저기 보이니?”

은혜 엄마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커다란 성당이 보였다.

“앞으로 저곳으로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