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엄마”
그녀는 엄마랑 같이 다니기 위해서 기존 교회를 떠나왔다.
은혜엄마가 가리킨 곳은 성당이었다.
“엄마, 우리 교회 등록 마친 지 얼마 안 됐어, 갑자기 성당으로 가겠다니 왜 그러는 거야?”
은혜는 엄마의 달라진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회에서 감사합니다, 오늘 은혜 많이 받았어요.”라고 오늘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그녀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야 돼.. 엄마, 제발... 같이 가자.”
신호가 바뀌었는 데 은혜가 멈춰 서서 발을 동동 거리며 엄마에게 울먹거리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안가, 이제부터 안 갈 거야, 다리가 아파서 못 가겠다, 앞으로 너나 가라.”라고 은혜 엄마는 소리치며 말하고는 씩씩 거리며 달려가듯이 혼자 빠른 걸음으로 그녀보다 앞장서서 걸어가셨다.
알고 보니 동네 교회에 같이 가긴 했는 데 사람들과 일대일로 대면을 하며 교회 생활을 적응하는 게
힘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녀 엄마가 어렸을 때 하나님을 믿었던 모습과 그녀 아빠와 결혼 후에 펼쳐졌던 삶의 전쟁의 기억들을 같은 교회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혜엄마는 성당에 가서 시간이 되는 날 아무도 모르게 신부님께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교회에서는 강대상에서 선포된 말씀을 통해 거울을 보듯이 자신에게 흠이 있는지 비춰보고 사람들과 나눔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들을 점검하며 하나씩 바꿔서 수정해 가야 하는 불편한 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 젖은 낙엽을 빗자루로 쓸어대면 끝까지 남는 나뭇잎들이 꼭 한 두장씩 있는 데 마치 안간힘을 써서 억지로 떼어내야 하는 듯했다.
어느 날 기도원에 은혜와 은혜엄마는 같이 가게 되었다.
은혜에게 기도원은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힘들거나 막막한 상황이 있을 때면 혼자서 왔었던 쉼터 같은 곳이었다.
처음 기도원에 왔을 때 은혜는 하나님을 향해 주변에서 크게 부르짖어 기도하는 사람들의 통성 기도가 낯선 모습이라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도원에 오는 사람들은 기도가 절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파서 치유받기 위해 오는 사람들, 빚 때문에 오고 갈 곳 없는 사람들, 직장 문제를 두고 오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믿음은 들으면서 나온다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간증들을 들으면서 그녀 삶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하나 둘 기도의 응답을 받으며 이곳에서 그녀의 믿음도 자라났다.
은혜에게 기도원은 점차 누구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속 시원히 기도할 수 있는 비밀 아지트 같은 곳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장폐색 수술을 마치고 나서 암이라는 사실과 함께 그녀 엄마가 이제 한고비 넘겼나 싶었다.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하니 대장암 초기인 줄 알았는 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얼마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병원에서 들어서 은혜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막내딸의 설득에 기도원에 갔다.
은혜는 엄마랑 같이 기도원에 가서 그녀 엄마를 홀로 두고 나와야 했다.
그녀가 엄마 곁에서 기도하는 데 이게 엄마와 하나님이 일대일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음날에 회사를 가야 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기도원에 혼자 두고 나왔다.
은혜는 기도원에서 나와 밤에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수 없이 생각했다.
‘엄마 혼자 놓고 가도 되는 것일까?’
‘내일 회사 마치고 일찍 오면 돼, 별일 없을 거야.’
은혜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집으로 향했다.
그녀 엄마는 딸과 지내며 좋은 점도 있지만 사실 불편한 게 더 많았다.
은혜가 곁에서 자신의 기도를 엿들을까 봐 자신의 속 안에서 곪아버린 오래된 상처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도무지 혼자서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다.
은혜가 차를 타고 집으로 가버리자 허무함이 밀려오며 오직 하나님과 자신만 보였다.
그녀 엄마는 한숨과 함께 짐 지고 있던 삶의 보따리들을 하나님 앞에서 낱낱이 쏟아낼 수 있었다.
하나님께 상의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살아온 것, 믿지 않는 남편이랑 쉽게 결혼한 것, 자신의 상처로 교회 사람들도 비판한 것, 남편을 만나서 친정에는 발길도 뚝 끊고 40년 가까이 살아온 한 풀이 인생들을 하나하나 하나님 앞에서 간절한 기도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 후 자신의 힘든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원망하는 마음이 커서 교회 사람들도 멀리하며 힘들게 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은혜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기도원에 혼자 있게 된 날부터 그녀 엄마는 당장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그녀의 핸드폰을 계속 두드렸다.
그녀는 일에 치이기도 하고 일부러 엄마의 전화를 피했다.
이틀째가 지나고 삼일째인데 핸드폰이 조용해졌다.
은혜는 걱정이 되어서 출근하자마자 회사에 이야기하고 조퇴를 하고 기도원에 가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뚜뚜-
통화 신호음이 울렸다.
“엄마, 괜찮아?”
“응, 잘 있어.”
“하하하, 그래서 말이야.”
주변에서 커다랗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누구 있어? 오늘 회사에다 조퇴 신청했어, 바로 기도원으로 갈게..”
“아니야, 안 와도 돼”
“너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하고 시간 보내는 중이야.”
은혜가 통화를 끊고 기도원으로 달려갔을 때 그녀 엄마는 목사님들과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와 엄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아셨기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지도해 주시고 있었다.
마음을 찢으며 하나님께 솔직하게 나아갈 때 그녀 엄마에게 지나 간 시절의 절절한 회개를 통해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고 하나님은 그녀 엄마에게 은혜의 단비를 적셔 주시고 계셨다.
은혜 엄마는 기도원에 다녀오신 후 마음이 부드러운 옥토 밭으로 변해있었다.
기도원에 다녀오신 후에는 교회에 안 가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다.
거리가 멀어서 못 다니겠다고 말했던 교회 가는 길은 은혜 엄마에게 주님과 함께 꿈을 꾸며 대화하는 산책길, 자신과 가족들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로 올려 드리는 기도길이된 셈이었다.
은혜는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컸다.
기도원에 다녀오신 후 은혜엄마의 하나님을 향한 마음은 확고해졌지만 은혜 엄마의 몸은 수척해지셨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혜엄마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은혜는 가족들에게 아픈 엄마를 기도원에 데려가서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원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나님은 은혜와 은혜엄마를 급속하게 인도하고 계셨다.
엄마는 건강이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고 은혜 가족도 점차 병원비가 부담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 그녀 아빠는 용달업을 하셨는 데 음주운전에 걸려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한 명은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한 명은 너무 아프다고 힘들다고 빨리 본향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의 두 기도가 동시에 하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두 개의 기도가 하나로 동일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녀 엄마는 기도원에 다녀오신 후 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수술 일정을 잡았다.
은혜는 답답한 마음에 교회 전도사님께 전화를 했다.
그녀 엄마가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 교구 목사님의 기도를 받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교회 교구 목사님이 수술 전날 미리 전화를 주셨다.
내일은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전화로 기도해 드리겠다고 엄마에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셨다.
스피커폰을 통해 그녀가 엄마와의 통화 내용을 곁에서 들었다.
‘왜 목사님께서 엄마에게 오셔서 기도 해주지 않으시지?’
은혜는 목사님께 서운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교구 목사님은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 백 부장의 믿음의 행동에 대해 먼저 말씀하시고 그녀 엄마에게 기도를 해주셨다.
목사님이 기도해 주실 때마다 “아멘” 하고 눈 밑이 촉촉이 젖어서 응답하시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원망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그녀도 “아멘”하고 곁에서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같이 응답을 했다.
다음 날 수술하는 엄마보다 은혜가 긴장을 더 많이 했다.
보호자는 수술실에 갈 수 없게 되어 있어서 대기자실에서 그녀는 환자 이름이 나오는 수술실 전광판을 보며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수술 예상시간을 물어보니 대수술이 될 예정이라고 대략 4~5시간은 훌쩍 넘을 것이라고 들었다.
전광판에 엄마 이름 석자가 보이자 그녀는 안절부절못하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하나님, 저희 엄마 수술 무사히 마치게 해 주세요.”
입술을 작게 속삭이며 계속 같은 기도를 하늘에다 하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데 방송실에서 안내 멘트가 들렸다.
“최사랑 보호자님, 수술실로 급히 오세요.”
그녀 아빠가 곁에 앉아 있다가 빨간색 수술실이라고 크게 글자가 써져 있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수술실 전광판에 나와 있던 최사랑 그녀 엄마 이름은 사라지고 얼마 지나 회복실로 갈 것이라는 문구가 떴다.
‘무슨 일이지?’
‘대수술이라고 알고 있었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