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제발...”
장폐색으로 시작되어 말기암까지...
기도원에서 엄마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사랑을 입어 괜찮을 줄 알았다.
4~5시간 예정이던 대수술은
...
수술실에서 집도하는 의사가 그녀 엄마의 배를 개복하고 보니 노란 깨가 가득했고 장기에 이미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그녀 아빠에게 수술실 상황을 알리고 동의를 얻은 후 수술 진행을 더 이상 하지 못했다.
병원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러 잠깐 집에 왔을 때 그녀 아빠는 황토색 네모 탁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빠,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는 한쪽 손으로 코를 막으며 은혜가 아빠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물건들을 챙긴 후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 데 아빠 뒷모습이 흔들렸다.
“은혜야, 너희 엄마, 안에 죽은 피가 죽은 피가.. 너무 많더라. 흑흑...”
“나, 엄마 병원에 있을 거야.”
말하며 병원을 향해 뛰어가는 데 얼굴에서 물 주기가 흐르고 그날 밤 그녀를 비춰주는 하늘의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날 이후 은혜 엄마는 막내딸과 함께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은혜는 성경책을 엄마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말이 어눌해지셨고 똑바로 걷는 것을 못하시게 되어 가족들은 걱정되어서 MRI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그녀 엄마는 급속하게 암이 뼈까지 전이된 상태였고 팔에 모르핀을 주렁주렁 4~5개까지
맞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심한 말기 암 환자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혜 엄마는 서서히 낮과 밤 시간이 바뀌셨다.
그녀 엄마는 낮에는 약 기운에 취한 듯 아이처럼 은혜 옆에서 “쿨쿨” 잠만 잤다.
‘밤에는 뭐 재밌는 게 없을까?’
마치 놀이를 찾는 개구쟁이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한밤중 암 병동에서 환자분들이 다들 주무시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어나셔서 침대에서 나가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결국 은혜와 엄마는 주변사람들의 원성을 들어서 침대와 함께 밤마다 간호사실 뒤에 있는 창고처럼 보이는 빈 방으로 이전해야 했다.
그녀 엄마와 치열한 전투가 이곳에서 이루어질 줄 은혜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병실 모든 등이 꺼지기 전에 그녀 엄마는 침대에 묶인 채 은혜와 함께 간호사 손에 이끌려 깜깜한 창고 방으로 와 불을 밝히고 지내게 되었다.
날마다 방에서 그녀 엄마는 침대를 탈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은혜는 엄마에게 성경책을 읽어주려다 깜박 잠이 들었는 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잠에서 깼다.
그녀가 보니 엄마가 침대 난간 위에서 머리가 땅으로 곤두박질쳐져서 침대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셨다.
“으윽.”
“엄마, 위험해.”
재빨리 은혜가 엄마 몸을 붙잡았다.
“왔어, 나 가야 해.”
“누가, 왔어?”
“가긴 어딜 가?”
“엄마, 오늘도 이러기야?”
밤마다 같은 전쟁을 치르는 은혜여서 대수롭지 않게 간호사실 호출 버튼을 눌렀다.
그날은 달랐다.
“헉, 저건..”
엄마가 바라보는 곳을 보니 한쪽 벽면이 하얀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고 까만 그림자가 여러 개 겹쳐 보였다.
“저게 뭐야?”
은혜가 깜짝 놀라 있는 데 엄마가 말했다.
“내 동생들이야.”
그녀 엄마는 동생들이 있었는 데 지병으로 하늘나라에 먼저 갔다고 들었다.
“엄마, 하나님을 믿잖아, 저건 따라가면 안 돼.”
“내가 베드로처럼 거꾸로 매달려 죽어야 되니?”
“날 좀 내버려 둬.”
손에 힘을 많이 주고 자꾸 어디론가 가야 된다고 말하는 데 진짜 큰일이 날 것 같기에 간호사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침대에 눕히고 몇 번의 씨름 끝에 동이 트자 엄마도 꿈나라로 가셨다.
그날 만약에 그녀 엄마가 침대에서 떨어지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다음 날 은혜가 보호자 침대에 앉아 졸고 있는 데 오후 5시쯤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반쯤 감긴 눈으로 쉰소리로 핸드폰을 받으니 은혜가 전에 다니던 개척교회 목사님 목소리가 들렸다.
“은혜야, 엄마는 괜찮니?”
“네, 괜찮으세요.”
“정말 다행이다, 지금 병원 근처야.”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네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목사님.. 흑흑”
“은혜야, 왜 그래? 금방 올라갈게”
목사님은 사모님과 함께 오셔서 예배를 드렸다.
천국 찬송을 부르신 후 은혜 엄마를 보고 말씀하셨다.
“왜 아직도 안 떠나고 여기에 있어요?”
“이 세상에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아요,
이젠 본향으로 떠나요.”
목사님께서는 이미 천국으로 갈 때가 지났는 데 은혜 엄마가 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셨기 때문이었다.
창문 너머 햇살이 아쉬운 지 붉은 물감을 하늘에 풀어놓고 나무 그림자가 하나 둘 창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날 은혜 마음 한편에는 서운함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목사님은 자신이 기대한 엄마를 향한 치유 기도가 아니라 빨리 천국에 가라고 말씀을 곁에서 들으니 그녀의 상심이 컸다.
그녀 엄마는 나중에 다행히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셨고 그곳에서 주님을 영접하셨다.
그날따라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비가 엄청 내렸다.
은혜네 가족들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가 위급하니 호스피스 병원으로 당장 오라는 것이었다.
은혜는 다급한 마음에 초록색 에나멜 구두에 발을 억지로 구겨 넣고는 우산을 챙긴 채 정류장을 향해 전력질주하며 달려갔다.
집 밖에 나오니 세찬 비가 내렸고 바람의 손길이 더해져 은혜의 우산살이 꺾이며 훌러덩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그녀 얼굴에 쓴 안경알은 뿌옇게 되어 물이 뚝뚝 떨어졌고,
그녀 머리카락들은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채 정처 없이 은혜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는 듯 그녀 볼을 때리고 있었다.
초록색 에나멜 구두는 그녀가 걸을 때마다 찰랑거리며 물소리가 들렸고 발은 계속 미끄러졌다.
“하나님,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그녀는 입술로 되네였다.
앞만 보며 그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려갔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하늘에서 양동이를 퍼붓듯이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날 그녀는 빗속에서 달려가며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에 앞이 가려졌다.
병원까지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부르려고 기다리고 있는 데 핸드폰이 울렸다.
다행히 호스피스 병원에서 큰 병원까지 앰뷸런스를 타고 빗길에 이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예배드리고 영접기도 마치고 잠이 들었다고 해서 바로 하늘나라에 가신 줄 알았는 데 은혜 엄마가 눈을 뜨셨다고 했다.
그녀 엄마가 가족들을 단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으셔서 그런 것일까?
“하나님, 감사합니다.”
택시는 쏜살같이 그녀를 태우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는 가파른 숨소리가 고요함 속에서 간간이 들렸다.
은혜가 ‘헉헉’ 소리를 내며 비틀거리며 엄마 침대 곁으로 가 손을 붙잡을 때 그녀 엄마의 목에서는 짧은 가쁜 숨이 나올 뿐이었다.
엄마 모습을 보며 목숨이라는 단어 뜻을 그녀는 그제야 알 듯했다.
아빠와 오빠들도 오고 막내딸도 와서 은혜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그녀 엄마는 중요한 유언이라도 남기려는 듯 숨을 여전히 가쁘게 계속 몰아쉬면서 마지막 힘을 짜내 말을 하려는 것 처럼 보였다.
다른 이야기는 없으시고 계속 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그 말은 바로
“은혜.. 은혜야..”였다.
옆에서 보다 못한 큰 오빠가 말했다.
“엄마, 은혜 왔어.”
“내가 아니 우리가 은혜 잘 보살펴줄게, 이제 편히 가도 돼.”
마지막까지 병원에서 막내딸 이름을 힘껏 외친 그녀 엄마였다.
“은혜.. 은혜..
...
삐-
모니터에서 엄마의 마지막 소리가 들렸다.
은혜에게는 가시소리가 덧입혀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