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틈으로 스며든 무거움
하늘 문(11화)
삐-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을까?
그녀에게 앞으로 펼쳐지는 삶은 어떤 걸까?
모니터에서 엄마의 마지막 소리가 들렸다.
은혜에게는 가시소리가 덧입혀진 날이었다.
그 시간 그녀의 엄마 위에는 이별의 흰 천이 덮였고, 은혜에게는 베일로 가려진 채 가시소리가 뒤덮였다.
엄마의 말은 오랜 시간 내면의 메아리로 변해 껌딱지처럼 늘 은혜를 따라다녔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녀 엄마가 힘껏 외친 이름 은혜...
그녀 엄마는 어떤 의미로 막내딸 이름을 외쳤을까?
때로는 상대방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이 들은 메시지가 사실이라 투명 올가미 안에 오랜 시간 묶여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나올 수 있는 곳 철창 없는 바로 감옥 말이다.
“나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거야.”
“내 모습이 얼마나 못 미 더워 보였으면 마지막 순간에 엄마가 오빠들에게 나를 부탁한다고 말했겠어?”
“은혜야, 아닐 거야.. ”
“티슈 가져다줄까?”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손에 휴지를 쥐어주며 말하는 동네언니였다.
“고마워, 네 덕분에 내가 천국을 가게 되는구나라고 너희 엄마가 이야기하신 걸 거야.”
“그러니 은혜야 나머지 가족들도 끝까지 잘 부탁한다,”
“정말?”
“네 잘못이 아니야, 오랫동안 남몰래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얼마나 힘들었니?”
동네 언니가 떨리는 은혜 두 손을 붙잡아 주었다.
“아니야, 언니가 잘 몰라서 그래, 엄마에게 자식 중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 늘 나였어.”
“세상에 처음 나올 때도 엄마의 생명하고 맞바꿔서 힘들게 나왔다고 말했어.”
그녀는 내면의 가시소리로 인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연약한 존재로 사는 것이 어느새 당연하다고 여기곤 했다.
엄마는 유일한 은혜의 친구였으며 울타리였고 든든한 소통의 창구였다.
엄마를 대장암으로 인해 하나님은 너무나 일찍 데려가셨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은혜는 엄마의 병이 치유되어서 하나님을 만난 간증거리가 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녀 바람은 처참히 무너졌다.
엄마가 암 선고를 받고 나서 급속도로 1년도 안 돼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폐색에서 대장암에 이어.. 암 제거 수술을 하려고 엄마의 몸을 개방했을 때는 온몸 장기에 깨알처럼 암이 다 퍼져있어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 수술을 집도하던 의사로부터 수술을 멈추겠다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뼈와 뇌에까지 전이되어 엄마의 본모습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녀가 희망을 품고 기도원에 그녀 엄마를 모시고 간 후 엄마 몸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어 결국 엄마가 돌아가신 상황을 가족들과 함께 마주했다.
그녀를 향해 변해버린 식구들의 차가운 시선, 그것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했다.
날아간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
그녀는 지난 시간 자신의 한심했던 모습들이 한 점의 도장처럼 찍혀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하나님에 대한 불타는 신뢰는 불신이라는 냉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간절히 기도했는 데, 자신의 엄마를 하늘로 데려가신 하나님을 원망했다.
차라리 아빠를 데려가시지 엄마를 데려가냐고 하늘을 향해 원망 기도를 많이 올려드렸던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의 창피한 진짜 마음을 동네언니와 상담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엄마와 자신이 아빠를 외롭게 하고 정죄하며 스스로 자신들이 미워하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그녀 엄마와 함께 아빠의 안 좋은 점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했던 은혜였다.
은혜엄마가 막내딸을 자신이 살기 위한 발버둥으로 감정 소통이자 방출구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마의 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어서 하나님을 만난 간증거리가 되길 간절히 기도했었다.
그녀 실낱같은 바람은 엄마의 죽음으로 뚝 끊어졌다.
그녀 엄마는 병원에 빈자리가 없어서 영안실 냉동고에서 기다려야 했고 장례식은 다음날 이루어졌다.
멍한 눈으로 문 쪽을 한참 보다가 이내 체념한 듯 채워지는 화환을 세어보는 그녀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기다리던 그녀 엄마의 친구들은 단 한분도 오지 않았다.
그녀 엄마 곁을 지키신 분은 얼마 전에 등록한 교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은혜야, 괜찮니?”
“네, 괜찮아요.”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다.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텅 지워버렸다.
먹먹한 감정을 누르며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였다.
다행히도 친구들이 와서 은혜와 밤새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었다.
엄마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많았다.
은혜의 핸드폰은 냉장고처럼 필요할 때만 가끔 울렸지만 그녀 엄마의 핸드폰은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기존에 쓰던 번호를 없애고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결국 이어서 쓰기로 했다.
엄마의 추억이 담겨있는 소지품이었고 혹시라도 엄마를 아는 분께 엄마의 소식을 직접 알려주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핸드폰을 바로 없애자니 엄마를 두 번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결정으로 아픈 자리에 서있는 날이 지속될지 그때는 몰랐다.
“띠리리”
“네, 최사랑 님 핸드폰입니다.”
“최사랑 님 있나요?”
“네... 저희 엄마인데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 네가 은혜구나, 잘 지내.. 흑흑..”
엄마 친구들은 흐느끼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하...”
통화를 마치고 입술을 깨물고는 하늘을 보는 은혜였다.
은혜는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자 오갈 데가 없었다.
그녀 아빠가 곁에 계셨지만 정서적으로는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오빠들도 하나 둘 결혼을 하고 가족들의 가장이 되어있었다.
오빠들이 결혼 전에는 은혜의 책들에 보물찾기 하듯이 돈을 끼워 놓은 적도 있었다.
가족을 이루어 가장이 되자 은혜에게는 돌봄의 손길이 서서히 끊겼다.
그녀에게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완전히는 아니었다.
자신의 친구와 누나까지 데려와 끝까지 장례식장에 남아 자신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의 모습을 든든함이라는 단어로 눈에 담았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둘이 자라온 성장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도 달랐지만 은혜에게는 문제 되지 않았다.
그녀는 고민거리가 생길 때마다 기도원으로 달려가는 것은 지속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묘하게 엄마를 닮았다.
어느 날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고민하며 기도원에 갔다가 상담한 원장님이 이틀 더 기도하고 가라는 데 자신이 정한 3일 금식을 다 마치고 화장지, 샴푸, 바디샴푸 등 가지고 간 물건들이 무겁다고 기도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흔쾌히 다 나눠주고 온 그녀였다.
은혜는 자신의 예상대로 금식을 무사히 마쳐서 배고픔도 뒤로한 채 신나서 집으로 갔지만..
기도원에서 집으로 왔다가 아빠의 술 취한 모습에 말다툼을 한 후 다시 집에서 짐을 쌌다.
‘원장님 말이 맞았구나.’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날이었다.
깜깜한 밤이 다가오는 데 그녀는 갈 곳이 없었다.
기도원으로 쫓겨가며 버스를 기다리다 옆에 있는 고깃집 창문을 통해 가족들끼리 음식을 정답게 먹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저도요, 저도 저만의 가족을 주세요.”
그동안의 기도 제목들이 속히 이루어지길 바랐다.
자신이 원하는 기도가 응답이 되면 하나님의 뜻일까?
그녀 남자친구는 그토록 기다리던 프러포즈를 했다.
그때는 은혜가 어렸을 때 그토록 바랬던 꿈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녀에게 돌파구가 필요했다.
자신의 엄마가 돌아가시자 폭풍 같은 아빠의 간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을 시작으로 가족들의 모임은 끊어졌다.
결국 은혜는 결혼이라는 것을 자신의 도피처로 선택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서로 사랑하면서 아껴주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둘은 사자와 토끼 같았다.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달려 다니는 사자가 남자친구였다.
그녀는 자신의 굴 속에서 안정감을 갖고 싶은 토끼였다.
서로 좋아하지만 식성도 습관도 생각도 너무나 다른 두 동물들처럼..
사자는 고기를 좋아해서 토끼에게 먹으라고 하고 토끼는 사자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당근을 주고 먹어보라고 하다가 둘이 헤어진다는 이야기 이들이 그랬다.
은혜는 동수에게서 아빠의 그림자를 자주 봤었다.
동수는 은혜에게서 자신 엄마의 그림자를 봤다.
두 사람의 끌림은 서로의 그림자로 인한 것이었다.
그녀는 결혼 후에 답답한 마음들을 인터넷 세상을 통해 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베스트셀러 책 한 권이 은혜 눈에 들어왔다.
어떤 분이 글을 썼는 데 평상시에 은혜가 궁금한 상황들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었다.
종교적 신념으로 가득 차서 세상일에도 호기심이 많았던 그녀였다.
뉴스를 통해 세상에 일어난 일과 우리나라에 일어난 다양한 일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은혜는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던 그녀였다.
어느 날 우연히 손에 쥐어진 책으로 머릿속의 물음표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이르자 그녀의 속이 시원했다.
‘유대인이 문제구나.’
‘우리나라 기업을 매수해서 경제가 어렵게 된 거였구나.’
은혜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내가 축복한다는 하나님의 완전하신 성경적 말씀보다 세상적인 지식을 위에 두었다.
그녀가 시선을 하나님께 두기보다 세상에 두면서 고난의 섬을 향해가는 달의 배에 탑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후 새로운 것을 도전해도 노래에 나오는 도돌이표처럼 그녀의 삶은 변해버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유대인을 저주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말이 그녀에게 이루어진 걸까?
생각만으로도 유대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하나님의 심판이 이루어질까?
유대인은 세상에서 유일한 하나님의 증인이요, 하나님의 눈동자이다.
시편 55:9
오 주여, 멸하시고 그들의 혀들을 가르소서. 이는 내가 성읍 안에서 폭력과 분쟁을 보았음이니이다.
그들이 밤낮으로 성벽 위를 돌아다니니 그 성읍 가운데 또한 재난과 슬픔이 있나이다.
믿지 않아도 성경 말씀이 이루지는 게 가능할까?
그녀가 힘이 들어도 성취감을 가지며 했던 회사일도 작은 불평이 화근이 되어서 구조 조정으로 그만두고 나오게 되었다.
자신의 결혼은 핑크빛으로 시작될 줄 알았다.
은혜는 회사를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있다.
하루는 그녀가 마스크를 쓰고 거래처의 서류를 가지러 간 적이 있었다.
서류종이마다 동물의 피와 똥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술, 담배 냄새까지 섞여 악취가 진동했다.
은혜는 서류를 가지고 회사로 돌아갈 때마다 술 취한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다.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구토를 하면서 겨우 기어가듯 가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거래처의 서류는 이때와는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 깨끗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고객들은 점차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자 그녀에게 건넬 서류뭉치들을 관리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건물의 내부 균열이 작은 금에서 시작되듯
사람들과의 관계도 작은 틈으로 벌어진다.
동수와의 이별도 작은 불평의 말로 시작되었다.
은혜는 밤마다 누군가가 자신을 힘차게 억누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잠을 잘 수 없었다.
베개를 적시며 그녀는 어느새 숨 쉬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