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이 하늘로 흩날린 날
하늘 문(12화)
한 때는 그녀도 설레던 일이 있었다.
은혜네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내용 한 가지씩을 서로 공유하며 궁금한 점에 대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막내 직원이 독감 증상을 보여서 회사에 결근을 했다.
매달 고객들에게 회사 홍보용 우편물을 보내는 막내 직원이 하던 업무를 은혜가 맡게 되었다.
지이잉
회의를 하고 있는 데 책상 위에 있는 은혜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일제히 사무실 직원들의 시선이 은혜에게 머물렀다.
은혜는 재빨리 핸드폰을 책상 밑으로 숨겼다.
“그래, 미선 씨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제가 조금 더 알아보고 내용을 찾아서 알려 드릴게요.”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녀가 벽시계를 보니 10:00시, 어느새 10:15를 향해 가고 있었다.
책상 밑에서 핸드폰을 보는 그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의자에 앉은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그녀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은 어느새 그녀 입으로 다가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었다.
“은혜 씨, 어디 아파?”
옆에 있는 동기가 은혜의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었는지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아니, 괜찮아.”
“혹시 추가로 의견 더 내주실 분 있으실까요?”
“의견이 더 없으시면 여기서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과장님의 말이 끝나가고 있었다.
은혜는 망설이다가 한쪽 손을 들었다.
“네, 은혜 씨 말씀해 보세요.”
“과장님, 제가 조금 있다가 오전 중에 우체국에 가려고 하는 데 어떠실까요?”
“알았어요, 모두 은혜 씨한테 거래처 라벨들 보내주세요.”
“저.. 과장님 전에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이 저희 이삿날이거든요.”
“저희 시어머니 되실 분이 곧 올라오실 예정이라서요.”
“맞아요, 이제 기억나네요, 우체국 갔다가 그럼 은혜 씨는 바로 퇴근하도록 하세요.”
“제가 조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이만 마칩니다.”
드르륵
은혜 앞으로 회사용 홍보지가 잔뜩 들어있는 봉투가 잔뜩 들어있는 박스들이 손수레 위에 실려 왔다.
회사 동기가 라벨을 같이 붙여주어서 서류 라벨 업무는 금방 마칠 수 있었다.
그녀는 손수레를 몰며 우체국으로 향했다.
오전 11시까지 우체국에 도착하면 당일 발송이 가능했다.
그날따라 우체국에 도착하니 당일 발송을 예상하고 우편 업무를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대기표를 뽑았다.
다행히도 그녀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신혼집은 은혜네 회사 근처였다.
버스를 타고 가면 두세 정거장이면 금방 도착할 수 있도록 역이랑 가까운 장소로 정해준 동수였다.
은혜는 우체국 업무를 마친 뒤 회사에 손수레를 가져다 놓고 버스를 타고 동네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걸어서 가다 건널목을 건너면 첫 번째 흰색 건물이 그녀의 신혼집이었다.
건물의 출입문을 열고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헉 헉헉 거친 숨소리를 내며 그녀가 올라갔다.
그녀 신혼집은 3층에 있었다.
빨간색 번호 키를 누르고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였다.
문을 열어보니 동수 엄마가 와서 찬장 안을 정리하시며 주문해서 온 식기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그래, 너는 뭐 하러 다니는 데 지금 오니?”
“내가 와보니까 동수 혼자 신혼살림 정리하고 있더라, 나 참, 너 이러는 거 아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우리 회사에다 미리 말했는데 급한 일정이 생겨서요.”
“사정은 무슨 너..
동수 누나가 방 안에서 소리를 듣고 머리를 틀어 올리며 나왔다.
“엄마, 이제 그만해.”
“지금이라도 왔으면 됐지, 왜 이사 온 날 첫날부터 왜 기를 죽이고 그래?”
“언니, 왔어요?”
“어서 와, 은혜야.”
“자자, 여기다 가방 놓고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가 보자.”
동수 누나는 은혜 가방을 한쪽에다 놓고 은혜 어깨를 감싸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커다란 매트리스 침대가 비닐이 뜯긴 채 펼쳐져 있었다.
“와, 은혜야, 이거 봐라, 진짜 푹신푹신하다.”
동수누나는 기분이 좋은 지 털썩털썩 소리를 내면서 침대에 누웠다.
은혜는 아무 말하지 않고 바라보고 서 있었다.
“동수 씨는..”
“동수 세탁실에 가봐, 뭐 하는 것 같던데..”
침대에서 엎드려서 핸드폰을 보기 시작한 동수누나를 둔 채 세탁실로 향하는 은혜였다.
“동수 씨, 늦게 와서 미안해.”
“은혜 씨, 왔어?”
“엄마랑 누나가 와서 도와줘서 힘들지 않아. ”
그녀와 동수 가족들은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늦게 점심을 먹게 되었다.
동수는 이삿날의 주메뉴인 짜장면과 찹쌀 탕수육을 주문했다.
은혜는 바닥에 신문지를 펼치고 검붉은 색의 동그란 상을 바닥에 펼치고 상을 행주로 닦은 뒤 그릇과 수저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띵동
벨 소리가 들렸고, 동수가 현관문을 열어주자 주문한 음식들은 차례차례 은혜의 손길을 거쳐 펼쳐진 상위에 올려놓았다.
한참 밥을 먹다가 시어머니가 밥 먹는 은혜 모습을 보고 못마땅한 지 동수누나에게 한 마디 하셨다.
“무슨 재는 밥을 저렇게 맛없게 깨작깨작 먹니?”
“복 받으려면 자고로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어야 해”
“난, 억지로 먹고 나중에 탈 나는 것보다 속이 안 좋을 때는 조금만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사람이 솔직해 보이잖아, 자기 관리도 철저해 보여.”
“솔직은 무슨, 저렇게 허약해 보여서야 앞으로 아이는 나을 수 있을지 몰라.”
“엄마, 요즘 시대 몰라?, 아이 안 낳고도 두 명이서 알콩달콩 잘 사는 사람들 많더라, 돈 주고 다이어트하는 사람도 있어.”
그 순간 시어머니가 언니를 매서운 눈초리로 흘겨보셨다.
동수가 조용히 일어나서 생수병과 컵을 가지고 와서 자리에 앉았다.
물을 따라서 시어머니와 언니에게 차례로 건네주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엄마, 오늘 이삿짐 정리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누나도 아침 일찍부터 와서 고생이 많아, 고마워.”
은혜에게 물을 따라서 건네주다가 은혜의 낯빛을 보고 건강의 이상을 알아챘다.
“은혜야, 얼굴색이 안 좋아 보여, 어디 아파?”
“아니, 동수 씨, 난 괜찮아.”
“괜찮기는 얼굴이 창백해 보여.”
“은혜가 많이 피곤한가 봐. 오늘은 좀 쉬도록 해줘야 할 것 같아.”
“엄마랑 누나는 이제 집으로 가도 될 것 같아, 나머지는 우리가 천천히 정리할게.”
“무슨 소리야?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택배 박스가 저렇게나 많이 쌓여있는 데 어딜 가?”
동수 누나도 집으로 가자고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 엄마,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아이들도 아닌 데 이 정도 도와줬으면 나머진 알아서 할 거야.”
동수누나는 시어머니에게 다가와서 팔짱을 끼고 일으켜 세웠다.
“알았어, 간다고 가.”
동수는 엄마와 누나의 코트와 가방을 옆에서 챙기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누나가 집으로 가고 동수와 은혜가 남았다.
동수는 이불을 가지고 와서는 작은 방 한쪽 바닥에 펼치기 시작했다.
“아까 우리 엄마 말 때문에 힘들었지?”
“미안해, 엄마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마음은 따뜻하신 분이야.”
“여기, 좀 누워있으면 금방 나아질 거야.”
동수는 난로를 가져와서 틀어주고 은혜를 눕히고는 주방으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힘차게 튼 뒤 두 손을 씻고는 찬장에서 주전자와 컵을 꺼내 헹궜다.
생수통의 물을 부어 주전자에 가득 담고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서 물을 데우고 물이 끓자, 가스불을 껐다.
유리병에 든 유자청을 꺼내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담아 수저로 저은 뒤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걸어서 어디론가 향하는 그였다.
은혜 목 뒤에 손을 넣고 허리를 붙잡아 일으켜서 앉게 해 준 뒤 싱크대에 올려놓은 유자차가 담긴 컵을 가져와서 수저로 저어서 입으로 호 불어준 뒤 그녀 두 손에 쥐어주었다.
“은혜 씨가 좋아하는 유자차야, 따뜻하니까 먹으면 좀 기운이 날 거야.”
“동수 씨, 정말 고마워..”
“이삿날인 데 늦게 오고 게다가 아프기까지 하고 정말 미안해.”
“뭐가 미안해?”
“힘든 일 있으면 서로 기대는 건 당연한 거야, 앞으로 그런 부담 갖지 마.”
“잠깐 쉬고 있어.”
유자차가 든 컵을 떨리는 손으로 말없이 만지작거리는 그녀였다.
잠시 후 뜨거운 입김을 후 불자 꽃잎들이 피어올라 하늘로 올라가고 동수가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뜯다만 택배 박스들을 차례차례 한쪽으로 정리하는 뒷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