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카페에 앉아 어제를 곱씹으며
친구는 다음 날의 출근을 위해 8시 반쯤 집으로 향했다. 각자의 생을 열심히 살아가다 때가 되면 또 보자는 말과 함께. 나는 아카네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며 JR난바선에 올라탔다. 조금은 지쳐있는 듯한 직장인들, 스마트폰에 온 정신을 쏟는 사람들, 교재를 들곤 영어를 읊는 학생. 이곳의 양상도 한국과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이들과는 대조되는 반짝이는 눈빛을 한 관광객들도 보였다. 나도 그 무리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난바역 근처 아무 술집이나 들어가. 재밌을 거야."
아카네는 인사하며 말했다.
"뭐... 노력해 볼게."
혼자 밥을 먹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도시의 밤에 술집에 홀로 들어서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난바역에서 내려 조금 걷기로 했다. 조금은 만만한 이자카야가 있기를 바라며.
도톤보리의 돈키호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회사 선배가 여행을 다녀오며 팀원들의 간식거리를 사 온 것이 생각나 발걸음을 옮겼다. 24개입 곤약 젤리 한 봉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자판기에서 140엔짜리 레몬 음료수를 뽑았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던 음료수다.
나는 자판기 앞에 서서 내 말을 무시하지 않고 답해줄 것 같은 부부를 붙잡으며 물었다.
"아노... 스미마센, 나니가 오이시이데스까?"
두 사람은 짜고친 듯 180엔짜리 밀크티를 동시에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했다. 그중에서 귀에 들어온 단어는 "이치방" 뿐이다. 나는 손에 쥔 100엔짜리 동전 한 개와 10엔짜리 동전 다섯 개를 보여줬다.
그들은 웃으며 자판기를 훑었다. 그리곤 레몬 음료수를 톡톡 두드리며 엄지를 들었다. 그 웃음에는 청량함이 가득했다. 이 갈증을 완전히 씻어내 줄 듯한 웃음.
오치아이 히로미치가 디자인한 양말이다. 패밀리 마트 소품 판매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품질이 많이 좋아 보였다. 기념품 삼아 사서 신었다. 가격도 4천 원 정도로 착했다.
시끌시끌한 거리를 벗어나 한 블록 떨어져 걸었다. 덕분에 마감 중이던 꽃집을 발견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다채로운 꽃이 시크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토남도 한 번쯤은 발걸음을 멈춰 설 것 같은 분위기.
호텔까지 10분 정도 남았을 때, 사람이 적은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나는 그대로 들어가 굴과 생맥주를 주문했다. 사진 속의 굴은 엔초비와 버터 소스, 쯔유 소스에 절여진 굴이다. 비록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레몬과 고수, 소금으로 베이스를 한 굴도 먹었다. 레몬과 고수의 조합이 생각보다 찰떡이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맥주를 들이켜니 안주와 술이 금세 바닥났다. 추가로 주문하기엔 애매했다. 그렇게 나는 20분 만에 가게를 떠났다.
라멘집에 붙은 메뉴판이 화려하면서도 조잡했다. 검은색 국물의 돈코츠 라멘을 파는 가게였다. 맛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의 눈길은 사로잡은 가게다.
호텔 앞에서 찍은 달. 어제보다는 조금 더 차올랐더라. 이 여행이 너와 함께였다면 어떤 형태였을까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자꾸만 묻어나는 회상. 그렇게 둘째 날은 지나갔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