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기(5)

훗날의 여행을 기약하며 방에 앉아 쓰다

by ideal


많이도 걸었다.

셋 째날은 늦잠을 잤다. 체크아웃 시간을 코앞에 두고 일어났다. 이날은 푸르스름해진 턱을 무시한 채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침에 느껴진 피로는 당연했다. 이틀간 시큰한 갈비뼈를 무시한 채 많이도 걸어 다녔다. 지난번 유럽을 걸었던 기억 덕분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그 기대를 스스로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둘 째날에 먹은 레몬과 고수를 곁들인 굴이다.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보냈던 것이 하나의 기록이 되었을 줄이야. 다이호지도리에서 홀로 방문한 이자카야와 부드러운 생맥주를 기리기 위해 굳이 사진으로 남긴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체크아웃과 동시에 호텔 앞에 있던 도시락 가게로 향했다.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그 자리에서 포장하고, 진열대에 넣어두는 가게였다. 현지인들도 많이 방문해 순환율이 좋았고, 그 덕에 음식은 신선했다. 나는 이것저것 집어 들어 계산을 하고, 가게 앞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렇게 구성된 만찬은 1,200엔에 불과했다. 맛은 지금 당장이라도 먹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계란 옷을 입힌 카츠는 부드러운 촉촉함과 바삭한 재미를 모두 선사했다.

난바역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가지였지만, 찾고 싶은 식당이 있어 다시금 신사이바시를 두리번거렸다. 그 끝에 찾아낸 규카츠집. 6년 전에 오사카에 함께 왔던 친구와 방문했던 곳이다.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켜온 덕에 그때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난바역으로 향하는 길에 찍은 골목. 조잡함 속에 질서가 있었다. 서로 "이곳이야!"라고 우기는 듯한 간판들.

눈에 들어온 귀여운 자석. "일본닌자"라고 적혀있다. 유치했다. 이런 걸 자석으로 만들면 누가 사는지 싶었다.

못 참았다.

덴노지역 앞에서도 봤었는데, 바삐 걸은 탓에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쉬웠었다. 난바역 앞에서 다시 마주친 귀여운 맨홀 뚜껑. 카메라에 담았다.

마지막 날은 간사이 공항 근처 린쿠타운역에 호텔을 예약했다. OMO호텔&리조트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리조트와는 사뭇 달랐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모든 것을 무인으로 할 수 있었고, 어메니티는 호텔 로비에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었다. 꼭대기 층 라운지에 레스토랑과 바가 있었고, 3층에는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방 내부 사진을 따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꽤나 쾌적했다.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는 호텔이다.

호텔 2층에 로손이 있었다.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240엔짜리 카페 라떼를 샀다. 커피 머신 앞에서 한참을 헤매던 중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 사람이 도와줬다. 가격에 비해 맛있었다.

호텔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린쿠공원이다. 오사카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바다 건너 아와지시, 고베시가 흐릿하게 보였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 노을의 낌새는 발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글을 끄적였다. 아쉬운 마음, 후련한 마음이 글에 녹아들었다.

넓게 펼쳐진 오사카만의 하늘.

린쿠타운은 대형 백화점이 많았다. 갓챠를 구경하고자 들어선 백화점은 맛있는 냄새를 힘껏 풍겨댔다. 그 범인은 구석에 있던 푸드코트. 나는 야끼소바를 주문했다.

"야끼소바... 후토츠 구다사이."

내 말에 할아버지는 길게 답하셨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급히 번역기를 켜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시며 급기야 신경질을 내셨다. 옆에서 지켜보던 일본 사람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영어로 번역해 줬다.

"오징어랑 돼지고기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나는 뒤늦게 깨닫고는 돼지고기를 선택했다. 결제를 하며 할아버지의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 나는 용기 내어 말을 건넸다. 타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여기는 세대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법이다.

"센세, 스미마센. 니혼고가 아마리 하나세마센."

"일본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외운 말이다. 그 앞에 존칭과 사과를 더하니 할아버지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손짓했다.

밤이 깊어 어두워졌다. 호텔로 돌아와 로손에서 오니기리와 맥주를 샀다. "Salted Rice Ball". 말 그대로 소금으로만 간을 한 주먹밥이다. 이 맛이 그리웠다. 맥주를 들이켜고 샤워를 했다. 노곤한 기분과 함께 누워 글을 마저 써 내려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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