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입구에 서서
눈 깜짝할 새에 1년이 흘렀어요. 다사다난한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요, 떠올리면 뿌옇게 가려진 듯싶어요. 그런 나를 조금씩 기억해 준 친구가 있어 감사할 따름이에요. 한 해 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받으니 어디선가 보람이 피어오르더군요. 정말 나는 그런 사람이었을까요.
그래도 어찌어찌 여기까지 걸어왔네요. 머무르기도 했고, 절뚝이기도 했어요. 이제는 다가올 봄에게 건넬 인사말을 고민하고 있는 나.
"당신을 좋아해 주는 분이 생겼다는 그 이야기. 그게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어요?"
"... 몹시 차가웠겠죠. 덕분에 이번 겨울은 당신 말처럼 따뜻하네요."
누군가의 행복을 온전히 빌어본 적이 있던가. 누군가의 고민과 걱정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품을 용기가 있었던가. 어쩌면 나 마음에 여유가 생겼나 봐요.
지난밤에는 생생한 꿈을 꾸었어요.
걱정 마세요. 당신의 눈물은 그 어떤 술기운도 풍기지 않았답니다. 그저 일어서서 토닥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삼키던 나인걸요. 단단하도고 여린 너는 도대체 어떤 상처를 품고 있길래. 이 순간이 헤매임의 끝이길 바라요. 희미한 빛이라도 좋으니 내가 그 길을 밝히고 싶어져요. 다시 만난 세계처럼.
웃음 지으며 이빨에 묻힌 핑크빛 틴트도. 차디찬 밤공기에 맺힌 그 콧물도. 제 눈에 예쁘게 담기던 걸요. 한점 흐트러짐 없었어요. 처음 만났던 그날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