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얼마전 중학생 딸이 가출했다며 신고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딸이 너무 버릇이 없고 공격적인 폭언과 욕설을 수시로 하며 가출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딸을 찾았고 왜 가출했었는지 물으니 엄마가 수시로 폭행하여 집에 있기 싫어서 나왔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 또 엄마가 때릴거 같다는 말이다. 딸은 집이 싫어서 나왔는데 왜 날 다시 엄마한테 데려가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도, 어른들도 내 얘기를 아무도 안들어 줘"
episode 2 한 엄마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 신고했다. 엄마의 얼굴이 심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떡볶이를 만들다 조금 태웠더니 아들이 이딴것도 제대로 못 만들고 할 줄 아는게 뭐냐며 폭언과 폭행을 하였다고 한다. 그 학생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 하였다. "어차피 아무도 내 얘기를 안들어주잖아요"라고 반복적으로 말을 할 뿐.
표면상으로는 청소년들의잘못된 행동이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청소년들은 왜 이토록 '아무도 내 얘기를 안들어 준다'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정말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 그 속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듣기 싫다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일까. 그런게 쌓이고 쌓여 분노하고 가출하고 폭행하게 되는 것일까. 한번은 내가 들어줄테니 이야기해보라고말했던 적도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쉽사리 두드리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아이와의 라포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심리상담사들이 내담자들을 만나면 가장먼저 라포형성을 한다. 내담자들도 심리상담사들이라고 툭 까놓고 전부 말하지 않는다. 그들도 상담사들이 충분히 믿을만 한 사람인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지 파악 후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청소년들도 처음엔 선생님이나 어른에게 이야기하려 했을거다. "선생님 제가요 이런사정이 있어요~", "저는 지금 매우 힘든 상태에요~"라며 이야기를 시도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른들은 그들만의 잣대로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돼", "너의 행동은 잘못되었어", "세상에는 더 힘든일도 많어", "그렇다고 니가 그러면 안돼" 등등...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려 했을 거고, 아이는 더이상 말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차피 내가 얘기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르다. 그래서 결국 "내 얘기는 아무도 안들어줘" 이 한문장으로 끝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지?"
어쩌면 이 짧은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건 아닐까. 만약내 주위에 아무도 내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반대로 단 한사람이라도 내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있다면 '아직 이 세상은 따뜻하고 살아갈만 하구나' 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