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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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묻지 마세요
나는 기억하지 못해요
아니,
기억이라는 문이
내 앞에서만 조용히 닫혔어요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시절의 나는
내게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앨범 속 웃는 여자,
낡은 옷 속 쪽지,
그때 쓰인 일기장의 필체
모두가 나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아는 방식으로 알지 못해요
그 시절은 마치
누군가의 꿈을 훔쳐온 것처럼
익숙한 얼굴에 낯선 마음이 들어 있어요
나는 내 인생의 일부 장면이
지워진 필름처럼
덜컥거리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떤 공백은
무엇보다 명확하게 말하죠
그 자리가 있었다는 걸
나는 매일
그 자리를
조심히 지나갑니다
다시 쓰지 않고,
억지로 꺼내지 않고,
그저 존재했던 흔적을 인정하며
때로는 기억보다 잊힘이
더 오래
누군가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워진 부분을 가진 채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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