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드르렁, 수면실의 비밀>
이른 새벽,
병동 수면실 문에 누군가가 남긴 작은 쪽지 하나.
“어젯밤 코 고신 분,
너무 귀여우셨어요.
근데 조금 슬프게 들렸어요.
... 숨소리조차도 지쳐 보였거든요.
오늘은, 편히 주무세요. 꼭이요.”
이나는 쪽지를 보며 웃었다.
누군가의 코골이가 아니라,
마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 전날 밤,
수면실에서 들려온 묘한 ‘드르렁’ 소리.
이나는 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였다.
“간호사실 뒤 수면실에서
누가 코를 골았어요.”
“근데… 그게
왜인지 모르게 슬펐어요.
울컥했달까...”
동료 간호사 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밤,
응급 분만 산모가 들어왔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산모는 회복실로 옮겨졌다.
혜리 선생은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한 발을 끌며
새벽까지 산모 곁을 지켰다.
아무 말 없이,
담요를 덮어주고 손을 잡아주었다.
그 산모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밤,
고위험 산모가 조산기로 입원했다.
아랫배를 움켜쥐며 참던 산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혜리 선생은 뒤에서 토닥이며 말했다.
“울어도 괜찮아요.
셋째 날 밤,
유도 분만 중 급작스러운 산모의 혈압 이상.
긴박하게 움직이는 의사들 사이에서
혜리 선생은 아기의 심박 그래프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태어난 아기의 첫울음.
혜리는 스르륵,
분만실 구석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작은 숨결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날 새벽.
그녀는 잠깐 수면실에 들어가 잠시 기대듯 앉았다.
그리고 무의식처럼 드르렁—
병동에 울려 퍼진
그 ‘정체불명의 코골이’는,
지친 헌신의 증거였다.
며칠 후,
수면실 문엔 또 다른 메모가 붙었다.
“어떤 숨소리는,
코를 고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밤을 대신 살아낸 소리일지도 몰라요.”
이나는 그 종이를 천천히 떼어내 가슴에 꼭 안았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은…
제가 지켜드릴게요, 선배님.”
“밤의 병동, 그곳은 조용하지만
수많은 이름 없는 다정함이 오가는 곳.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밤을 지켜주는
작은 빛이 되기로 했습니다.”
EP.17. <다시, 햇살을 마주하다>
출산의 기쁨 뒤에 찾아온 낯선 공허,
그리고 산모를 덮친 알 수 없는 눈물.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어요.”
“괜찮아요. 지금은 울어도 돼요.
산후 우울은 잘못이 아니에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준 건,
곁에서 함께해 준 작은 손길.
눈물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
그리고 아기와의 첫 마주 봄.
진짜 간호사의 성장기,
*EP.18 <다시, 햇살을 마주하다>*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주 목요일,
서이나와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