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 <사라진 아기 양말과 야식 비밀 동맹
병실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간호사 스테이션엔 커피 냄새 대신 피곤한 한숨이 가득했다.
그때였다.
“서간호사님, 또예요.”
“뭐가요?”
“아기 양말이
또 한 짝 없어졌어요…”
서이나는 멈칫했다.
“이번 주만 다섯 번째야.
도대체 양말들이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윤제하가 지나가다 웃었다.
“혹시 ‘양말 요정’이
병동에 근무 중 아닐까요?”
“그럼 그 요정,
야간수당은 주시나요?”
“대신 치킨 쿠폰을 드리죠.”
둘은 피곤한 얼굴로 동시에 피식 웃었다.
서이나는 분유실, 세탁실,
보육기 주변을 전수 조사했다.
그러다 새벽 공기 속,
뭔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 치킨?
분명 병원에서는 금지된 냄새였다.
냄새의 방향을 따라가자,
간호사실 뒷문 근처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양말 작전 종료.
이제 본 작전 시작!”
문틈으로 본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야간 근무조 3인방이 모여 있었다.
종이컵에 치킨을 나눠 담고, 수건으로 냄새를 차단 중이었다.
“여기…
뭐 하세요?”
서이나의 등장에 모두 얼어붙었다.
“아, 이게… 그게…”
“산모 보호자분이 남긴 치킨이라
버리긴 아깝고…
그래서 회수해서… 멸균 중입니다!”
서이나는 팔짱을 꼈다.
"멸균이라면서
왜 입으로 멸균을 실행하실까요?”
순간 정적.
그리고 폭소.
치킨 뼈를 치우며 윤제하가 등장했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순찰 돌다가 치킨 냄새에 걸렸습니다.”
“선생님도 드릴까요?”
“… 남겼어요?”
“한 조각 남았습니다.”
그날 새벽,
병동엔 새로운 조직이 결성되었다.
〈야식 비밀동맹〉.
약속은 단 하나.
“환자는 깨우지 말 것,
냄새는 남기지 말 것,
그리고 양말은 반드시 짝을 맞출 것.”
결국, 사라진 양말의 정체는
세탁기 구석에 붙어 있던 ‘정전기 요정’의 작품이었다.
“다음부턴
세탁망 두 개로 분리 세탁이에요.”
“네, 선생님.”
“그리고 야식 동맹은 해체.”
“… 일시적 해체로 해주세요.”
윤제하가 웃으며 말했다.
“서이나 간호사님,
병동의 평화는 오늘도 지켜졌네요.”
“그럼요.
오늘의 교훈은 명확하죠.”
“뭔데요?”
“양말은 잃어도,
팀워크는 잃지 않는다.”
엔딩 내레이션 (by 서이나)
“병동은 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가득해요.
누군가의 울음, 누군가의 웃음,
그리고 가끔은 치킨 냄새로 뒤섞인 새벽이죠.
완벽한 병원은 없어요.
하지만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게 진짜 ‘미라클’이에요.”
(by 서이나)
“병동에는 늘 작은 기적이 일어나요.
그런데… 윤제하 선생님의 커피는
기적처럼 항상 식어 있죠.
한 모금의 여유도 없이 뛰어다니는 그에게
오늘은 조금 다른 하루가 찾아왔어요.”
아침 회진 도중 갑작스러운 호출,
그리고 —
따뜻한 커피보다 더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하루를 데워버립니다.
“누군가의 커피가 식는 동안,
또 한 생명이 태어난다.”
진짜 간호사의 성장기,
*EP.28. 〈윤제하의 커피는 왜 항상 식어 있을까〉 에서
병동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만나보세요.
다음 주 목요일,
당신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