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thing special/ 박지도

39. 박지도 (朴只島)

by 이다연



박지도 (朴只島)

朴 — 꾸밈없이 드러난 결,
只 — 단 하나의 자리,
島 — 물 위에 놓인 삶.


이 섬은,
“어디에서 왔는지” 대신

“여기까지, 함께 왔구나”

라고 말하는 듯하다.


박지도는 혼자 도착할 수 있지만
혼자 남기 어려운 섬이다.


1. 섬, ‘이어지는 방향’


박지도에 서면
땅보다 길이 먼저 보인다.


섬은 물로 나뉘어 있지만
길은 그것을 연결한다.

이곳의 형태는
고립보다 이어짐을 선택한 흔적 같다.


2. 물 위에 놓인 시간


박지도의 시간은 쌓이지 않는다.

흘러가며 다리를 만들고
건너가며 이야기를 남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건넜는가”가 먼저 떠오른다.


3. 풍경, 부드러운 결


박지도의 풍경은 위압적이지 않다.

하지만 단단하다.


섬은 낮고, 물은 넓으며,
길은 멀리 돌아가지 않는다.


이곳의 풍경은 존재의 힘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에 가깝다.


4. 박지도, 섬의 기본 정보


행정구역: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위치: 목포 연안 남서쪽 해상

성격: 유인도

특징: 퍼플섬, 보라색 테마, 박지도–반월도 연결교


박지도는 걷는 섬이다.
그러나 혼자 걷기보다 함께 건너는 섬이다.


5. 박지도의 여섯 장면


1경. 자색연로(紫色連路)


보랏빛 길은 섬과 섬을 나눈 물 위에 놓여 있다.
단절 대신 연결이 선택된 자리.


2경. 수평저지(水平低地)


높지 않은 땅.
섬은 하늘을 향해 솟기보다
사람의 발높이에 머문다.


3경. 연교정위(連橋定位)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오갈 수 있도록 섬의 자리를 고정한다.


4경. 색채공존(色彩共存)


보랏빛은 장식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의 약속이다.
같이 보기로 한 색.


5경. 마을완도(村落緩度)


마을은 서두르지 않는다.
속도를 낮춘 채 사람의 걸음을 기다린다.


6경. 귀로잔온(歸路殘溫)


돌아가는 길에 마음은 무거워지지 않는다.
대신 따뜻함이 남는다.


6. ‘함께’라는 말의 다른 뜻


박지도는 부드러운 섬이다.

그러나 약하지 않다.


이 섬은 홀로 서는 대신

나란히 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곳에서 사람은 잠시,
자신이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 떠올리게 된다.


Epilogue


박지도를 떠날 때 나는 결심을 챙기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 떠올랐다.


박지도는 이렇게 남는다.

“혼자여도 괜찮아.
하지만, 이어질 수 있다면 더 좋다.”


박지도는 바다 위에서 사람에게
함께 건너는 삶의 의미를 건네는 섬이다.


♡- Legend

《섬을 잇다》


아득한 옛날, 이 바다에는
섬들이 서로를 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은 넓었고 섬들은 가까웠지만
닿을 수 없었다.

그때 바다 위로
조용한 빛 하나가 나타났다고 한다.


물결을 가르지도 않고,
섬을 들어 올리지도 않은 채
단지 그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


사람들은 그것을 연(連)이라 불렀다.
떨어진 것을 묶어주는 힘.

그 연이 물 위에 길을 놓았고,

그 길 위에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 자리가 지금의 박지도라 전해진다.


이 섬은 높아지지 않았고,
크게 확장되지도 않았다.

다만 이어지기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저 섬은 홀로 서기보다
함께 있기 위해 존재하는 섬이다.”


지금도 해질 무렵,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늦추는 이유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그 아래에서

섬과 섬을 이어주고 있을
조용한 힘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 《섬 thing Special》《섬을 잇다, 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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