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thing special/ 금오도

38. 금오도(金鰲島)

by 이다연



금오도 (金鰲島)

金 — 쉽게 닳지 않는 시간,
鰲 — 바다를 떠받든 상상의 짐승,
島 — 파도 위에 버틴 자리.


이 섬은 먼저 묻지 않는다.
“왜 왔는지” 대신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지”

라고 말하는 듯하다.

금오도는 쉽게 도착할 수 있지만
쉽게 떠날 수는 없는 섬이다.


1. 섬, ‘버텨온 방향’


금오도에 서면 땅이 먼저 단단하다.

바다는 넓지만 섬은 흔들리지 않는다.
절벽은 바람을 맞고,
길은 그 절벽을 따라 돌아간다.


이 섬의 형태는 아름다움보다
방향을 먼저 선택한 흔적 같다.


2. 시간이 깎이며 남은 곳


금오도의 시간은 흘러서 사라지지 않는다.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마모되며
결국 남아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시간이 빠르다는 느낌보다
“오래 버텼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3. 풍경, 위엄의 결


금오도의 풍경은 다정하지 않다.

하지만 정직하다.

절벽은 숨기지 않고,
바다는 과장하지 않으며,
길은 돌아가되 피하지 않는다.


이 섬의 풍경은 감상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에 가깝다.


4. 금오도, 섬의 기본 정보


행정구역: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

위치: 여수 연안 남쪽 해상

성격: 유인도

특징: 비렁길(해안 절벽길), 험준한 지형, 깊은 남해


금오도는 걷는 섬이다.
그러나 가볍게 걷는 섬은 아니다.


5. 금오도의 여섯 장면


1경. 비렁행로(飛嶺行路)


절벽 위 길.
아래를 보면 생각이 조용해진다.
사람은 자연 앞에서 말수가 줄어든다.


2경. 해벽직면(海壁直面)


바다는 이 섬에서 옆으로 흐르지 않는다.
정면으로 마주한다.


3경. 풍우내성(風雨耐性)


비와 바람을 견뎌낸 흔적들이
섬 전체에 남아 있다.


4경. 금오낙조(金鰲落照)


해는 절벽 뒤로 천천히 내려간다.
이 섬의 저녁은
하루를 시험처럼 마무리한다.


5경. 마을저성(村落低聲)


마을은 낮은 곳에 있다.
바다보다 높아지지 않으려는 듯
몸을 낮추고 산다.


6경. 귀로중심(歸路重心)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중심이 잡힌다.


6. ‘강하다’는 말의 다른 뜻


금오도는 강한 섬이다.

그러나 버티기 위해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리를 바꾸지 않는다.

이 섬에서 사람은 잠시,
자신의 중심을 점검하게 된다.


Epilogue


금오도를 떠날 때 나는 감상을 챙기지 않는다.

대신 한동안 똑바로 서 있고 싶어진다.

금오도는 이렇게 남는다.

“흔들려도 괜찮아.
다만, 떠밀리지는 말 것.”

금오도는 남해의 바람과 파도 사이에서
사람에게 버텨온 시간의 무게를 건네는 섬이다.


♡- Legend

《섬을 떠받들다》


아득한 옛날,
남해의 물길이 지금보다 더 깊고 거칠던 시절,
이 바다에는
섬이 가라앉는 밤이 잦았다고 전해진다.


파도가 높아질 때마다
사람들은 바다가
땅을 삼키려 한다고 믿었다.


그때 바다 아래에서
아주 큰 존재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등은 바위처럼 단단했고,
숨은 물길처럼 깊었으며,
움직임은 느렸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는 짐승.


사람들은
그것을 오(鰲)라 불렀다.
바다를 떠받드는 상상의 짐승,
섬을 무너뜨리지 않는 존재.


그 오가
파도가 가장 거세게 부딪치는 자리로 올라와
등 위에 땅을 올렸고,
그 자리가
지금의 금오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섬은 가라앉지 않았고,
파도에 밀려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저 섬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받쳐진 섬이다.”


섬은 알았다.
도망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금오도는 바다를 피하지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지금도 파도가 세게 치는 날이면
사람들은 말없이 바다를 내려다본다.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그 아래에서
섬을 떠받들고 있을 느리고 단단한 등을
마음으로 느끼면서.


― 《섬 thing Special》
《‘섬을 떠 받들다,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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