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 〈아기들은 거짓말을 모릅니다〉
전날 새벽의 모니터 소동 이후,
병동은 겉보기엔 평온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기들이,
너무 반응이 좋았다.
서이나가 신생아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한 아기가
갑자기—
방긋.
아주 정확하게,
이나를 향해 웃었다.
이나는 얼어붙었다.
“…어?
지금… 나한테 웃은 거야?”
(내레이션)
“아니,
나 방금 아무것도 안 했는데…?
웃길 행동, 표정, 멘트,
아무것도 준비 안 했거든요?”
그런데 웃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옆 침대 아기도
작게 ‘킥’ 하고 발을 차더니,
또 다른 한 명은
손을 ‘꼬물꼬물’ 흔들었다.
“… 얘네 왜 이러지…”
그때 뒤에서 조용한 발소리.
“선생님, 아기님들 깨셨어요?”
윤제하였다.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오는 순간—
아기들의 반응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방긋 + 킥 + 꼬물 +
입꼬리 풀상승 패키지.
이나는 제하를 보다가,
아기를 보다가,
다시 제하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어?
방금보다 더 좋아진 거 같은데…”
제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가요?”
이나는 속으로 외쳤다.
(내레이션)
“솔직히 말해봐요 아가들…
지금 누구 때문에
더 좋아졌는지 다 보이거든요…?”
제하가 아기 머리맡에 조심히 손을 갖다 대자,
아기 하나가
그 손을 향해
쪼꼼— 손가락을 뻗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이나의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 지금…
잡으려고 한 거죠…?”
제하는 소리죽여 말했다.
“네.
아기들,
원래 좋은 사람은 잘 알아보거든요.”
이나는 그대로 굳었다.
(내레이션)
“… 아니 그 말투요…
지금 설득력까지 왜 갖추시는데요…?”
이나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
아기들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희들 혹시…
선생님 좋아하니?”
세 아기 동시에.
방긋
킥
꼬물
완벽한 3단 콤보.
“…와.
대답 너무 솔직한데…?”
제하는 피식 웃었다.
“아기들은
거짓말을 안 하니까요.”
이나는 그 말에
괜히 더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레이션)
“… 아기들이 거짓말을 안 하면 뭐해요…
제가 제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그때,
아기 하나가 갑자기 울려고 입을 삐죽였다.
“아— 잠깐… 운다—”
이나가 급히 다가가려는 순간,
제하가 먼저 아기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게
아기는 바로 조용해졌다.
심지어—
스르륵 잠들었다.
이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 대체… 선생님은
아기들한테 무슨 버프를 걸고 다니세요…?”
제하는 잠든 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건,
늘… 같은 것 같아요.”
“뭔데요?”
제하는 아주 잠깐,
이나를 보고 대답했다.
“… 안정감이요.”
병동은 다시 고요해졌다.
모니터 숫자도,
호흡도,
아기들의 꿈결 표정도
모두 평온해진 순간.
이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오늘도
아기들이 다 말해줬네요.”
“뭘요?”
“… 누가
병동에서 제일 인기 많은지요.”
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아주 작게 웃었다.
“아기들은 거짓말을 모른다.
누가 좋고,
누가 편안하고,
누가 따뜻한지—
말없이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날 밤,
이나는 아기들 덕분에
그녀의 마음이 들키고 말았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by 서이나)
새벽은 원래 고요해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날, 병원은 고요 대신
삶이 태어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예고 없이 찾아온 산모의 응급 상황.
흔들리는 모니터, 급하게 뛰는 발걸음,
그리고 모두의 심박수를 끌어올린 한 순간.
그 속에서—
아기 울음보다 먼저
흔들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였을까?
“선생님… 손이 떨려요.”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새벽의 응급실에서
서로나 자신도 몰랐던 감정이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생명을 지켜내는 순간,
두 사람의 마음에도
조용히 불이 켜진다.
다음 주,
따뜻함과 긴박함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