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건너며
올해를
하루하루
성실히 건너왔다
아침마다
모자란 마음으로
서둘러 일어났고
하루는 늘
내 생각보다
먼저 저물었다
마음이 늦어
스스로를 기다려야 했던 날도 있었고
계획이 어그러져
다시 길을 물어야 했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발걸음을 거두지 않았다
비틀거릴 듯한 날에도
멈춤을 배웠고
빨간 신호 앞에서는
나를 잠시 세워
숨을 고르게 했다
비 오는 저녁이면
젖은 마음을
조심스레 접어
주머니 속 어둠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하루도 도망치지 않았고
끝내지 못한 꿈마저도
버려두지 않았다
달력이
마지막 장을 넘기는 소리 앞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확인한다
이 한 해 동안
나는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사실 하나로
올해는
이미
충분하다
늦었고
지쳤지만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감사하며
나는
다음 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