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애상
보속보속 눈길을 걸으며
겨울이 옵니다
화단 가장자리,
얼어붙은 흙이 낮은 소리로 갈라지고
지난 계절의 줄기들은
무릎을 접어
가만히 누웠습니다
꽃이 사라진 자리는
빈 곳이 아니라
침묵이 머무는
사유의 자리
추위는 생명을 밀어내지 않고
깊이를 묻는 질문처럼
모든 것을 뿌리로 데려갑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숨을 고르고 있는 것들을
나는 믿기로 합니다
겨울은 멈춤이 아니라
존재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시간
뿌리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는 법을 배우는 동안
얼어붙은 흙 아래에서는
미세한 균열이 자랍니다
언젠가 꽃이 온다면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신뢰해 온 시간의
대답일 것입니다
그러니 겨울이 오면
나는 더 낮아져
아름다움을 요구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으로
계절을 배웁니다
지금 피지 않는 것을
결핍이라 부르지 않으며
이 눈 속을 끝까지 건너가
도착하는 쪽에
나를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