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예비 할머니·할아버지 출입 금지 구역〉
(by 서이나)
크리스마스의 병동은
조금 특별하다.
모니터 옆에는 누가 붙였는지 모를
작은 산타 스티커가 붙어 있고,
워머 위에는
조심스럽게 미니 트리가 놓여 있다.
(내레이션)
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 건,
조용히 따뜻해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서이나는
산타 모자를 쓰고 말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어울리죠?”
지나가던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뭘 써도 어울려요.”
(내레이션)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말도 쉽게 믿어버리게 된다.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오늘은 진짜 숨만 쉬고 갈게요!”
예비 할머니·할아버지였다.
손에는 아기용 양말 한 켤레,
작은 카드,
그리고—
병동 전체를 웃게 만드는 미소.
(내레이션)
아…
이분들은 출입 금지 구역을
사랑으로 뚫고 오시는 분들이다.
윤제하가 나타났을 때,
이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빨간 니트.
작은 트리 브로치.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
“…선생님도요?”
“환자분이 주셨어요.”
“트리 브로치 안 달면 섭섭하다고.”
(내레이션)
네, 이해합니다.
저라도 섭섭했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오늘은 더 잘 어울리네.”
“…네?”
“크리스마스잖아요.”
“사랑은 티 나도 되는 날이지.”
이나는 급히 산타 모자를 고쳐 썼다.
유리창 너머,
아기 하나가 손을 꼬물거렸다.
방긋.
킥.
꼬물.
(내레이션)
아기들도 크리스마스를 아는 모양이다.
윤제하가 말했다.
“오늘은 아기들도
좀 더 편안해 보여요.”
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있어서요.”
그 말이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잠깐의 정적.
제하가 조용히 웃었다.
“…저도요.”
돌아가기 전,
할머니가 이나에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선생님 선물이에요.”
“아기 태어날 때까지…
잘 부탁한다고.”
안에는 작은 손글씨 카드.
‘이 병동에서 처음 배운 건,
사랑은 기다리기 전에 먼저 온다는 거예요.’
이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기들의 숨결 속에,
어른들의 웃음 속에,
그리고—
조금 용기 내어 건넨 말 속에
조용히 숨어 있다.
오늘 병동에는 눈이 내리지 않지만,
마음에는 분명히
하얀 크리스마스가 내려앉았다.
여러분, 모두 해피 크리스마스~~!!!
EP.33 〈예비 할머니·할아버지 출입 금지 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