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어서 와~! 첫사랑

by 이다연



“새해에는
아기들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by 서이나)


12:01 AM — 새해 병동


새해의 병동은 놀랍도록 조용하다.

카운트다운은 없고, 폭죽도 없다.

대신 인큐베이터의 일정한 숨소리와

산모의 느린 호흡이
새해를 가장 먼저 맞는다.

(내레이션)


병원에서의 새해는

소원을 비는 시간이 아니라

지켜보는 시간이다.

서이나는 간호 기록지 위에
빼곡히 적힌 날짜를 다시 본다.

1월 1일.

“… 바뀌었네.”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병동은 원래 날짜보다
생명이 먼저 와요.”


11:57 PM — 아직 작년인 병동


병동은 여전히 작년이다.

시계 초침만 괜히 분주하다.

(내레이션)

세상은 곧 떠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병동은 아직 숨을 고르고 있다.

서이나는 장갑을 다시 끼며 중얼거렸다.

“… 하필 오늘이네.”
“좋은 날이잖아요.”
“좋긴 한데요.”
“?”
“아기가 날짜 기억하면
평생 설명해야 할 거예요.”


12:00 AM — 새해


멀리서

“셋—둘—하나—!”

소리가 들린다.

병동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

“… 선생님.”
“네, 산모님.”
“저… 지금—”

서이나의 표정이 바뀐다.


(내레이션)
아,
새해는
이렇게 온다.


12:03 AM — 그 순간


“지금이에요.”
“숨 크게 들이마시고—
하나, 둘—”


산모의 손이 서이나의 가운을 꽉 붙잡는다.

“아, 아, 아—!”
“네, 잘하고 계세요!”
“선생님—!”
“여기 있어요, 안 가요!”


(내레이션)
아기를 낳는 순간은 언제나 같다.

그리고 매번 다르다.

“조금만 더—!”
“지금이에요!”
“나옵니다!”


12:04 AM — 울음


잠깐의 공백.

그리고—

응애.

서이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아이고야.”
“네?”
“아니에요.”
“왜요?”
“새해 첫울음이
이렇게 예쁠 줄 몰라서요.”


(내레이션)
폭죽보다 먼저,
노래보다 먼저,
한 아이가 세상에 도착했다.


12:06 AM — 아기


아기는 얼굴을 조금 찡그린 채
계속 운다.

윤제하가 말한다.

“성격 있겠네요.”
“아니요.”
“?”
“의견이 분명한 거죠.”
“… 그렇네요.”


서이나가 아기를 살짝 보며 속삭인다.

“환영해.”
“여기 꽤 괜찮아.”
“적어도…
기다려주는 사람은 많아.”


12:10 AM — 산모에게

“끝난 건가요…?”
“아뇨.”
“…네?”
“이제 시작이에요.”
“아…”
“그래도 걱정 마세요.”
“왜요?”
“엄마, 되게 잘하셨어요.”


(내레이션)
산모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말은
축하보다 인정이다.


12:18 AM — 새해 인사


윤제하가 말한다.

“선생님, 새해 첫아기예요.”
“그러게요.”
“기분 어때요?”


서이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 올해도
울 일이 많겠네요.”
“좋은 뜻이죠?”
“그럼요.”
“병동에서는 우는 게
다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엔딩 내레이션


새해의 병동에는

카운트다운도 축포도 없다.

대신 한 번의 울음과
한 번의 안도,
그리고 한 사람의 시작이 있다.

새해에 태어난 아이에게는
세상이 조금 덜 서두르길.


산모에게는 자신을
천천히 돌볼 시간이 있기를.


오늘도 병동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기적을 하나 기록했다.

해피 뉴 이어.
그리고—
어서 와, 새해의 첫사랑.


EP. 34.〈미라클메디컬센터〉〈새해에는 울음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