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4 〈아기들은 밤새 자라고, 어른들은 자꾸 확인한다〉
“아기들은
가만히 있어도 자라고,
어른들은
괜히 여러 번 들여다본다.”
(by 서이나)
아침이다.
새해 둘째 날이라고 해서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안 달라졌다.
(내레이션)
새해라고
아기들이 갑자기
천사 모드로 바뀌진 않는다.
서이나는 인큐베이터 앞에서
괜히 멈춰 선다.
“…어?”
“왜요?”
“얘.”
“네?”
“어제보다 큰 것 같지 않아요?”
“… 선생님,
12시간 지났어요.”
“그러니까요.”
“…?”
“12시간이 나요.”
어제 그렇게 울던 아이가
지금은 두 주먹을 쥔 채
세상 평화 다 지킨 얼굴로 잔다.
(내레이션)
저렇게 자고 있으면
어제 있었던 일은 다 거짓말 같다.
서이나가 속삭인다.
“아가야.”
“…?”
“너.”
“…”
“울고 나니까
마음 편해졌지?”
아기는 아무 대답도 안 한다.
그게 이쁘게 더 얄밉다.
산모가 서이나를 보자마자 묻는다.
“아기요?”
“네.”
“잘 있어요?”
“너무 잘 있어서 조금 얄미울 정도예요.”
산모가 웃는다.
(내레이션)
산모가 웃는 건
아기가 괜찮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조금 괜찮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이나는 담요를 다시 덮어주며 말한다.
“오늘은요.”
“…네.”
“아기 말고 본인부터 챙기세요.”
“… 제가요?”
“네.”
“엄마도 어제 다시 태어났거든요.”
산모의 눈이 잠깐 반짝인다.
윤제하가 커피를 들고 나타난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직 밤 같아요.”
“네 … 그래도.”
“네.”
“아기들은 잘 자라죠?”
“네.”
“아기들은 늘 그래요.”
(내레이션)
아기들은 우리를 신경 안 쓰고 자란다.
그래서 더 믿음직하다.
서이나가 말한다.
“선생님.”
“네.”
“아기들은요.”
“네?”
“생각보다 우리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 그런가요?.”
“그래서 다행이에요.”
서이나는 차트에 적는다.
‘새해둥이.
울음 큼.
잠은 더 큼.
엄마도 잘함.’
잠깐 고민하다가 한 줄 더 쓴다.
‘세상 적응 중.’
(내레이션)
병동의 기록은 짧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아기들은 밤새 자란다.
몰래, 티 안 나게,
아무렇지 않게.
어른들은 그걸 확인하느라 아침부터 바쁘다.
새해 둘째 날 병동은 여전히 조용하고,
확실한 건 하나다.
여기서는 오늘도 잘 자라고 있고,
잘 견디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
잘 잤어.
잘 자라고.
그리고—
어서 와, 새해의 둘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