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간호사는 울면 안 되나요〉
“간호사는 울면 안 되나요?”
그 질문은 병실이 아니라
산부인과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나왔다.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정확히 말하면
조심하려다 실패한 훌쩍임.
서이나는 손을 씻다 말고 고개를 기울였다.
(내레이션)
이건 울음이 아니다.
이건 참다가 터지기 직전의 물 샘이다.
칸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휴지를 뽑는 소리,
다시 훌쩍.
서이나는 말없이 휴지 한 장을 더 뽑아
칸 아래로 밀어 넣었다.
잠깐의 정적.
“…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신입 간호사였다.
선배 간호사가 지나가다 멈췄다.
“여긴 감정 쏟는 데 아니야.”
말은 짧았고 톤은 효율적이었다.
신입은 더 작아졌다.
“…죄송합니다.”
서이나는 손을 다 씻고
고개를 닦으며 말했다.
“여긴 화장실인데요.”
선배가 잠깐 멈칫했다.
“…네?”
“원래 물 나오는 데잖아요.”
“손도 씻고.”
“눈물도 씻고.”
선배는 더 말하지 않고 나갔다.
(내레이션)
나는 가끔 상식과 규정 사이에
농담 하나를 끼워 넣는다.
그래야 사람이 안 부서지니까.
칸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눈이 빨간 신입 간호사가 나왔다.
“… 저.”
“네.”
“이러면 안 되죠? 죄송합니다”
서이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안 되는 건 아니고요.”
“계속 이러면 힘들어져요.”
“… 울어서요?”
“아뇨.”
“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신입은 그 말에 더 울 것 같아졌다.
“환자분이…
아까까지 말도 하셨는데…”
“그렇죠.”
“원래 마지막 말이 제일 오래 남아요.”
서이나는 가방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냈다.
“이거 드세요.”
“… 초콜릿이요?”
“당 떨어지면
슬픔이 두 배로 와요.”
“의학적으로는 모르겠고
제 경험상 그래요.”
신입이 웃다 울다 결국 초콜릿을 받았다.
처음엔 나도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프로니까.
버텨야 하니까.
그러다 어느 날 환자가 웃어도
아무 감정도 안 올라오는 날이 왔다.
그날 알았다.
아, 이건 강해진 게 아니라
말라버린 거구나.
신입을 보내고
서이나는 복도 벽에 잠깐 기대 섰다.
그때 커피 냄새가 났다.
“이번엔 또 무슨 명언 던지고 나오셨어요?”
윤제하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
“… 훔쳐 들으셨죠.”
“조금요.”
“‘여긴 물 나오는 데’ 부분에서
저 혼자 웃었습니다.”
서이나가 커피를 받는다.
“울면 안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요?”
“울 수는 있는데요.
“직업으로 울면 안 된다고 했어요.”
“… 어렵네요.”
“그래서 초콜릿을 줬죠.”
윤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명확하네요.”
잠깐의 정적.
“선생님은요?”
윤제하가 묻는다.
“울어본 적 있어요?”
서이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있죠.”
“근데 들키진 않았습니다.”
“… 왜요?”
“들키면
괜히 ‘괜찮다’는 말을 해야 해서요.”
윤제하가 웃었다.
“그 말.”
“제일 안 괜찮을 때 듣는 말이죠.”
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요즘은.”
“… 조금씩 말하려고요.”
“울고 싶으면 울고 싶다고.”
제하가 커피 컵을 들어
이나의 컵에 살짝 부딪힌다.
“좋은 간호사네요.”
“… 선생님 덕분에요.”
울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전문직은 아니다.
울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직이다.
그리고 오늘도
미라클메디컬센터 화장실에는
손 씻는 물과
눈물 씻는 물이 같이 흐른다.
가끔은 초콜릿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