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EP.37〈간호사는 울면 안 되나요〉

by 이다연


“간호사는 울면 안 되나요?”

그 질문은 병실이 아니라
산부인과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나왔다.


17:52 PM — 산부인과 화장실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정확히 말하면
조심하려다 실패한 훌쩍임.


서이나는 손을 씻다 말고 고개를 기울였다.

(내레이션)

이건 울음이 아니다.
이건 참다가 터지기 직전의 물 샘이다.


칸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휴지를 뽑는 소리,
다시 훌쩍.

서이나는 말없이 휴지 한 장을 더 뽑아
칸 아래로 밀어 넣었다.

잠깐의 정적.

“…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신입 간호사였다.


같은 시간 — 화장실 앞


선배 간호사가 지나가다 멈췄다.

“여긴 감정 쏟는 데 아니야.”

말은 짧았고 톤은 효율적이었다.


신입은 더 작아졌다.

“…죄송합니다.”

서이나는 손을 다 씻고
고개를 닦으며 말했다.

“여긴 화장실인데요.”

선배가 잠깐 멈칫했다.

“…네?”
“원래 물 나오는 데잖아요.”
“손도 씻고.”
“눈물도 씻고.”

선배는 더 말하지 않고 나갔다.


(내레이션)

나는 가끔 상식과 규정 사이에
농담 하나를 끼워 넣는다.
그래야 사람이 안 부서지니까.


화장실 안 — 두 사람

칸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눈이 빨간 신입 간호사가 나왔다.

“… 저.”
“네.”
“이러면 안 되죠? 죄송합니다”


서이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안 되는 건 아니고요.”
“계속 이러면 힘들어져요.”
“… 울어서요?”
“아뇨.”
“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신입은 그 말에 더 울 것 같아졌다.

“환자분이…
아까까지 말도 하셨는데…”
“그렇죠.”
“원래 마지막 말이 제일 오래 남아요.”


서이나는 가방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냈다.

“이거 드세요.”
“… 초콜릿이요?”
“당 떨어지면
슬픔이 두 배로 와요.”
“의학적으로는 모르겠고
제 경험상 그래요.”

신입이 웃다 울다 결국 초콜릿을 받았다.


서이나의 독백


처음엔 나도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프로니까.
버텨야 하니까.

그러다 어느 날 환자가 웃어도
아무 감정도 안 올라오는 날이 왔다.

그날 알았다.
아, 이건 강해진 게 아니라
말라버린 거구나.


18:21 PM — 복도


신입을 보내고
서이나는 복도 벽에 잠깐 기대 섰다.

그때 커피 냄새가 났다.

“이번엔 또 무슨 명언 던지고 나오셨어요?”

윤제하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

“… 훔쳐 들으셨죠.”
“조금요.”
“‘여긴 물 나오는 데’ 부분에서
저 혼자 웃었습니다.”


서이나가 커피를 받는다.

“울면 안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요?”
“울 수는 있는데요.
“직업으로 울면 안 된다고 했어요.”
“… 어렵네요.”
“그래서 초콜릿을 줬죠.”

윤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명확하네요.”


잠깐의 정적.

“선생님은요?”

윤제하가 묻는다.

“울어본 적 있어요?”

서이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있죠.”
“근데 들키진 않았습니다.”
“… 왜요?”
“들키면
괜히 ‘괜찮다’는 말을 해야 해서요.”


윤제하가 웃었다.

“그 말.”
“제일 안 괜찮을 때 듣는 말이죠.”

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요즘은.”
“… 조금씩 말하려고요.”
“울고 싶으면 울고 싶다고.”


제하가 커피 컵을 들어
이나의 컵에 살짝 부딪힌다.

“좋은 간호사네요.”
“… 선생님 덕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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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내레이션


울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전문직은 아니다.

울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직이다.


그리고 오늘도
미라클메디컬센터 화장실에는
손 씻는 물과
눈물 씻는 물이 같이 흐른다.

가끔은 초콜릿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