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6〈서이나의 첫 실수〉
“실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사람이 된다.”
(by 서이나)
신입 간호사들이 줄 맞춰 앉아 있다.
하얀 유니폼, 아직 손에 익지 않은 펜,
괜히 곧게 세운 등.
(내레이션)
저 자세는 안다.
너무 잘 안다.
교육을 맡은 선배가 말한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신입들 고개를 일제히 끄덕인다.
서 이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숨을 내쉰다.
“… 그래.”
신입때는
“… 조심해야지.”
한 신입 간호사가 손을 번쩍 든다.
“선배님.”
“네?”
“혹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뭔가요?”
잠깐의 정적.
서이나가 대신 말한다.
“너무 잘하려는 거요.”
신입이 눈을 크게 뜬다.
“…네?”
“잘못할까 봐,
혼날까 봐,
민폐 될까 봐.”
“… 그게요?”
“그래서 정작 산모의 상황을 못 보는 거.”
(내레이션)
그 순간, 서이나의 기억이 과거로 향한다.
2020년 겨울 산부인과.
서이나는 신입 간호사였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서이나 선생님.”
“네!”
“산모분 체온 확인해 주세요.”
서이나는 차트를 먼저 봤다.
수치, 기록, 시간.
“체온 정상입니다.
“… 아파요.”
산모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네?”
“지금… 배가 너무 아파요.”
서이나는 다시 차트를 봤다.
(내레이션)
나는 그 말을 ‘증상’으로 들었다.
‘산모의 목소리 ’로 듣지 못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 상황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산모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위로 크게 들렸다.
분만이 급해졌다.
의사가 뛰어 들어왔고,
병실은 순식간에 바빠졌다.
“왜 이렇게 늦게 말했어요?”
“…죄송합니다.”
그 말은 산모가 아니라
서이나의 입에서 나왔다.
(내레이션)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아기를 받는 일보다 어려운 건
산모의 말을 제대로 듣는 일이란 걸.
서이나는 신입들을 바라본다.
“실수는요.”
“…네.”
“아기 떨어뜨리는 거 아니에요.”
“!”
“산모의 말을 한 박자 늦게 듣는 거예요.”
신입들 표정이 조금 바뀐다.
“그러니까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먼저 보세요.”
“그리고 들어요.”
(내레이션)
그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나는 징한 한 번의 실수가 필요했다.
교육이 끝나고 신입들이 인사한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서이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실수해도 돼요.”
“…네?”
“대신.”
“귀가 열린 간호사로 남으세요.”
서이나는 잠깐 벽에 기대 선다.
괜히 숨이 한 번 길어졌다.
“교육 끝났어요?”
윤제하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다.
“… 언제부터요?”
“방금.”
“다 들었어요?”
“아니요.”
“그럼요?”
“마지막 말만요.”
서이나가 묻는다.
“… 뭐요?”
“실수해도 된다는 거.”
잠깐의 정적.
윤제하가 커피 한 잔을 내민다.
“그 말.”
“…네.”
“그때 누가 선생님한테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요.”
(내레이션)
아, 이 사람은 위로를 설명하지 않는구나.
서이나가 괜히 웃는다.
“… 선생님도 실수해 본 적 있어요?”
“많죠.”
“어떤 거요?”
“말 안 한 거요.”
“… 지금은요?”
“지금은.”
윤제하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한다.
“… 조금씩 말해보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을 먼저 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산모를 먼저 본다.
그래서 지금의 서이나가 있다.
실수는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