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EP. 41〈대신 결과를 지키겠습니다〉

by 이다연


12:07 PM — 분만실 앞


“혈압 떨어집니다!”

모니터 알람이 짧고 날카롭게 울렸다.

분만대 위,

산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출혈 많아요.”
“수치 급격히 떨어져요.”

의사가 짧게 말했다.

“응급 제왕.”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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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PM — 이동 중


침대가 빠르게 밀린다.
형광등이 위로 스쳐 지나간다.

산모의 손이 허공을 찾는다.

“저… 설명….”

숨이 가쁘다.

“위험한 건가요…?”

그 질문은 평소 같으면
서이나가 의자를 당겨 앉았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자를 당길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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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PM — 수술실 문 앞


수술 동의서가 태블릿 화면에 떠 있다.

보호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서 있다.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합니다.”

의사가 말한다.

“지연되면 위험합니다.”

공기가 조여 온다.

동의의 시간이 아니라 결정의 시간.


서이나의 시선


서이나는 태블릿을 들고 잠깐 멈췄다.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길게는 못 한다.

그녀가 산모의 눈높이에 몸을 낮췄다.

“지금요.”
“시간이 없습니다.”


짧은 숨.

“위험 가능성, 있습니다.”
“하지만 안 하면 더 위험합니다.”

산모의 눈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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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서이나는 산모의 손을 잡았다.

“설명은 줄이겠습니다.”
“대신 결과를 지키겠습니다.”

잠깐의 정적.

그 말은 의학적 문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산모의 숨이 조금 느려졌다.


12:12 PM — 사인


보호자가 급히 사인한다.

이번엔 속도를 논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산모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에 질린 고개가 아니라,

맡기는 고개였다.


1:46 PM — 수술 종료


아기 울음이 울린다.

짧지만 또렷한 소리.

수술실 문이 열리고
서이나가 보호자를 향해 말했다.

“지켰습니다.”

그 두 글자에 모든 설명이 들어 있었다.

복도 — 잠깐의 숨


윤제하가 묻는다.

“… 설명, 못 하셨죠.”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요.”
“이해보다 속도가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래도요.”
“거짓말은 안 했어요.”

엔딩 내레이션


동의는 항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시간을 줄이고
신뢰를 남겨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완벽한 설명이 아니라,

설명을 대신 책임질 한 사람의 태도다.


그리고 오늘도
미라클메디컬센터에는
시간이 없을 때조차
거짓말하지 않는 간호사가 있다.

— By. 서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