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1〈대신 결과를 지키겠습니다〉
“혈압 떨어집니다!”
모니터 알람이 짧고 날카롭게 울렸다.
분만대 위,
산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출혈 많아요.”
“수치 급격히 떨어져요.”
의사가 짧게 말했다.
“응급 제왕.”
“지금 바로.”
침대가 빠르게 밀린다.
형광등이 위로 스쳐 지나간다.
산모의 손이 허공을 찾는다.
“저… 설명….”
숨이 가쁘다.
“위험한 건가요…?”
그 질문은 평소 같으면
서이나가 의자를 당겨 앉았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자를 당길 시간이 없다.
수술 동의서가 태블릿 화면에 떠 있다.
보호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서 있다.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합니다.”
의사가 말한다.
“지연되면 위험합니다.”
공기가 조여 온다.
동의의 시간이 아니라 결정의 시간.
서이나는 태블릿을 들고 잠깐 멈췄다.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길게는 못 한다.
그녀가 산모의 눈높이에 몸을 낮췄다.
“지금요.”
“시간이 없습니다.”
짧은 숨.
“위험 가능성, 있습니다.”
“하지만 안 하면 더 위험합니다.”
산모의 눈이 흔들린다.
서이나는 산모의 손을 잡았다.
“설명은 줄이겠습니다.”
“대신 결과를 지키겠습니다.”
잠깐의 정적.
그 말은 의학적 문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산모의 숨이 조금 느려졌다.
보호자가 급히 사인한다.
이번엔 속도를 논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산모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에 질린 고개가 아니라,
맡기는 고개였다.
아기 울음이 울린다.
짧지만 또렷한 소리.
수술실 문이 열리고
서이나가 보호자를 향해 말했다.
“지켰습니다.”
그 두 글자에 모든 설명이 들어 있었다.
윤제하가 묻는다.
“… 설명, 못 하셨죠.”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요.”
“이해보다 속도가 먼저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래도요.”
“거짓말은 안 했어요.”
동의는 항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시간을 줄이고
신뢰를 남겨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완벽한 설명이 아니라,
설명을 대신 책임질 한 사람의 태도다.
그리고 오늘도
미라클메디컬센터에는
시간이 없을 때조차
거짓말하지 않는 간호사가 있다.
— By. 서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