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0〈설명은 준비입니다〉
2:11 PM — 상담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간호사님.”
“설명은… 제가 대신 들을게요.”
서이나의 펜이 공중에서 멈췄다.
“… 대신이요?”
“네.”
“아내가 좀 예민해서요.”
“괜히 자세히 들으면 더 무서워할까 봐.
옆에 앉은 산모가 작게 웃었다.
“… 맞아요.”
“저 겁 많아요.”
보통은 여기서 고개를 끄덕인다.
“네, 보호자분께 설명드릴게요.” 하고.
하지만
서이나의 4차원 회로가
조용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요.”
“남편분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사 맞을 때요.”
“아프면 누가 대신 아파줄 수 있나요?”
“…네?”
“배 아프면요?”
“대신 배 잡고 누워줄 수 있나요?”
남편이 당황했다.
“… 그건 못 하죠.”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술도요.”
“대신 받을 수 없습니다.”
산모가 천천히 남편을 쳐다봤다.
남편의 표정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래도요.”
“제가 알면… 설명은 충분하잖아요.”
서이나가 미소 지었다.
“설명은요.”
“정보가 아니라 준비거든요.”
“준비요?”
“네.”
“몸은 산모님이 준비하고요.”
“마음도 산모님이 준비해야 해요.”
서이나가 갑자기 노트를 꺼냈다.
“그럼 이렇게 해볼까요?”
산모와 남편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남편분은요.”
“불안 담당.”
“네?”
“산모님은요.”
“이해 담당.”
산모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팀이에요 그게.”
“부부 팀입니다.”
설명의 시간
서이나는 의자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겁 많으신 거요.”
“문제가 아니라 능력입니다.”
산모가 눈을 크게 떴다.
“… 능력이요?”
“네.”
“겁이 많으면 질문을 많이 하거든요.”
“질문 많이 하면요?”
“사고 확률 줄어듭니다.”
“저희 의료진 입장에선 아주 환영입니다.”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아내가 직접 듣는 게 낫다는 거죠?”
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일 중요한 환자니까요.”
남편이 천천히 산모를 바라봤다.
“… 듣고 싶어?”
산모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 무섭긴 한데.”
“모르는 게 더 무서워.”
그 말이
상담실 공기를 조용히 바꿔놓았다.
산모는 질문을 세 개나 했다.
“마취는 어느 정도까지 되나요?”
“회복은 얼마나 걸려요?”
“아기한테 영향은 없을까요?”
서이나는 하나씩 대답했다.
“이건 이런 뜻이고요.”
“이건 가능성 이야기예요.”
“그래도 대부분은 괜찮습니다.”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가
천천히, 정확했다.
그리고,
산모가 설명서를 접으며
남편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상담실 문이 닫히자 윤제하가 물었다.
“… 또 팀 짜셨어요?”
“네.”
“불안 담당, 이해 담당.”
“… 저는요?”
서이나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윤 선생님은요.”
“잔소리 담당.”
“그건 직무 외 업무입니다.”
“아니요.”
“기본 옵션입니다.”
윤제하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결론은요?”
서이나가 말했다.
“오늘 설명은."
“환자가 들었습니다.”
잠깐의 정적.
윤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좋은 설명이네요.”
누군가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대신 듣겠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무섭다는 이유로 듣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술대에 눕는 사람은
언제나 환자 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해는
대신할 수 없는 준비다.
그리고 오늘도
미라클메디컬센터에는
환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한 사람’으로 대하는 간호사가 있다.
— By. 서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