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EP.05–‘아빠는 지금, 출산보다 더 아픕니다’

by 이다연




금요일 오전, 산부인과 대기실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분주했다.
오늘은 특별한 검사 일정이 몰려 있던 날.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커플이 있었다.

“여보, 초음파 전에 초콜릿 먹을래?”

“됐어. 자기나 먹어. 나 지금 속이 울렁거려.”

아내를 따라온 남편의 얼굴은 처음부터 창백했다.
말수도 적고, 자꾸만 복도를 서성였다.

서이나는 그 모습을 흘끗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흠, 불안 레이더 작동 중... 곧 무너질 것 같은데요?”

그리고는 정확히 5분 뒤—

복도 끝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 선생님!! 남편이 쓰러졌어요!!!”


현장 긴급상황

“가슴이... 조여요... 숨이 잘... 안 쉬어져요...”
들것에 실린 남편은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의사들은 심전도 검사와 기본 활력 징후 체크에 들어갔고,
서이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


“남편분, 심장은 멀쩡하세요.
지금 증상은요... ‘출산 동행 긴장증후군’입니다.”

“네... 네에?”

“쉽게 말하면, 아내 분 출산이 너무 걱정돼서 생긴 멘털 쇼크예요.
흔하진 않지만 종종 있어요. 특히 첫아이, 그리고 진심 많은 아빠일수록.”

남편은 머쓱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제가 대신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진짜로.”


감정 응급처치, 시작

서이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마음, 진짜 멋져요.
근데요, 그게 지나치면 아내보다 먼저 실려 오시는 거예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서이나는 조심스레 손에 작은 물병을 쥐여주며 덧붙였다.

“이건 수액보다 빠른 멘털 진정제예요.
이거 마시고요, 지금부터 따라 하실 게 있어요.”

“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이렇게 속으로 외치세요.
‘나는 멀쩡하다. 아내가 더 고생 중이다. 나는 멀쩡하다...’
자, 시작!”

남편은 마지못해 따라 했고, 복도 건너편에서 아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마무리, 그리고 조용한 박수

조치 후, 남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진짜 이상하게, 괜찮아졌어요.”
“그렇죠? 그러게 누가 그렇게 감정이입하래요~”

그 순간, 대기실 구석에서 누군가 박수를 쳤다.
곧이어 다른 산모들과 보호자들도 조용히 웃으며 따라 박수를 보냈다.

서이나는 민망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희 병원, 원래 이런 힐링 분위기예요.
다음엔 간식 챙겨 드릴게요, 아빠 환자 전용으로요!”


퇴근 후, 이나의 일기

‘오늘은 신기한 환자를 만났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아픈 환자.
그리고 그 마음은 너무 따뜻해서…
조금 울컥했다.
아빠들도, 엄마만큼 위대하다.’



[다음 이야기 예고]


“아가가 태어난 순간, 그녀는 전생을 떠올렸다”

산부인과 분만실,
그날은 서이나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처음으로 그녀가 아기를 품에 안은 날.

작고 따뜻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한 울음.

“어머나... 너, 진짜...
방금 나한테... 윙크했니?”

서이나는 순간 이상한 기시감을 느낀다.
이 낯설지 않은 눈빛. 이 작은 손의 온기.

그리고,
아기가 웃었다. 아주 조그맣게, 아기답지 않게.

그때 머릿속을 스친 한 문장.

“언니, 또 만났네.
이번 생에도 나 지켜줄 거지?”


이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간호사 서이나,
처음으로 생명의 비밀에 닿는다.

감동도, 웃음도, 진심도 넘치는
EP.06 – “작은 너와, 나의 이야기”

다음 주 목요일,
서이나가 다시 출근합니다.


* 다음 회차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