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메디컬 센터》

EP.08 – “모유 수유 지침서 도난 사건!”

by 이다연


산후조리원 3층 공용 라운지, 오전 10시 11분.


"간호사 선생님!! 큰일 났어요!"

서이나는 갓 타온 따뜻한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려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수유가 한창이던 산모 김혜란 씨가 분홍색 수건을 어깨에 두른 채 눈을 부릅뜨고 달려왔다.

“누가!
제 젖병 일지를 가져갔어요!!”
“네...? 젖병... 뭐요?”
“일지요!
제가 직접 기록한 수유량, 시간, 자세,
아이 반응까지 정리한…
제 인생의 역작이에요!”
(서이나, 잠시 당황)
“… 그걸 왜 훔쳐가죠…?”
“그걸요… 다들 따라 하더라고요.
제가 지난주에 수유왕 뽑힌 거…
기억 안 나세요!?”

그 순간, 산후조리원 전체에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비공식 수유 정보전쟁의 서막이었다.


간호사 스테이션

서이나는 자칭 ‘지침서 미궁’에 들어선 탐정이 된 듯 노트를 펼친다.

“좋아. 일지를 본 사람은 총 다섯 명…
그중 세 명은 어제 라운지에 있었고,
하나는 혜란 씨를 은근 견제했던 산모,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그녀는 갑자기 멈춰 선다.

“박 팀장님, 어제 라운지 청소는 누가 했죠?”
“글쎄요, 어제… 잠깐!
은영 간호사가 대청소한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대청소...? 그럼 혹시—!”

장면 전환 – 수유실 옆 휴게실

서이나가 조심스럽게 캐비닛 문을 열자—
안에 곱게 접힌 수건들 사이에서 익숙한 핑크색 노트가 살짝 삐져나왔다.

“찾았다!!”

그때, 조용히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은영 간호사였다.

“아, 그거...
제가 치우다 잠깐 둔 건데...
그건 제 환자들 기록노트에요…”

서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를 확인했다.

그녀는 아니다. 그럼?


산후조리원 308호, 정유나 씨.


정돈된 말투, 깔끔한 외모, 정보력 갑.
수유 시간표도 철저하고, 수면 교육도 완벽히 준비한 '엄마의 교과서'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조리원 커뮤니티 톡방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했다.
늘 유용한 링크를 공유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정보성 발언을 잘 올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혜란 씨가 뭔가를 올리면,

꼭 그 다음에 “사실은요…” 로 시작하는 반박 톤의 글이 이어졌다.


혜란 씨: “전 유축은 3시간 간격이 제일 잘 맞더라고요~”
정유나: “저는 유축은 수요보다 공급이 먼저라는 게 원칙이라고 들었어요.”

혜란 씨: “밤수 한 번은 꼭 하고 있어요~”
정유나: “전 우리 아기가 워낙 잘 자서 밤수는 한 번도 안 했네요.” (톡방에서 박수 이모티콘 3개)


어느 날, 서이나가 들은 수상한 속삭임

“서 간호사님… 308호 정유나 씨 말인데요.
자기 애는 안정된 모유수유로 밤에 한 번도 안 운다면서 그렇게 톡을 올리더니 새벽 3시쯤 복도에서 몰래 아기 달래고 있던 거 봤어요...”


그리고... 분실된 ‘젖병 일지’


그날 이후, 혜란 씨가 애지중지 쓰던 ‘수유 노트’가 사라졌다.
서이나는 기억했다. 정유나 씨가 지난주 라운지에서 어떤 노트를 펼쳐 읽던 모습을.

“우와…
이렇게까지 꼼꼼히 적는 분도 있구나…
완전 논문급인데요?”

혼잣말이었지만,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던 그 표정.


서이나의 판단

서이나는 서유나의 빈 병실에서 노트를 되찾은 뒤,

노트에 묻은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음… 이건,
정유나 씨가 바르는 핸드크림 냄샌데?”


마지막 장면


정유나 씨는 로비에서 조용히 서이나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해요. 서 간호사님…
혜란 씨한테 제 얘기, 안 하셨죠?”
“네~ 전 그냥,
핸드크림 냄새로만 판단했거든요.”

서이나는 윙크했다.

“그리고요, 유나 씨.
밤에 아기 우는 거—
비밀로 해드릴게요. 저랑만요.” ^^

정유나 씨는 뜨끔한 얼굴로, 소리 없이 웃었다.

“역시… 서이나 간호사님,
그냥 간호사 아니시네.”


수유실


“돌려드릴게요,
김혜란 씨. 도난이 아니라…
단순한 오해였어요.”
“어머… 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다시는 못 찾을 줄 알았어요~!”

혜란 씨는 일지를 품에 꼭 안고, 아기를 안으며 웃었다.

“근데, 솔직히…
다들 제 비법 보고 싶어 하긴 해요.
이참에 ‘모유 수유 클래스’라도 열까요?”
“오~ 그건 좋네요.
강사 명찰도 만들어 드릴게요~” (서이나 웃음)


엔딩 – 서이나의 독백

“진심이 담긴 기록은
결국, 다시 돌아오는 법이죠.”

그녀는 한 손엔 젖병 일지,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병동을 한 바퀴 돈다.

“오늘도... 아기들은 건강하게,
산모들은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다음 이야기 예고]


EP.09

– “고요한 병실의 비밀 계약서”


“산부인과에 새로 온 VIP 산모,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다음 주 목요일,

미라클 메디컬 센터에서 만나요.

서이나가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