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비양도(飛揚島) “섬 속의 섬”
한림항에서의 짧은 항해.
파도가 발끝을 두드릴 즈음,
작은 섬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은 제주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고요.
비양도.
섬은 말이 없다.
말 대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속삭이며,
길 위의 발자국이 시간을 기록한다.
이곳에는 빠름이 없다.
배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몇몇 사람들만이
숨을 고르듯 섬을 걷고,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비양봉 정상에 오르면,
섬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림항, 금능 해변,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방산까지.
바다 건너의 세계는 분명 멀지 않지만, 이곳의 시간은 다르다.
바람을 따라 걷고, 고요를 마시고,
오래된 돌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된다.
아, 나는 지금, 섬 속의 섬에 들어선 것이라고.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앞바다
특징: 제주 본섬 북서쪽, 섬 속의 섬으로 오름(비양봉)을 품은 화산섬
면적: 약 0.5㎢, 인구 약 100명 내외
접근: 제주시 한림항 → 도선 이용 (편도 약 15분 소요)
– 지질공원 및 자연문화적 가치
제주도 화산활동의 산물로 형성된 분화구형 섬이다.
비양봉(飛揚峰)은 해발 114m로, 섬 중앙에 솟은 작은 오름이며,
정상에서는 한림, 금능, 협재 해변, 산방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섬 전체가 하나의 화산체 단일지형으로, 화산 쇄설물, 현무암, 해식 절벽, 조간대가 잘 보존되어 있다.
– 바다 위의 작은 화산, 그 정상에서 본 시간
비양도 한가운데,
해발 114m의 작은 봉우리가 하나 솟아 있다.
이름하여 비양봉(飛揚峰).
말 그대로 ‘날아오른 봉우리’라는 뜻이다.
이 오름은 그저 지형이 아니라, 섬의 심장 같은 존재다.
화산이 바다를 뚫고 솟구친 지점.
오래전 땅이 끓던 흔적이 고요한 봉우리로 남아 있다.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발밑에서 바다가 천천히 펼쳐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제주 본섬의 해안선이 푸르게 펼쳐져 있다.
거기서 보이는 한림항, 금능해변, 협재의 파란 물빛,
그리고 산방산 너머로 희미한 산그림자까지.
바람은 쉼 없이 불어오고
하늘엔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산책길은 짧지만,
정상에서의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이 오름에 오르기 전과 후,
비양도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래에서 볼 땐 평범한 작은 섬 같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섬이 바다 위를 유영하는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비양봉은, 섬을 품은 바다와,
바다를 품은 섬의 경계를 이어주는 곳이다.
– 바람과 고요가 머무는 섬, 비양도
비양도는 화산활동의 산물로 생긴 섬이자,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낸 암석 지형을 간직한 자연 중심의 화산섬이다.
한림항에서 15분 남짓 떨어진 바다 위에 떠 있는 이 조그만 섬은, 겉보기엔 작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깊은 정적과 생태의 풍경이 있다.
이 섬의 시간은 느리고, 고요하며, 자연과 사람이 아주 조심스럽게 공존하는 방식으로 흐른다.
– 비양봉 정상의 360도 조망
비양도 중앙의 비양봉은 작지만 단단한 화산오름으로,
해발 114m 정상에 오르면 한림 해안선, 금능·협재 해변,
멀리 산방산까지 펼쳐진다.
바다와 육지, 하늘이 한눈에 담기는 조망은
‘섬 속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섬을 따라 걷다 보면 현무암 절벽, 해식동굴,
풍화된 암반층이 드러난다.
검고 매끄러운 암반이 파도에 젖어 반짝이는 해안선은
사진보다 더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 돌담, 어촌, 그리고 바람
섬 안쪽 마을은 돌담과 전통 어가가 어우러진
조용한 어촌의 정취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아기자기한 길 위로 바람이 스치고,
사람 대신 바닷새와 해초들이 일상을 채운다.
-슬로 트래블 최적지
비양도는 상업적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짧은 산책길, 텅 빈 마을 골목, 오름과 바다 사이의 정적.
말 없는 풍경이 전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곳이다.
– 조용하지만 깊게 남는, 섬 속 포인트
작고 조용한 섬,
비양도에는 거창한 랜드마크도,
인파 몰린 포토존도 없다.
하지만 걷다 보면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진짜 명소’들이 기다리고 있다.
– 바다 위 조망대
해발 114m의 섬 중앙 오름.
제주시 한림과 협재, 산방산, 심지어 추자도까지 보이는 환상적 조망 .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순간, 비양도의 진심이 느껴진다 .
– 섬의 입구, 섬의 얼굴
한림항에서 배가 닿는 곳.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빛, 나무 난간과 돌계단, 고요한 파도.
섬 여행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공간 .
– 어촌 마을의 심장
낮은 돌담 사이로 이어진 좁은 골목 .
오래된 집들과 소박한 꽃들, 마주치는 주민의 인사가 풍경처럼 다가온다.
'지나가는 게 아니라, 살아보는 기분'이 드는 길 .
– 풍화의 조각
북측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검은 현무암 절벽 .
해식동굴과 파도 자국이 만든 자연의 부조 .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침식 지형.
– 살아있는 바다 체험
마을 앞 조간대에 펼쳐진 어장 .
톳, 해조류, 소라 등 어민들의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
자연과 사람의 공존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비양도의 명소들은 '크고 유명해서'가 아니라,
'조용히 곁에 있어줘서'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이
오늘 당신의 마음에도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
“섬이 가장 고요할 때,
마음은 가장 깊어진다.”
비양도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바람은 무심히 불고, 바다는 조용히 물러나며,
돌담과 오름, 바위와 길들은 그저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 묵묵한 풍경 속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비양도는 목적지를 갖고 찾는 곳이 아니다.
그저 잠시, 세상의 소음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비춰보는 섬이다.
비양봉에 올라 숨을 고르며 바라본 바다.
텅 빈 해안길을 걷다 만난 바람.
돌담 너머 고요한 마을의 오후.
그 모든 순간이 말 대신 마음에 남는다.
철새처럼 우리는 이 섬에 잠시 내려앉았다가,
무언가 조금은 가벼워진 채 떠난다.
비양도의 진짜 아름다움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도,
하늘을 향한 오름의 곡선도 아닌,
그 풍경 앞에 말없이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일지 모른다.
– 톳, 소라, 바닷바람이 만든 음식 이야기
비양도에는 시장이 없다.
횟집도 없고, 관광용 식당도 드물다.
하지만 그 대신, 바다에서 건져 올린 정직한 식재료와 세월을 품은 밥상의 기억이 있다.
– 씹을수록 짙어지는 바다의 향
비양도 앞 조간대에서는 봄부터 여름까지 작은 소라가 많이 잡힌다.
삶아낸 뒤 초장에 콕 찍어 먹으면 바닷바람과 파도가 입 안에서 퍼진다.
어르신들은 이를 *“바다의 손톱”*이라 부르며, 젓가락보다 손으로 꺼내 먹을 때 더 맛있다고 말한다.
– 검은색의 건강, 바다의 봄채소
2~3월이면 섬 주민들은 바위에 붙은 톳을 따기 시작한다.
데쳐서 무쳐내면 쫄깃한 식감과 바다내음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늘, 참기름, 깨소금만 넣어도 훌륭한 밥도둑.
“이건 사 먹는 맛이 아니고, 살던 맛이에요.”라는 말이 꼭 따라온다.
– 바다 내음으로 끓인 아침
김, 파래, 톳 등을 섞어 된장국처럼 푹 끓인 따뜻한 국.
기름기 없는 삶을 닮은 담백한 국물.
아침마다 바다를 마시는 느낌이 든다.
무명 대접에 담겨도 이 섬에선 최고의 환대가 된다.
– 바람과 햇빛으로 빚은 흰 결정
직접 굽거나 팔지는 않지만, 바닷물을 염전 대신 작은 통에 받아 말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손소금.
이 소금은 생선에 뿌려도, 삶은 달걀에 찍어도 바다의 인사처럼 고요하고 진하다.
비양도의 밥상에는
향신료도 없고, 장식도 없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 섬의 바람, 시간, 그리고 사람의 손이 녹아 있다.
‘그리움’이라는 양념이 있다면, 아마 이 섬 밥상이 가장 진하게 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돌아가는 배에 올라,
천천히 멀어지는 비양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섬은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내 안의 말들을 하나둘 꺼내어 듣게 해 주었다.
걷는 동안, 오름 위에서,
조용한 해안 길에서, 오래된 돌담 곁에서—
나는 나를 가장 조용히 마주했다.
비양도는 작고, 조용하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리되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가라앉았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조용한 섬에 가고 싶다면, 꼭 비양도에 다녀오라고.”
'비양도는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이 잠시 머무는 자리였다.'라고.
– 바다 위를 떠돌던 섬의 전설
먼 옛날, 제주 땅에서 커다란 지축이 요동치던 어느 날이었다.
화산이 터지고, 불기둥이 하늘을 찌르던 그 밤—
본섬의 한 자락이 ‘퉁’ 하고 떨어져 나갔다.
바다로 굴러 떨어진 그 땅은
파도 위를 이리저리 부유하며 정처 없이 떠다녔다.
그 모습을 본 용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하늘을 나는 대신 바닷속을 달리던 존재였다.
용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그 땅덩이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
장난 삼아 입에 물고 헤엄을 쳤다.
푸른 물결 속을 헤치며 용이 섬을 물고 달릴 때,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그러다 갑자기—
바닷속에서 거센 소용돌이와 함께 바람이 솟구쳤고,
그 바람에 놀란 용이 섬을 입에서 ‘퉁’ 하고 놓쳐버렸다.
섬은 휙 돌더니, 지금의 자리에서 ‘퍽’ 하고 멈췄다.
그 뒤로 섬은 움직이지 않았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서 날아와 바다에 솟은 섬이니,
이곳을 ‘飛揚島(비양도)’라 부르자.”
오늘날 비양도 비양봉에 오르면 섬 전체가 마치 바다 위에 살포시 얹힌 듯 보인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도 어디론가 천천히 날아가고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바다 위의 작은 화산', 비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