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작지 않다
요즘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영향력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단연 '핑계고'라고 하고 싶다. 하고 많은 공중파 프로그램도 아니고 왜 유튜브 채널을 꼽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2024년 핑계고 시상식 2회를 보면서 생각을 굳혔다. 유재석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이는 자리가 바로 저 핑계고 MC라는 것을 말이다. 당연히 <놀면 뭐 하니>, <런닝맨>, <싱크로유> 등 또 타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현재 유재석의 다방면을 느끼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은 핑계고임을 느꼈다.
1. 팔방미인
전반적으로 유재석의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특히 <핑계고>는 유재석의 과거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그의 초창기 프로그램인 <X맨>이나 <동고동락>, 그리고 최근작 <놀면 뭐 하니>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캐릭터와 진행 스타일이 <핑계고>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마치 그의 예능 인생을 응축한 종합 선물 세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독특한 포맷은 "스타들의 으밀아밀한 사석 모임을 몰래 엿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핑계고>를 보며 시청자들은 유재석이 공과 사를 넘나들며 사람들과 유쾌한 케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게 했다. 이는 그저 대본에 의존하거나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 방송과는 달리, 유재석 특유의 즉흥성과 리더십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자연스러운 유머와 소탈한 대화는 마치 친근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함을 줬다.
특히 다양한 게스트들과 어울리며 토크쇼에서 유재석 본인이 MC 포지션이 되기도 했다가 게스트 포지션 되기도 하는 모습은 요즘 타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핑계고>에서의 유재석은 그렇게 자신의 다방면의 모습을 의미 있게 공유했던 인물들과 건설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구축해, 같은 사람일지라도 만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진행하는데, 이는 매우 친근하고 세련된 엔터테이너임을 느끼게 한다. 사실 몇 개월 전 지석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김구라의 말마따나 유재석은 한국 방송게에서도 사실상 콘텐츠 자체로 기능할 수도 있는 인물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워낙 멀티테이너고 대중성에서나 인지도, 호감도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 해있다 보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새삼스럽다.
2. 다른 결
하여튼 왜 이렇게 서론이 긴가 하니, 바로 [핑계고 시상식] 때문이다. 공중파 시상식에 버금가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채로운 게스트 구성은 실로 놀랍기만 했다. 이런 핑계고의 섭외력에는 유재석의 존재와 유튜브 채널이라는 라이트함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 ~ 대상 > 같은 공중파 시상식을 시청할 때면 화합의 장으로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소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인상을 가진 반면, 핑계고 시상식은 보다 좀 자유롭고 친근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시청자들도 웃음 짓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편에서 특별하다.
8년 전을 생각해 보면, 2016년 10월 9일 개최한 tvN 10주년 Awards는 시청자들에게도 접근성 높은 축제의 장으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핑계고 시상식은 그와 비슷한 감동을 일부 재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핑계고 시상식은 라이브로 15만 명이 시청하기도 했으며, 비록 편집본이었지만 라이브 특유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참으로 딱딱할 것 같은 시상식에서 인간미가 화면을 뚫고 나왔다. 지나치게 경건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바로 옆에서 호흡하며 대화하는 듯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3. 오밀조밀한 시상식
1) 사무실 - 핑계고 시상식의 가장 큰 특징과 성공 요인은 그 진정성과 친밀감에 있었다. 화려한 무대나 대형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대신 사무실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다. 이런 거부감 없는 공간에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공감과 몰입을 유도하며 핑계고만의 독창성을 더욱 부각했다.
2) 소박한 공간 - 넓지 않은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은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작용했다. 출연자들 간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심리적 거리감도 자연스럽게 좁혀졌을 듯하다. 기존 시상식에서는 자칫 아는 사람끼리만 어울리거나 자리 배치를 통해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핑계고 시상식은 공간의 제약을 활용해 출연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더 진솔하고 인간적인 순간들을 전달했다. 이는 대형 시상식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출연자들이 서로 더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진정성과 호감을 배가시켰다.
3) 케미스트리 -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출연진 구성에 있다. 기존 핑계고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멤버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며, MC 유재석과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가 더욱 빛을 발했다. 이는 단순히 MC와 게스트의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핑계고 플랫폼 특성상, 이러한 구성은 친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출연진들의 유쾌한 대화와 유재석의 능숙한 진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에게는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프로그램의 친밀감을 더욱 강화하며, 기존의 격식 있는 시상식과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본다.
4. 브랜드 가치
1) 차별화
유튜브 채널 핑계고는 기존의 공중파 예능과는 차별화된 독창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 핑계고 시상식은 규모나 화려함에서 공중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진정성과 독특한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상식이 대규모 스튜디오가 아닌 소규모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는 점, 그리고 출연진 간의 가까운 물리적 거리가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형성했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본질적 매력을 더욱 부각했다. 이 같은 갖가지 시도는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2) 팬덤 형성
핑계고는 기존 예능과는 다른 방식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친밀감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정서적 연결을 제공하며, 이는 충성도 높은 팬층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핑계고 시상식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실시간으로 15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팬덤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단기적인 흥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핑계고는 다양한 기획과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팬층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또한, 팬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굿즈 제작이나 특별 이벤트는 팬층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5. 성공적인 시상식
핑계고 시상식의 성공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흥행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산업적 시사점을 남겼다. 우선, 대중성과 진정성의 융합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핑계고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어떻게 시청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방송 산업 전반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화려한 무대와 대형 스튜디오를 지양하고, 시청자와의 소통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 제작 방식이 더욱 각광받지 않을까 싶다. 핑계고가 보여준 접근 방식은 향후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 제작에 영감을 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와 라이브 스트리밍이 중심이 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이러한 전략은 중요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핑계고 시상식이 강조한 공간 활용과 출연진 간의 상호작용은 시청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콘텐츠의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대형 제작비를 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형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유튜브의 콘텐츠들 자체가 주는 라이트함과 접근성 등을 핑계고, 짐종국, 침착맨 등을 통해 알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협소한 공간에서 출연자 간 물리적 거리를 줄이거나, 자연스러운 대화와 교감을 극대화하는 형식은 보다 적은 자원으로도 감동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은 규모로 머물러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작은 팀으로도 얼마든지 큰 것들을 할 수 있다.
(There’s nothing wrong with staying small. You can do big things with a small team)
-제이슨 프라이드, 베이스캠프 CEO-
이미지 출처 : AI 생성 이미지 및 유튜브 핑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