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공은 여전히 골대를 향해 굴러간다
1. 세계 공통 언어 : '골'
축구에서 '골'은 국적, 언어,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는 상징적인 언어로 작용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봐도 알 듯 '골'이라는 외침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아니 대중들에게도 동일한 감정을 전달한다. 축구의 득점 방식은 그 희소성과 짜릿함으로 다른 스포츠와 차별화된다. 다른 구기 종목들도 각기 독특한 득점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축구의 득점 방식은 꽤나 감정적이고 극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경기 내내 수십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득점이 드물게 이루어지는 축구 특성상, 골이 터지는 순간의 환희는 경기의 맥락과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발이라는, 그러니까 인간 신체 중에서도 정교한 조작이 어려운 부위를 사용하여 공을 차고, 골망이라는 목표를 향해 골키퍼를 제쳐 정확히 집어 넣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 능력을 넘어선 집중력과 창의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기술적 난이도는 관중들의 몰입을 유도하며,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현재 축구는 약 35억 명에 이르는 팬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무려 15억 명이 시청하며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글로벌 현상임을 입증했다. 경제적으로도 축구의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글로벌 축구 시장의 연간 수익은 약 470억 달러, 한화로 약 63조 원에 이르며, 이는 스포츠 산업 내에서도 독보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갖가지 과정과 결과물에는 이유가 따르는 법이다. 축구에서 '골'이 바로 그 이유이다. '골'이라는 외침은 경기장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짧고 강렬한 단어는 축구의 기술적 정교함과 감정적 극치를 한데 모아 전달하며, 축구를 전 세계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2. 손흥민에 대한 관심
손흥민의 업적은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 팬들에게 인내와 탁월함을 증명한다.
소위 월클(월드클래스)이냐 아니냐라는 밈이 돌 정도로 그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그가 재능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가 아버지와 함께 연습해 온 역사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그의 겸손함과 미덕 등은 얼마나 인내를 갖고 축구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지를 보여주며 '노력하는 천재'라는 모습으로서 많은 팬들의 기대와 공감을 산다.
사실 박지성이라는 한국 축구 역사 아니 더 넓게 보면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굳건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손흥민은 이 같은 압박과 부담에 결코 멈추지 않고 본인의 색깔을 믿고 활약을 이어간다. 특히 그가 골을 넣을 때면 축구에 관심 없는 대중들 역시 너무도 볼거리가 많은 미디어의 파도에 치이는 중에도 부리나케 달려오도록 만든다. 나도 축구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있지만 심도 있게 보는 편이 아닌 사람인데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관련된 그의 인터뷰부터 커뮤니티 및 선수들의 반응까지 사실 골장면만큼이나 비하인드 장면을 챙겨보며 관심을 가진다.
3. 푸스카스 상
2019년 푸스카스 상을 수상한 번리전 골은 천재성과 번뜩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골은 손흥민의 뛰어난 피지컬, 민첩한 움직임,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탄생했다. 그러나 단지 눈에 보이는 요소만으로 이 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골은 축구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도전 정신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성 있는 집념 어린 골로서, 축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
FIFA는 이 골을 "The irresistible solo run(압도적인 개인 질주)"이라고 평가하며, 단순한 골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했다. 손흥민이 자신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아 단 12초 만에 상대 골문을 가른 이 장면은, 축구의 본질인 속도, 기술, 그리고 순간의 판단력을 집약한 순간이었다. 이 골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푸스카스 상을 통해 손흥민은 축구 선수에 불과한 존재가 아닌,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감을 주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의 번리전 골은 우리에게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것은 노력과 헌신, 그리고 도전을 통해 이룬 결과물로,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푸스카스 상을 꿈꾸도록 만든 시퀀스로 이 장면을 본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을 것이다.
4. 2024년 맨유전 코너킥 골
이번 2024년 카라바오컵 맨유전에서 나온 코너킥 골은 가히 예술성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현대 축구에서 슈팅의 기대 득점 확률을 측정하는 것을 'xG(Expected Goals)'라고 하는데, 이는 이 골의 특별함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축구 통계 매치 풋몹이 분석한 이 코너킥 득점의 xG는 0.01이었으며 xG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xG 필로소피'에서는 0.00으로 산출했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골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는 이 골이 지닌 진귀함과 난이도면에서 얼마나 수준이 높고 어려운지를 입증했다.
게다가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면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손흥민은 상대팀으로부터 시간을 끈다는 오해까지 받아가며 코너로 들어섰던 것으로 안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않고 골망을 흔들 그의 슈팅(?)은 과정에서조차 도전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공의 궤적은 소위 '바나나킥'으로 불리는 독특하고 유려한 곡선을 그렸으며, 그가 이 같은 기술적이고 멋진 골을 성공시키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알 수 있었던 또 다른 골이었다. 이전까지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마무리로 골망을 흔들었는가 하면 이번에는 미학적 가치까지 겸비한 매우 희귀한 골을 통해 창의성까지 겸비한 축구 레전드임을 몸소 증명했다. 이를 통해 그의 축구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의미 있는 부분을 또 한 번 되짚어 보자면, 이 골은 데이비드 베컴과 티에리 앙리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만이 간신히 성공시킨 기술이라는 점이다. 손흥민은 이제 이 골을 통해 축구의 거장들과 나란히 새기게 되었다. 아마 이 골은 축구의 역사를 더욱 풍푸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4. 비즈니스에서의 '골'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영역에서 '골'은 단순한 경기의 한 장면을 넘어서는 강력한 자산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축구 관련 마케팅 캠페인은 '골'이라는 순간이 지닌 열렬한 감동과 역사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이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현대자동차가 카타르에 만든 FIFA 박물관의 특별 전시관 '역사를 만든 골(Goals Create History)'은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562㎡ 규모로 조성된 이 전시 공간은 단순한 홍보관을 넘어 축구의 역사적 순간들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역대 월드컵 트로피와 32개 참가국의 유니폼 전시를 통해, 브랜드는 축구의 역사적 가치와 자사의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통적인 제품 중심의 마케팅을 뛰어넘어, 문화적 경험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삼성전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갤럭시 워치 광고 캠페인 'THE DREAM GOAL'은 축구 스타 손흥민의 이미지와 첨단 기술을 창의적으로 결합한 사례다. 이 캠페인은 손흥민의 골 장면을 꿈의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갤럭시 워치의 수면 측정 기능을 자연스레 부각했다. 특히 '골'이라는 순간의 극적인 성취감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술적 혁신성을 연결시킴으로써, 제품의 기능적 가치를 감성적 차원에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자동차의 '세기의 골' 캠페인은 스포츠 마케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결합한 혁신적 접근을 보여준다.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골'이라는 순간이 지닌 대중적 호소력을 활용하여 기업의 ESG 메시지를 전달한 탁월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러한 마케팅 캠페인들은 '골'이 지닌 다층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
첫째, 문화적 차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적 자산이 된다.
둘째, 기술적 차원에서 혁신의 순간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활용된다.
셋째, 사회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공동 목표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처럼 현대 비즈니스에서 '골'은 단순한 스포츠의 한 장면을 넘어,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차원적 마케팅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5. 손흥민의 '골'
손흥민의 '골'은 참으로 특별하다.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기술과 전략적 산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요소와 깊은 철학 그리고 뜨거운 스토리가 깃들어 있다. 그가 언론과 경기장에서 보여준 투지와 열정, 그리고 동료와 팬들을 향한 배려심은 그의 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항상 겸손함과 성실함을 보여주며, 축구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처럼 그의 골은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그의 '골'이 특별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90분은 경기의 시작과 끝을 정하는 시공간에 있지만, 손흥민에게 있어 오롯이 경기로만 치부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내는 90분이라는 시간에는 그의 열정과 헌신이 담겨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이 90분 바깥에서 보여주는 그의 여러 모습들이다. 그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주변에 싱그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동료들에게 의지와 동기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훈련장에서 흘리는 피와 땀, 그리고 눈물까지 더하여 90분 속 찰나에 빛나는 '골'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골'만이 유일한 결과물은 아니다. 사실 디테일한 어시스트나 책임감 가득한 리더십, 헌신적인 팀플레이 등 여러 가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골'은 축구의 근간이자 손흥민의 정체성이다. 축구에게 그리고 축구선수에게 '골'만 중요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손흥민은 근본적으로 공격수이지 않는가? 굳이 나누더라도 스트라이커이든 윙포워드든 '골'을 해야만 빛을 발하는 포지션에 있다. 그의 골은 토트넘 팬들에게는 환희를,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자부심을, 그리고 전 세계 축구 꿈나무들에게는 노력과 재능을 결합하면 원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손흥민의 골은 단순히 경기 기록에 남는 숫자나 순간적인 환호의 대상이 지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영감을 주는 상징적인 표본이다. 손흥민의 'GOAL'은 축구라는 제한된 영역을 넘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을 향한 여정의 이정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골을 성공시킨 후 그가 보여주는 상징적인 카메라 세리머니는 더욱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단순한 축하 세리머니라는 틀을 벗어나, 순간의 영광을 영원한 추억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표현하는 듯하다. 마치 우리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듯, 손흥민은 자신의 골을 통해 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영원한 추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의 'GOAL'은 우리 각자에게 스스로의 삶을 하나의 위대한 서사시로 만들어낼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성공이나 성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극복, 좌절과 재도전의 모든 순간들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인생의 여정을 의미한다. 손흥민의 골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각자의 삶도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의 순간들로 채워질 때 비로소 후회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앤젤라 더크워스가 쓴 책 < 그릿(Grit) p.63 >에 적힌 사회학자 댄 챔블리스의 말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너무나도 손흥민 선수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최상급 기량은 사실 수십 개의 작은 기술 및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거나 우연히 깨치고, 주의 깊은 연습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고 전체 동작으로 종합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부분 동작들 중에서 비범하거나 초인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다. 정확하게 실행된 동작들이 합해져 탁월한 기량이 나올 뿐이다.
손흥민의 '공'은 지금도 여전히 골대를 향해 굴러가고 있다.
이미지 :
AI 생성
및
https://www.mk.co.kr/en/sports/11199727
참고 자료 :
https://www.korea.net/NewsFocus/Sports/view?articleId=192977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241221/130694522/2
https://playtoday.co/blog/soccer-viewership-statis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