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권력 프로모션
이번주 정찬성 선수가 개최하는 ZFN 02에 방문하기로 했던 데이나 화이트의 경영 방식 중 일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적인 1등 공신 중 한 명이며, TKO그룹에 소속된 UFC라는 세계 최대의 격투기 단체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비주류로 여겨졌던 격투기를 전 세계적인 메인스트림 스포츠로 변모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MMA라는 종목을 '닭싸움'에서 스포츠로 인정되게끔 만든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그만큼 그의 경영 스타일은 매우 독특하고 파격적이기도 하다. 사실 그는 인품이 좋은 사람이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인으로서의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놓고 봤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의 대상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당초 좀 더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루려고 했으나, 국내 상황이 복잡하고 혼란을 빚게 되면서 아쉽게도 그는 방문을 취소했다. 다만 코리안좀비 유튜브를 통해 밝혔듯 이번 ZFN을 동시 송출을 통해 라이브로 시청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여, 나 역시 글쓰기 계획을 변경했다. 어느 정도 자료는 모아 놓은 상황이었다가 아예 안 쓰려다가 일단은 조그맣게라도 쓰는 것으로 말이다.
만약 다음에 그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데이나 화이트에 대해 쓸만한 상황이 오면 또 다르게 브랜딩과 접목시켜 심사숙고하여 글을 써볼 예정이다. 일단은 언젠가 데이나 화이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고려하여, 간략하게 우선 소개해보겠다.
0. 데이나 화이트의 시작
데이나 화이트는 1969년 7월 28일 미국 코네티컷주 맨체스터에서 태어났으며, 간호사인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가 계셨다. 켈리라는 여동생이 있으며, 주로 어머니와 친척들 사이에서 길러졌다고 한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안면이 있던 부자 친구들을 성인이 되고서 어느 결혼식에서 재회했는데, 이때부터 그의 UFC 경영 커리어의 서막이 열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여하튼 이때 만난 친구들이 프랭크 퍼티타 3세와 로렌조 퍼티타이다. UFC를 초창기부터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로렌조 퍼티타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다. 그들은 2001년 망해가는 UFC를 Zuffa LLC를 설립하면서 인수하고, 이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데이나 화이트와 고군분투했다. 그들은 데이나 화이트를 사장으로 임명하고 운영했는데, 그들도 분명 노력했지만 데이나 화이트의 도전정신과 추진력으로 지금의 UFC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경영 방법은 상당히 놀라웠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면서 어찌 보면 사람의 심리를 살살 건드는 인간적이면서 교묘한 방식 하나를 집중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내부 집단 결속 강화'이다.
데이나 화이트는 UFC를 성공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단체로 만들기 위해 '내부 집단 결속 강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곧 스스로를 이해관계자들에게 브랜딩 하는 과정에 있으며, 구체적인 전략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메인 요소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1. 블랙 머니
데이나 화이트는 UFC 내의 직원, 파이터, 코칭, 스태프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소속감을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모든 구성원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도록 독려하며, 자신의 존재가 UFC의 핵심적인 일부라고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것에는 UFC 백스테이지에서의 모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 후 '어두운 돈'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실제로 계약하고 주어지는 PPV 수당, 승리 수당, 보너스 등이 있는데 이외에 또 데이나 화이트가 건네는 봉투가 따로 있다. 이것은 돈이 많든 적든 어렵게 운동을 해온 선수라면, 그리고 사람이라면 결코 고마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걸 직접 받는 사람이 얼마나 냉정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이라면 감정을 흔드는 그 돈에 충성심이 절로 들 것이다. 정찬성 선수도 꽤나 받았다고 하니 데이나 화이트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거라 생각한다.
2. 과장의 달인
그는 매우 이상적이거나 꿈같은 표현은 지향하면서, 실현 가능한 선에서 과장을 하는 편이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정찬성 대표가 ZFN 02 관련해서 데이나 화이트를 직접 찾아갔을 때였다. 계엄령으로 인해 국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데이나 화이트 방문이 취소됐고, 정찬성 대표가 여러 사정을 설명하던 중에 ZFN 02가 30분 만에 매진됐다고 데이나 화이트에게 알렸었다. 그러자 그는 다른 아이디어(물론 이미 생각해뒀을 수도...?)를 강구하다가 크레이그라는 UFC 프로덕션 책임자를 데려오는데, 데이나 화이트는 10분이나 줄여 20분 만에 매진됐다고 말하며, ZFN의 격을 높였다. 이러면 책임자 입장에서는 ZFN의 가능성에 대해 더 열린 마음으로 콘텐츠에 집중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선수들에게 각종 계산을 담아 본인 선수를 있는 힘껏 띄우기도 한다. '프란시스 은가누'라는 헤비급 챔피언이 있을 적에는 미래의 UFC 대표선수로서 그리고 당시 본인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여 그 아래 체급인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가 그 아래 체급인 미들급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둥 멘트 한 적이 있었다. 사실 객관적인 업적이나 전력을 분석해봤을 때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데이나 화이트는 나름 확고했다. 이후 은가누와 안 좋게 이별한 뒤에는 존 존스를 드높였는데, 이는 마케팅적으로도 고려한 부분이겠지만, 분명 개인적으로도 관계를 돈독히 하고 본인의 파벌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 확신한다. 실제로 공개적으로 띄워준 선수들이나 감정적으로 보듬어줬던 선수들은 UFC에서 한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3. 우리 VS 그들
데이나 화이트는 개인을 과장하고 드높여주는 멘트를 하는데만 그친 사람이 아니었다.
공동의 적을 만들어 그 프레임 안에서 결속력을 강화했다. 과거 론다로우지라는 UFC 소속 대표 여성 선수가 복싱의 무패 레전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비견될 때는 UFC와 MMA를 자기 울타리에 넣어 론다 로우지뿐 아니라 UFC 소속 여성 선수라면 모두 메이웨더를 이긴다며, UFC와 타 파벌 간의 경쟁심을 부추겼다. 외부 단체를 적으로 둠으로써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 것이다. 이는 공동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 복싱뿐 아니라 MMA로 엮여있는 다른 격투기 단체와도 그렇다. 한창 UFC가 성장을 도모할 시절 격투기 역사에 있어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PRIDE라는 일본 격투기 단체가 UFC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때 척 리델과 같은 선수들이 PRIDE로 진출하여 일기토를 벌이며 "UFC vs PRIDE"라는 대립 구도를 만들었고, 이는 격투기 팬들에게 흥미로운 서사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서로를 동등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는 격투기 팬들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사실 UFC는 당시 매우 힘이 없는 단체였음에도 불구하고, PRIDE와 경쟁자로 인식 됐다는 점에서 훨씬 큰 이점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아마 데이나 화이트도 그러한 그림을 이미 그렸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UFC는 PFL, 벨라토르, GFL, 스트라이크 포스 등 다른 격투기 단체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UFC는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체가 되어 있었다. 그 과정들을 지켜봤을 때 데이나 화이트의 색다른 접근은 UFC가 글로벌 격투기 시장을 주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공동체
사실 앞서 말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UFC선수들은 파이터이긴 하지만 그들과의 관계에 따라 따로 고용을 하기도 한다. TUF의 큰 활약으로 UFC의 부흥기의 시작을 알린 포레스트 그리핀은 UFC 선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마이클 비스핑, 다니엘 코미어, 폴 펠더, 도미닉 크루즈 등은 UFC 해설가로 일하고 있다. 이외 차엘 소넨, 맥 세라, 라샤드 에반드 등도 있다. 이들은 UFC 선수 시절에도 데이나 화이트가 끼고돌았던 중요 인물들이었으며, 말솜씨가 상당했던 걸로 유명한 선수들이다.
은퇴 후에 따로 먹고살기 힘들거나 다른 재능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이렇게 데이나 화이트와 커넥션에 따라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선수시절에 대중들의 이목을 효과적으로 끌었거나 유독 데이나 화이트와 친했거나 화끈한 경기를 보여왔던 사람들이었으며, 아마 소위 말하는 블랙 머니.. 즉 뒷 돈도 많이 챙겨주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UFC 아니 데이나 화이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선수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5. 내부 결속 강화가 가져오는 문제점?!
이러한 내부 결속 강화 전략은 UFC를 단순한 스포츠 단체가 아닌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데이나 화이트, 그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각종 전략을 통해 UFC 내부의 이해관계자 결속을 강화하고, 선수들 간의 협력과 조직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이는 팬들에게 UFC만의 독특한 문화를 제공하며 조직의 글로벌 성공을 견인했다.
다만, 이러한 접근법이 외부 단체와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내부의 폐쇄성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과 자원이 특정 개인이나 그룹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UFC가 데이나 화이트라는 개인의 영향력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그의 부재 또는 경영 환경 변화 시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명나라 환관 정치가 그러한 사례이다. 명나라의 환관들은 환제의 신임을 바탕으로 전통적 관료 체제를 약화시키며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 부상했다. 이들의 권력 확장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고 전략적이었다. 환관들은 서로 간 치열한 권력 경쟁을 벌이면서도, 동시에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적 술수와 비리를 저질렀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료들을 조종하고 정책을 왜곡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명나라 말기에 이르러 환관 정치는 그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파벌 간 갈등은 극에 달했고, 정부 내부는 심각한 분열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부패와 혼란은 국가 통치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명나라의 근본적인 쇠퇴에 속도를 더했다. 환관 정치로 인한 제도적 부패와 통치력 약화는 농민들의 불만을 극대화했고, 결국 대규모 농민 반란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명나라의 엄격한 신분제와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는 환관 정치를 통해 스스로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만 것이다. 이처럼 명나라에서 일어난 권력의 집중과 남용은 특정 단체에 발생할 경우 후일에 어떤 치명적인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UFC도 이같이 비슷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 결속을 통한 단기적 성공에만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현재 데이나 화이트가 중심을 잡고 있기에 그의 강력한 리더십, 명령 체계, 의사 결정 능력 그리고 그에게 쏠린 충성심 및 신뢰로 개인과 조직이 단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학적으로는 권력의 집중을 완화하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더욱 혁신적이고 탄력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데이나 화이트의 리더십은 "사람 중심 경영"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의 접근법이 조직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동기부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UFC의 현재 위치로 충분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단체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부 세력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내부의 변화에 있어서도 전략적 진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미지 출처 ::
AI 생성 이미지
https://www.wsj.com/sports/dana-white-ufc-donald-trump-ca8c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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