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공포 환경 개발

by 누리장인
인간관계는 공포를 없애는 궁극적인 도구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 피파 그레인지, 장진영, p.330》




우리는 공포를 감추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누군가와 마주하고 말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손짓, 발짓, 눈치, 글쓰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라도 소통하려고 시도합니다. 카카오톡, 인스타, 유튜브 등의 SNS 플랫폼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의 흔적이 흐려진 지금 행사나 모임 등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앱을 통해서나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들 모두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이나 스포츠 등을 배워야 하거나 배우고 싶어서,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 성별을 떠나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서, 답답한 사회 속 숨 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등 수많은 이유로 사람들을 만납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을 잘 살펴보면 '공포'와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에서는 '공포'는 어릴 때부터 심해 깊은 곳에 박혀 있는 감정이라는 식으로 알려줍니다. 삶을 마치 전쟁터처럼 살아가고 공포에 의해 움직이며 행동해 온다고 말합니다. 소위 '공포'라고 하면 다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공포는 공허함을 느끼거나 욕구에 휩싸이는 순간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때때로 공포에 연관된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곤 하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부족하다는 느낌, 타인의 비난을 받는 두려움, 결혼을 못한다는 불안,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자기 성장과 욕심, 꿈, 야망 등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종류의 공포를 결코 무시하진 못합니다.


이를 극복하거나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필요합니다. MBTI로 말하자면 I일지라도 책이나 SNS, 게임 등을 통해 집에서 사람과 마주하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E가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밥을 먹고 오락을 하고, 쇼핑을 하며 사귐을 즐거움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이죠.


사람과 만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과 사귀기보다는, 성격과 마음이 맞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는 것입니다. 양이 많아질수록 네트워킹 시스템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친밀도를 높이기 보다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귐을 즐겨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를 상처 입히거나 위태로운 관계에 빠지지 않고 스트레스만 가중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거리감'을 들으면 보통 '가까운 사이' 또는 '먼 사이'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적절한 거리를 의미합니다. 가령, 그림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보게 됩니다. 작품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대개 1m에서 2m 정도의 거리에서 시선을 둡니다. 그렇게 작가명, 제목, 배경설명 등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더라도, 적절한 거리에서 작품을 살펴보면 작품의 의도와 본질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거리를 깨고 가까이 다가간다면 물질적인 거리는 가까워질지 언정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금전적 손실이나 작품의 손상으로 인한 '공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맞이한다면, 공허함과 외로움이 더해지며, 또 다른 '공포'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감을 유지할 경우 작품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우리는 작품을 훼손할 염려 없이 감상하면서 일상에서의 고민을 잠시 잊고 즐길 수 있습니다. 감상을 마친 순간은 작가가 전달하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안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도 하죠.

글을 쓰는 행위 역시 상대방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밖에 나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두렵다면 글쓰기와 독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이유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안네의 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유대인 소녀인 안네가 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Because Paper has more patience than people."


종이는 사람보다 인내심이 많다는 뜻입니다. 당시 전쟁으로 인해 은신처에서 같이 지내던 이웃과의 잦은 마찰 등은 스트레스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실망과 상심이 컸기에 언급한 문장이지 않나 싶습니다. 종이는 안네의 두려움과 소망 등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안네의 마음 치유사가 됩니다. 여러모로 끔찍한 환경이 안네에게 외로움과 불안감,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공포'를 안겨주었을 테며 일기를 쓰는 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을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게 인간관계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도 미래의 '인간'과 '관계'를 맺기 위함입니다. 안네의 일기는 역사가 되었고, 현대인들이 이를 읽고 안네와 교감하듯이 말입니다. 이 책은 안네와 미래의 후손들 사이에 거리를 두어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여 소통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선을 지킨다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위험한 상황을 최소화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주위에 사람이나 종이가 있다면 인간관계를 써내려 가세요. 이 과정에서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얽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도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공포와 마주하며, 이을 극복하기 위한 열망과 용기를 가지고, 서로를 위한 도구가 되어, 강한 결속력과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인간관계'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