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풍요롭게 바라보자

당신은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by 누리장인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말이 암시하듯 우리 주위는 디자인으로 가득 차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들이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p.25》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적 효과, 감성적 자극, 눈길을 끄는 요소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특히 중국에 있을 때 유독 독특한 장식이 많은 가게나 휘황찬란한 옷 그리고 금을 뒤집어쓴 포장지 등이 눈에 띄었고, 이정도로 튀어야 디자인이구나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디자인? 그런 거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입니다.

한국인들이라면 아시는 가수이자 예능인인 김종국 씨는 런닝맨이나 본인 유튜브에 나오면서 검은색, 회색,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옷가지를 주로 입는 걸로 유명합니다. 운동을 사랑하는 헬스인들은 종종 옷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운동을 통해 디자인되어 가는 본인의 몸에 만족을 하고, 세련되고 이쁜 헬스기구들을 보면 사용하고 싶어 뇌하수체가 환호를 합니다. 추구하고 바라는 대상이 다를 뿐 그들 역시 디자인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미국의 근대 건축의 아버지인 '루이스 설리반'은 이런 철학을 갖고 있었습니다.

"Form follows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설리번이 말하는 '기능'은 목적을 중심으로 사용자 중심의 설계, 활용성, 대중성 등을 고려하는 것을 말합니다. 헬스기구는 사람의 체형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고려할 수 있고, 자동차는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극단적일 뿐만 아니라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의도 역시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로마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정리한 세 가지 원칙 중 하나인 <우틸리타스>도 용이하고 유용할 것을 의미합니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브라운(Braun) 회사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독일 출신의 '디터 람스' 또한 "우리에게 기능이란 모든 디자인의 출발점이자 목표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옷을 보고 "시원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따뜻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차를 보고 "내가 안전하기만 되는 거 아니야?" "잘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집을 보고 "바람만 잘 통하면 되는 거 아니야?" "햇볕만 잘 들어오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을 할 때면 디자인에 관심이 1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처럼 실용성, 편의성 그리고 효율성을 고려하는 것 또한 디자인에 속합니다. 이처럼 기능에 따라 배치, 구조, 형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검토하고 생각하는 고객들 즉 우리 모두는 디자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옷을 입고 거울을 보는 순간, 차에 방석을 배치하거나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는 순간, 집 내부의 가구나 TV를 배치하는 순간순간이 우리를 디자이너로 있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와 같은 모더니즘 성향의 디자인뿐 아니라, 반대로 포스트 모더니즘처럼 개성 있고 자유분방함을 강조하는 사조 역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계의 거장 중 하나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Less is More(적은 것이 많은 것)"에 반하는 발언으로 포스트모던의 미국 건축가 로버트 벤추리는 "Less is Bore(적은 것은 지루한 것)"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대의 암시와 상징, 미적 장식, 유머도 없으며, 호기심도 자아내지 못하는 건축은 따분하다고 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과감하고 파격적이면서 자유로움을 표방한 이러한 사조 역시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획일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봤을 때 이게 디자인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긴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모더니즘 이론을 더 추구하긴 하지만, 이와 같은 가치관들의 대립 구도가 창조 행위를 확대하고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 같아 디자인을 즐기는 인간으로서 즐거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잠깐 말이 샜는데, 다시 한번 모더니즘에 기반한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야겠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글씨체들 하나하나 역시 디자인이 숨겨져 있습니다.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도 디자인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리반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또 하나의 모더니즘의 대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물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라는 유기적인 건축 철학을 선호했는데, 한글 또한 자연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자음은 조음기관 즉 음성기관의 형태를 본떴으며,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의 형상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즉 한글 역시 자연의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백성들이 용이하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고려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봤을 때, 앞서 말씀드린 설리반이 추구하는 근대 모더니즘과 유사한 방식으로 창제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SNS에서 본 내용인데,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는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길거리에 다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션은 모두의 것이며, 모두에게 평등하고 공평하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패션이라는 장르를 품고 있는 '디자인'에 적용해 봤을 때 디자인 역시 누구나가 향유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방증합니다. 실제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그럴 자격이 있고, 설령 옷을 벗고 생활하는 사람들조차 집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서도 디자인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떼고 지금 당장 주위를 살펴보실까요?


컴퓨터 주변 소도구들의 배치 상태, 지갑에 있는 지폐 속 위인들과 보물의 위치, 신용카드의 유려한 테두리와 색깔, 카드로 결제할 때 사용하는 사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외관까지 심지어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의 변기조차 디자인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 역시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각자의 의도와 목적을 바탕으로 디자인되어, 시각적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인간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사물과 환경을 살펴보면, 디자인은 누구나가 관심 있는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이라는 사조에 초점을 맞춰보자면, 디자인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기능과 목적을 고려한 결과물을 실체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을 인간관계에 적용해 봤을 때, 주변사람들의 선택, 행동 그리고 스타일 등을 통해 그들의 독특한 정체성과 가치관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 또한 개인적인 이유와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숨겨져 있던 본인의 호기심을 발휘하여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더 넓고 풍요로운 시야를 제공하며, 사회와 문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삶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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