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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Nov 10. 2023

난 ‘골든걸스’ 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금요일은 이거다!

 아는 사람은 알 텐데 최근 흥미롭게 보는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골든걸스'이다.



 박진영이라는 이제 음악 업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프로듀서이자 가수의 본분을 잊지 않는 JYP의 수장이 아주 훌륭한 여가수 4명을 모시고 걸그룹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렇고 이와 비슷한 포맷들이 몇 개 존재했었다.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댄스가수유랑단,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이 유사한 소재들을 다뤘다. 에피소드로 다루기도 하고 프로그램 의도 자체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노래는 아니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것들이 골 때리는 그녀들, 뭉쳐야 찬다, 우리 동네 예체능 같은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로 구성된 스포츠는 장르 자체를 완전히 틀어서 만드는 것이라면 가수들로 구성된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은 작은 변화를 통해 출연자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게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을 특정 포지션에서 바라볼 뿐 아니라 입체적으로 표현해 주는 프로그램들인 것이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작은 변화에서 혁신이 일어나듯 기획 의도만 보아도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레전드 디바들이 JYP의 프로듀싱 아래 걸그룹으로 태어난다!'


 디바들 구성을 보아라..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이다. 특히 사적인 모습이 예능을 통해 그나마 간간이 보였던 다른 이들과 다르게 이은미라는 가수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디 가도 선배 역할만 하는 그들이 신입이 되어서 본인들보다 후배인 박진영이라는 가수 밑에서 트레이닝하는 걸 보면 웃기기도 하면서 흥미롭다. 어찌 보면 '꽃보다 할아버지'에서 이서진의 리드에 따라 여행하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박진영과 이서진이 그들을 절대 하대하진 않는다. 존중할 부분과 알려드려야 할 부분에 대한 본인의 태도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서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상황을 만들고, 본분에 충실하는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으면서 재밌다. PD가 출연자를 잘 선별한 것도 있을 테고, 박진영 자체가 좋은 사람이니까 후배여도 선배들이 잘 따라가 준 게 한 몫할 것이다.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나 예능이라면 간간이 보이는 선천적으로 선한 박진영의 성격이나 행동들은 이를 증명해 준다. 연차가 쌓이더라도 레전드 디바들 스스로도 얼마나 겸손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재미만 따져보자면, 확실한 건 성격을 떠나 일단 그들을 이끄는 사람이 이미지가 완전 정반대거나 후배여야만 시청자 입장에선 더욱 몰입하고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1화와 2화 감상평을 조금만 섞어보고 싶다. 1화는 캐스팅(?) 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사실 이미 모든 내용을 알린 후 캐스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프로그램 취지는 숨긴 채 실제 촬영 현장에서 본론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리얼리티를 위해서? 그러나 여린 감성의 기 센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가수이면서 강단을 갖추고 있어 진짜 안 한다고 하면 곤란하니 사실 전자가 확률이 높겠지만 말이다. 아니면 최대한 PD나 작가와 얘기하는 중에 있었던 상황은 박진영과 얘기할 때 비슷하게 연출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재밌었다. 연기라면 연기대로 좋았고, 아니면 더 좋은 거고 그 정도이다. 박진영이 땀 삐질삐질 흘리며 설득하는 장면은 그게 뭐든 간에 재밌었다. 그 재미로 보는 게 아무래도 크지 않겠는가? 삼시세끼 이호준, 꽃보다할배 이서진, 환불원정대 김종민 등 머리가 클 대로 큰데 막내미를 갖추고 있으면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그게 어떤 연예인이든 비슷할 것이다.


 진정 클라이맥스는 박진영이 각 선배님들의 스타일에 맞게 선곡해 준 걸그룹 노래이다. 나는 이게 진짜 어울리려나 하고 의문을 가진 채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를 듣기 직전에 상상을 해보니 정말 어울릴 것만 같았다. 이게 실현됐을 때는 진짜 잘 어울리더라... 1화의 신효범, 박미경부터 2화의 인순이, 이은미까지 다 하나같이 어울렸다. 신효범의 Feel Special은 생각해 보면 제일 안 어울릴 것 같은 노래였는데 제일 소화를 잘한 케이스였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불타는 청춘 팬인 내 입장에서 더 눈에 띈 것도 있다. 근데 정말 박진영의 안목이 대단하다. 기획 자체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2화는 숙소가 가장 메인이었다. 더불어, 박진영이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지 그들을 프로듀싱하는 장면이 흥미 요소였다. 신효범은 배려하는 게 보였던 게 작은 방을 스스로 골라 들어가는 것이었고, 이은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인순이 선배님한테는 깍듯하게 하는 장면도 굉장히 재밌었다. 중간에 인순이 가 과자를 사 왔을 때 버선발로 가장 먼저 달려 나간 것도 이은미였고,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신효범한테 선배님 오셨는데 뭐 하냐는 식으로 성(?) 내는 것도 재밌었다.


 아마 골든걸스 PD나 박진영도 이전에 있었던 유사한 부류의 프로그램들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을 것이다. 골때녀에 힘입어 마녀체력 농구부가 탄생하거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생겨났을 때처럼 이번 프로그램이 대성하면 비슷한 게 또 나올지도 모른다. 비슷한 포맷일지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큐레이션 하고 창조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성취감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파격적이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너무 똑같으면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선상에 아주 매력적으로 안착한 프로그램이 골든걸스인 것 같다.


난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있었으면 한다. 기억 속의 인물들을 재탄생시켜 새로운 재미를 뽑아낸다. 옛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들의 도전에 힘을 내기도 한다. 뭐 사실 난 92년생이라 유치원생에 불과한 시절에 활동 골든걸스멤버들에게 이런 감정 느끼는 게 이상하긴 하다. 차에서 들려주던 노래가 그래도 이들의 것이라 익숙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불타는 청춘들을 좋아했나 보다. 여튼 후일에는 골든걸스의 자리를 이효리나 보아가 차지하여 힙합그룹을 만들지 모르고, 미해에는 르세라핌 멤버나 잇지 멤버들이 발라드그룹을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나중에는 ‘이런 프로그램 너무 많아 지겨워’ 할지 모른다. 여기서 다른 매력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건 PD와 작가의 역량이다. 그러나 아마 이러한 복고? 레트로? 요소가 가미된 포맷은 죽을 때까지 재밌을 것이다.


이렇게 옛생각과 도전정신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나와줬으면 좋겠다.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이름에 존칭이 없는 것에 대해 양해부탁드립니다. 원활한 가독성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ㅠㅠ 다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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