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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Aug 24. 2024

서사가 담긴 아이돌, 카라

브랜드를 넘어선 아티스트(1)

 운동 중 유튜브를 즐겨 보는 습관이 있는데, 어쩌다보니 카라의 허영지가 내 알고리즘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특별히 찾아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여기저기 게스트를 불러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오기 시작하고, 카라의 리더 박규리가 새로이 채널을 오픈하며 그녀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나보다. 어쨌든 그들은 아직도 현역으로서 활동 중이며, 최근 새 앨범도 발매했다. 아마 새 앨범 때문에 자주 눈에 띄나보다. 그러다보니 계속 눈에 밟혔고, 어떻게 다시 영향력 있는 걸그룹으로 재탄생했는지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1. '카라'인 이유

 그녀들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독특하고 파란만장한 서사 때문이다.

 사실 나는 여자 아이돌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 물론 군 복무 중일 때 약간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긴 하다. 요즘 연예인들에 대해 궁금한 건 인물, 그룹, 소속사에 묻어 나오는 브랜딩의 흔적들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돌 그룹 하나를 주제로 두 편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모두가 아는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이다. 뉴진스도 르세라핌도 아이브도 아닌, 바로 카라 말이다.


 앞서 언급한 걸그룹들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미디어를 아우르는 수많은 걸그룹들은 가히 패러다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니 주목받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원조'나 '전설'이라 불리던 과거의 그룹들과 비교해, 이 신세대 아이돌들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렬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과 맞물려, 이들의 영향력은 마치 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이 뻗어나가듯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더욱 정교해진 마케팅 전략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큰 성공의 이면에 가려져 진심으로 흘렸던 '땀'이 아직은 수면 위로 떠오르질 않고 있다. 그들의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소속사의 철저한 계산 아래에 만들어진 브랜딩 전략에 아직 갇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아직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브랜딩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와 달리, 카라는 참 많은 것들을 보여준 아이돌이다. 이미 몇 세대를 거친 올드한 걸그룹이라고? 아니다. 그녀들은 굳이 세대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아티스트들이다. 그들의 서사에는 누구보다 높고 낮은 파도가 있는데, 그것이 내가 카라를 선택한 이유이다.


 2022년 말에 발표한 'When I move'를 시작으로 K-POP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게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과 함께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며 2024년 현재까지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것은 동시에 카라를 보며 자랐단 걸그룹들에게 큰 동기부여를 주는 효과도 누렸으리라. 현역 활동을 유지하면서도 걸그룹 전체에게 귀감이 될만한 걸그룹은 현시점에 그녀들 밖에 없다.


2. 다양한 컨셉을 잘 소화했던 카라

 카라는 국내와 일본 활동을 병행하며 각종 컨셉을 시도했다. 데뷔 초기에는 귀엽고 상큼함을 강조하는 <Rock you>와 <Pretty Girl>로 나이에 맞는 풋풋하고 건강한 매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러한 이미지는 성숙해짐과 컨셉의 변화에 스토리적으로 상당히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성숙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진화한 카라는 지나치거나 선정적이지 않으면서 섹시한 매력을 자연스레 풍기며 매력을 더해갔다. <미스터>와 <lupin> 등의 곡을 통해 발랄하지만 멋들어진 스타일로 다차원적인 매력을 지닌 그룹으로 변모해 간 것이다. <미스터> 같은 경우는 첫 싱글로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5위에도 올랐다.


 이후 그녀들은 <Step>과 <Pandora> 등의 곡으로 걸크러시 콘셉트를 도입하며 한층 더 성장했다. 무대 위에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상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과거의 순수한 이미지에 신선함을 더하며 대중들에게 성장하고 있는 카라를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일본 활동을 살펴보자면, 당연하겠지만 현지 정서에 적합한 스타일을 선택하고, 일본어 역시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통해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물론 무리한 강행군 탓에 소속사와 갈등이 생기긴 했으나, 그것조차 '카라'라는 그룹의 의지와 투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이기도 하다.


3. 시그니처 안무로 시작된 전성기

 그들의 퍼포먼스는 특별함이 있다. 독특하지만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 포인트 안무가 그것이다. 특히 <미스터>의 엉덩이 춤은 당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동작 중 하나이다. 이는 카라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으며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걸그룹의 노력, 소속사의 노력, 안무팀의 노력, 카라 팀 전체의 노력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덕분에 카라는 그저 2세대 최정상 걸그룹 중 하나가 아닌, '카라'라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성장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물론 안무에서 크게 히트를 치며, 그들의 안무는 좀 더 격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Step>의 골반댄스, <맘마미아>의 왁킹 등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이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였다. 격렬했지만 산뜻함도 녹인 채 카라의 색채를 진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퀄리티 있지만 친근한 컬러를 띄는 걸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4. 성장과 역경의 아이돌

 조금 뜬금없겠지만 사업가이자 워렌버핏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가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나와 워렌 버핏은 거시 경제 예측을 성공적으로 해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결론에 배팅하지 않았어요. 우리의 시스템은 그저 최선을 다해 수영하는 거였습니다. 때로는 파도가 잔잔할 때도 있고, 때로는 거셀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파도를 예측하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할 계획이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모두가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거시 경제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아요. 성공적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일부는 운 좋게 그것을 해낼 뿐이죠. 예측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땐, 그냥 자신감을 갖고 헤엄쳐 나가세요. 긴 인생 동안 모두는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를 경험합니다. 인생이 주는 어떤 상황에도 능력과 품위로 대처한다면, 때가 됐을 때 문명의 영예와 보상은 여러분에게 다가올 거예요. 그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말이죠.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하는 것에 대한 자격을 갖추는 것입니다. 세상은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줄 만큼 미치지 않았어요.

 찰리 멍거의 통찰력 있는 말씀은 카라가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던 과정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카라의 여정 자체가 탄탄대로였던 아이돌이었던 것 같지만, 그들은 처음에 성장형 아이돌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여느 걸그룹이 그렇듯이 1, 2명 정도의 멤버가 예능에 자주 나오며 '카라'라는 이름을 알렸었다. 특히, 한승연, 니콜, 구하라가 예능에서 맹활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초반에는 지금처럼 완성형 아이돌은 아니었다 보니 안무나 퍼포먼스는 비교적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이나 컨셉에서 대중을 사로잡으며 한국 대표 아이돌로 성장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멤버 교체, 공백기, 소속사와의 분쟁 등이 이어지며 여러 난관을 겪으며 해체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는 좋든 나쁘든 그들의 심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다른 걸그룹이라고 작고 큰 난관이 없었겠냐만은 카라만큼 유명한 걸그룹이 이렇게까지 위태로워 보이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일련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카라는 누구보다 거센 파도를 이겨내 왔다. 단기적인 성공이나 인기에 안주하지 않았으며, 지속가능한 연예 활동을 염두에 두고 나름 힘들어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아이돌 활동을 이어갔다.


 그녀들을 흔든 거대한 파도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니콜과 강지영은 여러 이유도 있었겠지만 여러 사건을 겪고 난 뒤 개인적인 연예 활동을 목표로 탈퇴를 하였고, 그 와중에 남은 박규리, 한승연, 구하라는 새로운 멤버를 맞아 카라를 이어나가야만 했다. 그들은 '카라 사태'라는 이름 아래에 어려운 환경을 거닐며 아이돌로서 최정상에서 내려왔지만, 굴하지 않고 아이돌 활동을 이어나갔다. 주축 멤버 2명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멤버를 맞으면서 말이다. 바로 허영지를 말이다.


5. 카라의 꺼지지 않는 불꽃

 2편에서는 각 멤버들을 간략하게 소개할 텐데, 허영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먼저 말해보겠다.

 그녀는 카라라는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기존 멤버들의 동기 부여가 되는 역할을 했을 테며, 그녀들의 활력소로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다. 허영지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핵심 요소가 되어, 대중들에게 꾸준하게 카라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15년이 넘는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 있고 패기 있고 초심을 갖고 가수 활동을 하는 그룹으로 기억되는 건 허영지의 꾸준한 방송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빅에서는 '카라의 허영지입니다'라고 하며 그룹에 대한 헌신과 로열티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허영지 합류 후에도 이렇다할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었고, 미래에 카라가 활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그녀들끼리는 다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다같이 복귀할 것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2016년 계약 종료 시에도 '해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던 것은 미래에 대한 그들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지 않나 싶다.


 덕분에 아이돌 활동의 수명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라는 개인의 활동을 통해 꾸준히 스파크를 일으켰고, '성공적인 재기'라는 불꽃을 일으킬 수 있었다. 탈퇴했던 멤버들의 복귀까지 이끌어낸 것은 카라가 꾸준히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이 바탕이 되었을테며, 허영지의 간절한 바람, 그리고 구하라에게 무대를 바치고자 하는 마음에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카라의 이야기는 단순한 아이돌 그룹의 성공담을 넘어, 우정과 헌신, 그리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자 그들 자신의 꿈을 보여주는 서사시가 되었다. 그렇게 2022년, 팬들의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을 갖추며 다시 한번 무대에 '카라'를 보여주었다.


 2편에서는 개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브랜딩을 주제로 써 내려가 보겠다.



출처 : 나무위키<카라>, 이외 각종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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