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누가 지는가?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에 따른 책임, 책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by 윤영민


책임은 누가 지는가?


2020년 일어난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이 사건은 당시에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신고를 방치한 몇몇 경찰에 대한 실망감이 전국의 시민들에게 팽배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통칭 ‘정인이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의 책임은 명확히 사건 가해자와 사건을 방기한 경찰에게 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사건을 야기한 사람, 그리고 스스로의 본분을 망각하며 간접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도록 한 사람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형법상 책임을 물을 만한 이유를 가진다. 그렇다면, 단순히 어떤 사건에 대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위의 사건과 같이 누군가의 책임이 비교적 명확한 것과는 달리, 세상에는 책임의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건물 옥상에서 벽돌을 실수로 떨어뜨린 것과 고의로 떨어뜨린 경우가 두 가지 있다고 가정하자. 형법상으로 고의가 아니라면 비교적 형을 가볍게 받는다. 단지 도덕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공동체의 안전과 복리를 위한 전제가 밑에 깔려있다. 이는 단순히 사건에 대한 원인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의성을 가진다는 조건이 책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바다에 별 이유 없이 내 나이프를 던졌다. 그런데 5년 후에 그 나이프가 우연히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와 벽돌을 실수로 떨어뜨린 예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두 경우 모두 고의성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전자는 책임을 지고 후자는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체험적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물론 직접성의 정도가 두 경우에 따른 책임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떤 사건에 대한 원인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원인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한 살인사건을 보고도 모른 척한 사람들은 그 살인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 아니면 살인자의 협박에 강제적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람은? 하물며 우연히 살인자에게 식칼을 팔게 된 잡화점 주인은 책임이 있는가?

책임을 져야 하는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히 그 사건에 대한 고의성을 가진 것에 한하는가?

아니, 개인의 목적과 관계없이 자신이 벌인 일에는 같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까지 처벌 범위를 넓혀야 하는가.

엄밀히 말하면 위의 살인사건을 방기한 모든 사람들도 ‘간접적’으로 살인죄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그 사건을 방기 하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록 원인을 (어느 정도이든)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를 가르는 기준이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형법의 목적과 일맥상통한다.


법(형법)의 목적은 단순히 어떤 사람을 벌주고 손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 존재하며, 이는 사회 구성원의 이익과 복리에 근거한다.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단순히 복수심과 같은 감정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비슷한 범죄의 재발과 그 파장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범죄자에게 형을 집행하는 것이다.


사건의 인과관계에 따른 책임의 소재도 이러한 법의 목적을 따른다. 고의성을 가진 사람은 가혹하게 처벌한다. 간접적으로 사건에 영향을 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고의성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처벌하는데, 이유는 후일 선처를 했다가 고의성을 감추며 범죄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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